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핸드폰 벨 소리는 모두 4개, 그중 하나가 울 엄마와 울 딸 두 사람 전용 벨입니다.
왁스가 구성진 목소리로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 그래서 미안해...'하고 부르는 부분인데,
이게 바로 그 두 사람에 대한 제 마음입니다.
암튼 '화장을 고치고'가 울리자마자 냉큼 일어나서 받았어요, 엄마 전화가 분명하니까.
시간이 5시15분~
"혜경아, 난데...놀라지 말고...느 아부지, 자꾸 응급실로 가자고 하는데 어쩌지?"
"응급실? 그냥 외래로 가는게 안 낫나..."
"니가 좀 아부지 한테 얘기해볼래?"
어지간하면 응급실에는 가고 싶지않아서 몇 시간 견뎌보시라고 하니까, 아버지는 막무가내셨습니다.
바로 세수하고 갈현동으로 갔죠.
곧바로 쫓아왔다고 오히려 엄마가 놀라고...
가서 상황파악을 해보니, 밤까지도 괜찮았는데 새벽에 기침이 좀 심해지니까,
빨리 입원하고 싶은 욕심에 구급차를 불러라, 응급실로 가야겠다하며 아버지는 어머니를 힘들게 하셨던 모양입니다.
노인이 되면 어린애가 된다더니, 우리 아버지 보면 그 말 딱 맞습니다.
지금 응급실에 가도 바로 입원하는 거 아니다, 어차피 담당선생님 나오셔야하는데 가시겠느냐, 다짐했더니 가신답니다.
해서 응급실로 모시고 갔죠. 링거 꽂고, 코에 산소줄 끼고...좀 편해지셨는지 기침을 좀 덜하시네요.
새벽 응급실, 참 볼만 하더군요...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째 그리 심한 음주끝에 병원을 찾는건지...
온통 혀 꼬부라진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접수보는 직원, 그러네요, 어제 밤새 음주로 인한 환자 뿐이었다고.
10시가 넘어서야 담당선생님 내려오시고, 입원 결정이 되서, 입원수속 마치고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친정집에 한번 가서 입원 준비물 챙겨가지고 나오고, 대충 정리해놓고 전 집으로 왔습니다.
이제 오빠랑 남동생이랑 올케 들이 들여다보겠죠.

돌아와서는 한숨 잤어요.
폐렴이시라니, 그리 오래 입원하시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첫날부터 내가 지치면 안되니까...
오늘 저녁은 미역 냉국 하려구요.
불리지 않아도 되는 미역 씻어서 다진 마늘 넣고, 그리고 냉면육수 넣어 미역 냉국 할겁니다.
그외에는 지난 금요일 촬영하고 남은 음식, 김치냉장고 안에 잘 있으니까, 그거 먹으면 되고...
밥, 전기밥솥에 할꺼니까, 땀 안흘려도 되고...오늘도 땀 안 흘릴 수 있겠죠??
에구, 엄마한테 전화 좀 해봐야겠습니다.
아버지 옆에서 좀 쉬셨는지?? 쉬실 수도 없었겠죠? 3인실이니, 이 사람 저 사람 드나들테고...
아버지 응급실에 계신 동안 엄마랑 저랑 아침밥 사먹고는, 여태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엄마는 점심이나 드셨는지..., 확인 좀 해봐야겠네요...
여러분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걱정해주셔서 금방 나을 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