솔직히 태풍이라도 올라와서, 비행기가 묶였으면 싶었어. 며칠 더 있다가 가게...
당신? 내가 알게 뭐야, 반찬 해놓았겠다, 집에 쌀이랑 김치 있겠다...제낄 때 확실하게 제껴야 아내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지..
히히 농담이야... 입으로는 비행기표를 바꾸네, 비행기 시간을 늦추네 해놓고는 젤 먼저 보따리 쌌다는 거 아냐..서울간다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는 푸른바당님 태우고, 또 광양님 만나서 제주도 고사리 한봉지 받고...
나 참 뻔순이야..제주도 고사리 맛있다고 하니까 어제 광양님이 좀 준다고 했거든. 사양도 안했다는 거 아냐.
아, 푸른바당님이 당유자차 준것도 냉큼 받고, 그래도 당유자차는 4병이나 되서 김민지님이랑 미스테리랑 나눠줬는데...
고사리는 내 가방에 얼른 집어넣었어. 히히...
마지막 날의 첫 코스는 사라봉옆 별도봉 이었어. 제주시민들이 운동하는 곳인가봐...
그냥 휘둘러보는 곳인줄 알고 갔다가 별도봉을 40~50분은 걸은 것 같아. 사라봉은 안올라 가고..
그렇게 제주도에서 많이 먹고도 체중이 불지 않은 건..바로 이런 운동 덕분이지..
엄청 걸었어..젊은애들이랑 다니까..내가 지들 또랜줄 아는 지..어찌나 걷는 걸 좋아하던지.
별도봉에서 내려와 도깨비길을 갔었네..그리 제주도를 여러번 갔어도 도깨비길은 못가봤었거든.
첨엔 빈 생수통을 굴리니까 아무 반응도 없어서 실망 그 자체였는데, 나중에 헤르미온느의 차에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보니...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거야...생각만큼 극적이진 않았지만...신기하긴 했어.
도깨비길을 다녀서 이번 제주여행의 마지막코스 제주 오일장엘 갔었어.
와, 엄청 나대. 규모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제주도의 경기가 서울보다 좋은 듯 싶었어. 모처럼 활기찬 시장구경을 했거든.

시장통에서 오뎅도 좀 먹어주고..이것 저것 구경했었어. 맘 같아서는 스티로폴박스에 담아 쥐치랑 풋마늘이랑 사오고 싶었지만...
참았어, 아쉬움이 남아야, 곧 다시 제주도에 올거 아냐..당신이랑...

점심은 몸국이었어. 몸은 모자반이야. 돼지뼈국물에 된장을 풀고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을 장터 국밥집에서 사먹었는데 아주 맛있어.
구수하면서도 시원했어.
좀 아쉬웠다면..제주도에서 아귀를 먹어보는 건데 그랬어. 아귀가 많이 잡히나봐, 시장 생선가게에 아주 많던걸.
아, 그리고 우럭이라는 것이..우리가 보는 거랑 다르대. 우리가 사는 우럭은 검은 색인데 제주 우럭은 붉은 색이야.
반으로 가르지 않은 옥돔도 많더라..이것저것 사고 싶었는데...제주도 음식이 맛있었던 건 재료의 선도때문이지 싶었어.
내가 사가지고 서울로 가져와서 요리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그 맛은 낼 수 없을 것 같았어.
제주 음식은 제주에서~
아쉬운 마음에게 푸른바당에게 엄청 큰 숙제를 안겨주고 왔지...생선은 좀 곤란하더라도, 얼마후 나올 제주마늘 좀 구해서 부쳐달라고.
시장 구경을 마치고, 3시30분 비행기에 올라탔는데..타자마자 미스테리랑 나랑 곧장 꿈나라..
음료수도 얻어마시지 못하고 김포공항까지 내내 자고 왔어. 도착하니..목이 아프대...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데..멍하대..마치 꿈을 꾼 듯도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