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가정시간에 만든 것이, 누구나 그랬겠지만 앞치마였습니다.
하얀 옥양목 같은 천에 초록색 바이어스를 대서 만드는 것이었죠.
천에 바이어스를 대고 손으로 박음질을 하는 것이 숙제였어요.
모두 박지는 말고 10㎝ 남겨오라는 가정선생님의 말씀이었죠.
집에서 손으로 박음질을 하고 있으니까 엄마가 다른 공부나 하라며 대신 해주시겠다는 거에요.
얼씨구나 하고 엄마에게 떠넘기고 다른 숙제를 했죠.
박음질을 하시던 엄마, 10㎝ 남기지 말고 다 하시겠다는 거에요.
뭘 몰랐던 저는 아니라고, 선생님이 꼭 10㎝ 남겨오랬다고...
다음 가정시간에 앞치마를 가지고 가보니, 다른 애들은 거의 대부분 완전히 막아가지고 온거에요.
왜 애들이 이렇게 선생님 말을 안들을까 생각했어요.
가정시간이 됐습니다.
선생님은 다 안해온 사람은 나머지를 박음질하고 해온 사람은 바이어스를 꺾어서 다시 박음질을 하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러면서 돌아다니며 앞치마를 검사했는데...제가 그만 딱 걸렸습니다.
엄마의 박음질 솜씨와 제 박음질 실력에 엄청난 차이가 나, 한눈에 알아보신 거죠.
선생님으로부터 뒤통수 한대 얻어맞고 큰 소리로 야단 맞은 후 박아온 걸 모두 뜯어내고 다시 박음질하라고 하시는 거에요.
어찌나 창피하던지...
모두 다 꿰매온 애들은, 이런 걸 다 예상했던거구요.
선생님은 다 해온 애들이 하는 박음질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숙제로 해온 박음질은 가지런하고 예쁘지만 지금 바이어스를 꺾어서 하고 있는 박음질은 삐뚤빼뚤해도 상관이 없으셨던 거죠.
찔찔 짜면서 엄마가 해준 부분은 물론 제가 처음에 박은 데까지 뜯어내고, 다시 박음질을 시작하는데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선생님 말씀을 곧이 곧대로 들은 제가 어찌나 바보스럽던지...
덕분에 박음질 실력은 꽤 늘었었죠.
오늘 낮에 kimys랑 동대문시장엘 갔었습니다.
kimys가 집에서 츄리닝 대신 개량한복을 입어요.
몇년 입었더니 보푸라기가 너무 많이 일어나서 한번 기계로 깎았는데도 여전히 보풀이 일어 이참에 바꾸기로 했거든요.
kimys의 개량한복을 한벌 사가지고 돌아서니, 시어머니가 맘에 걸려서 다시 돌아가 시어머니 개량한복도 한벌 샀습니다.
한복이야 많으시지만 원피스 스타일의 치마에 좀 길쭉한 개량저고리를 입으시면 좋을 것 같아서 누비로 하나 샀어요.
kimys는 제것도 하나 사라고 하는데...눈만 높아서 사고 싶은 건 50만원 정도 하고, 10만원대의 개량한복은 눈에 안차고...
전 그냥 왔어요.
오면서 삼베파는 가게에서 소창을 한필 샀습니다. 폭이 넓은 건 1만1천원, 좁은 건 1만원하네요.
넓은 걸로 한필 사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 행주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110㎝ 정도 길이로 잘라낸 다음 반으로 접어 푸서를 손으로 박음질한 후에 뒤집어서 사방을 홈질했어요.
한겹으로 해서 식서는 놔두고 푸서는 공그르기하면 편할 텐데, 두겹인게 좋아서요.
처음 만든 건 오랜만에 해보는 손박음질이라 아주 우습더니만 한장 두장 하면서 솜씨가 느네요.
지금 넉장째 꿰매고 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파는 행주 맘에 안든다고
손수 만들어 쓰시기도 하고, 맞춰쓰시기도 해서, 속으로 '참 유별나다'고 흉봤는데...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먼저 만든 행주 석장은 삶아서 널어놨는데, 사서 쓰는 행주보다 크기도 크고, 두께도 두꺼워서, 아주 맘에 듭니다.
우선 10장 만든다고 잘라놨는데...이제 겨우 넉장째니...설전에 10장 모두 완성할 수 있을 까 모르겠어요.
소창이 뭔지..어떻게 행주를 만드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뒤늦게 사진 올립니다.
오른쪽에 상표가 붙어있은 것이 소창입니다. 반필 좀 넘을 거에요. 제가 잘라내서.
왼쪽 위는 재단만 해둔 것, 왼쪽 아래는 꿰매기만 한 것 석장, 그 옆 약간 쭈글거리는 건 꿰맨후 삶아 빤 석장입니다.
어제 내내 6장밖에 못 했어요. 나머지 넉장을 해야할 텐데...
아, 소창 파는 곳은요, 종로 5가에 보면 농협 있어요. 그 골목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삼베 광목 파는 상점들이 즐비합니다.
그곳에 가면 아무 상점에서나 사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