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너무 시끄럽게 울어서 더이상 누워있을 수 없어서 일어나보니 어제 도착했을 때는 그리 날이 좋더니만 잔뜩 흐렸어.
제주도는 뭐 그렇다며, 잘 흐리기도 하고, 또 흐린 날씨라도 산 아래쪽으로 가면 괜찮고...
약간 걱정은 됐어..어제 날씨 좋다고 절물휴양림 다녀오자고 하는 걸, 공연히 게으름을 부렸나 싶고..
암튼 오늘은 남쪽으로 내려가서, 테디베어박물관을 보고, 드라마 '올인'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로 했지.
근데 당신 테디베어가 뭔 줄은 아나?? 곰인형이라고?? 오잉..아네..
그럼 왜 테디베어인줄은 알아??
누가, 뭐 곰인형을 만들었는데 루스벨트대통령을 닮았었다나...그래서 루스벨트대통령의 애칭을 따서 테디베어라 불렀다지 아마...
솔직히 곰인형 다 그렇지 뭐, 싶었는데..그래도 볼만하다고들 해서...잠시 동심에 젖어보기로 했어.
해서 들어갔는데...안들어갔으면 억울할 뻔 했어.
테디베어를 제작연도별로 전시해놓은 것은 물론,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을 테디베어로 재구성했거나 명화(名畵)의 주인공을 테디베어로 패러디했는데...볼만했어. 곳곳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둔 것도 좋았고.
관광지에 이런 곳...꼭 있어야할 것 같아. 자연풍광이 아름답지만..이런 시설들도 있어줘야..관광이 더 즐겁지 않을까??
이런 사설박물관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지원 좀 해주는 지...팍팍 밀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오지랍 넓게도 잠시 걱정 좀 해봤지...
테디베어박물관에서 나와서, 서귀포에 새로 지은 롯데호텔에 구경갔었어..어마어마 하더군...'올인'에서 본 그대로 였어.
롯데호텔에서 나와서..드뎌 갈치국과 성게미역국과 해물뚝배기를 먹으러 갔었어.
천지연폭포 부근의 수희식당이라고...무지 유명한 집이래...
셋이서 각각 하나씩 주문해서 가운데 놓고...같이 퍼먹었는데...진짜 맛있었어.

갈치국이야...우리 왜, 예전에 회사 다닐때 자주 가던 세종문화회관 뒤 한라의 집...생각나??
그 집은 게임도 안돼...일단 갈치가 싱싱한 탓이겠지...국물도 시원하고...배추도 맛있고...
제주도 배추...아니, 봄동을 넣은 듯 한데...아뭏든 이게 육지 것보다 맛있는 것 같아. 연한 듯 하면서 고소하고.
그리고 한라의 집 갈치국보다 약간 더 칼칼한 맛이 났어. 매울 정도는 아니고, 칼칼함이 숨어있다고나 할까?!

요건 해물뚝배기, 당신 잘 보라고 오분자기를 떠서 카메라에 담았지.
이것도 진짜 맛있어. 가끔 제주도의 해물뚝배기가 그리워서, 집에서 해물넣고 된장찌개를 끓여보지만...이 맛 잘 안나잖아...
정신없이 퍼먹었어. 오분자기 너무 열심히 건져먹으니까...헤르미온느와 미스테리는 오분자기는 손도 대지 않더만..히히..

성게미역국이야, 우리 왜 지난번에...2001년이었던가? 당신이랑 둘이서 제주여행했던 때?
그때 왜 제주 시내에서 먹었잖아, 이 비슷한 메뉴들...그때 뭐, 그렇게 맛있지 않아서 당신이랑 나랑 다소 실망했던 생각...나??
그때 우리가 다녔던 집은 모두 관광객 상대라서 그랬던 가봐...현지 주민들이 다니는 집 골라다니니까...
정말 너무 맛있어...
당신이 옆에 있었다면..아마도.."집에서 한번 끓여보지?"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먹다보니...슬슬 걱정되기 시작했어.
작년 봄에 쭉 뺐던 살이 다시 슬금슬금 붙기 시작하는데, 이번 제주여행이 불에 기름 들이붓는 격이 되면 어쩌나 싶었어...
아참, 한라봉 얘기도 해야지...아침에 콘도에서 나와서 테디베어박물관에 가는 길가에서 한라봉을 샀어.
한라봉 하나 까먹으면 시원할 것 같아서.
크기에 따라서 값 차이가 나는데, 뭐 선물용이 아니며 우리가 다니면서 까먹을거라, 그리 크지 않을 걸 골랐어.
근데 비슷한 크기의 한라봉이 똑같이 6개씩 담겨있는데 하나는 8천원, 하나는 1만원 이래. 당신이라면 무조건 1만원짜리 사라고 했겠지??
차이를 물어보니, 8천원짜리는 노지꺼고, 1만원짜리는 하우스꺼래. "맛은요?"하니까 노지 것이 더 향이 강하대.
잠시 갈등했어. 노지꺼 샀다가 시면 어떡해...난 신 것 정말 못먹는데... 고민 끝에 노지 것으로 먹어보기로 했어.
상자 필요없다고 비닐봉지에 담아달라고 하니까 주인 아주머니 마음 좋게도 아직 선과하지 않은 큰 상자에서 2개를 더 꺼내주시는 거야.
상자 안가져가니까 덤으로 준다고, 하우스 한라봉이니까 맛을 비교해보라고...
차에 올라타자 마자 하우스 것을 먼저 까먹고, 노지 것을 먹었는데...노지 것이 훨씬 맛있는 거야.
하우스 것은 뭐랄까...당도는 조금 더 높은 것 같은데 좀 밍밍하다고 할까? 노지 것은 약간 시지만...훨씬 깊은 맛이 났어...
먹으면서..진짜 당신 생각했어...한라봉 좋아하는 당신...마음에 많이 걸리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