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맛대맛’프로에 나와서 승리를 거둬 관심이 가던 차에, 마침 금촌에서 놀다가 열명 정도 되는 일행들과 가기로 한거죠.
가면서 약간 불안하긴 했어요. TV에 나온 집, 방영 후 한 달간은 가는 게 아니라면서요.
암튼 금촌에서 출발했는데도, 엄청 멀더라구요. 앞 차를 따라 가다보니, 갑갑하기도 하고...
하도 멀길래 내심 ‘이렇게 외진 곳에 있으니까 TV에 나왔다 하더라도 사람은 많지 않을거야’하고 생각했는데,
도착해보니 웬걸, 그리 좁지않은 주차장에 차 댈 곳이 없고, 식사를 하려는 사람의 줄이 문밖까지 늘어선 거에요.
kimys랑 둘이었다면 두말 않고 돌아서서 왔을텐데, 차가 3대나 움직였고, 일행도 여럿인데다가,
그 근처에는 그집말고 식당도 없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그 근처에 한정식이 하나 있긴 하드만...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줄서서 기다리는데...줄어들 줄을 몰라요.

거의 1시간쯤 기다렸을까, 이제 신을 벗고 방으로 올라서기만 하면 되는데 서빙하는 사람들이 그래요, “방으로 올라가셔 봐야 소용없어요, 음식이 없어요”하는 거에요. 조금전 사장님이라는 분은 부침개와 닭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사장님 말이 맞겠지 하고 방에 들어가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또 그러는 거에요. 음식이 없다고, 음식 못 갖다준다고...
손님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재료가 떨어졌으면 당연히 줄 서지 말라고 하고 ‘close’를 선언했어야 하는게 아닌가요?
기가 막혀서 그냥 가자고 일어서서 나왔는데, 일행 중 한분이 어떻게 얘기를 하셨는지, 우리팀까지는 음식을 줄수 있다고 해서 다시 앉았어요.
천신만고 끝에 나온 음식은 메밀전, 삶은 닭, 초계탕, 그리고 메밀국수 사리...
메밀전 맛은 괜찮았는데, 충분히 먹을 수 없었어요. 떨어져버려서.
초계탕은 뭐 그냥 그랬어요..굉장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더라구요. 모르죠, 뭐, 맛이 있었는데 제가 기분이 나빠서 그랬는지도...
삶은 닭은 쫄깃쫄깃한 것이 괜찮았어요. kimys도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이 사람, 특히 닭맛에는 인색해서, 어지간하면 맛있다고 안하는데...
돌아오는 길에 kimys가 그러네요, “다시 올 집은 못된다”고.
그 뜻은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와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죠.
이 사람 정말 맛있으면 아무리 멀어도 "여기 또 오자" 하거든요, 자기가 운전을 안하니까.
그리곤 그러네요, “초계탕 당신이 해봐, 당신이 하는 게 낫겠다”
오늘, 아니 어제네요. 어제부터 1개월 동안 죽치고 앉아서 새 책 집필을 하리라 며칠전부터 맘을 다 잡아 먹고 있던 터라 외출도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업무관계로 누군가와 통화를 해야하는 일이 자꾸 생기죠?
결국 새 책 원고는 한줄도 못쓰고, 초계탕만 하게 됐죠.
닭 삶아서 국물 내고, 닭 식히고, 국물도 식히고.
그리고 그 파주의 초계탕집 흉내내느라 메밀전도 부치고, 메밀국수도 삶았어요.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초계탕 사장님에게 뒷동냥한 맛의 비밀은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동량으로 사용한다는 것.
'비밀의 손맛'에 올리려고 계량컵과 저울까지 동원해서 계량하면서 부쳤는데...성공작이었습니다.
밀가루만 부친 것보다 구수하고 쫄깃거리고, 메밀가루만 부친 것보다는 맛이 순하고, 잘 뒤집어지고...
이렇게 한번 꼭 해보세요.
초계탕 만드는 법은 네이버의 지식인같은데서 좀 찾아보다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만들기로 했어요.
요새 계량화하느라...참...
식사준비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요. 기왕이면 물의 양까지 확실하게 하려다보니...
초계탕을 만들고, 파주 초계탕집처럼 메밀국수도 삶아서 사리를 지어 상에 올렸어요.
날씨가 더 더웠더라면, 국물에 살얼음이 얼었더라면, 겨자가 모자라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그런대로 괜찮었어요.
레시피까지 올리고보니 글이 너무 기네요...
하는 수 없이 레시피는 잘라냈습니다. 대신 레시피와 음식 압박샷 '비밀의 손맛'에 올려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