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점심, 모처럼 광화문 토니 로마스에 갔었어요.
제 띠동갑 친구(?)들과 점심 약속을 했거든요.
제가 정신연령이 어린 탓인지, 12살이나 아래인 이 후배들을 만나면, 동연배들이나 선배들과 노는 것보다 더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칭찬받은 쉬운요리' 작업 들어가기 전에 만나고 이번이 처음이니, 그동안 밀린 얘기가 얼마나 많았겠어요? 회포 푸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죠.
그리곤 남대문시장엘 갔죠. 노란꽃 사러요.
jasmine님 말씀대로 현관에 노란꽃을 놓으면 금전운이 좋아질 지 어떨 지는 모르지만, 대문을 열었을 때 비록 조화이긴 하지만 꽃이 보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아서, 거금 1만2천원이나 들여서 샀어요.
나간 김에 남대문시장에서 다시 노란색 도시 순환버스를 집어타고, 을지로로 갔습니다.
전화번호도 적지 않은 채 무작정 가영맘님을 찾아나섰죠.
방산시장에 가서 물어물어 찾아가리라 맘먹고...
며칠전부터 치즈그레이터를 사야겠다고 맘 먹고 있던 참에, 마샤 스튜어트가 제 가슴이 불을 질렀어요.
며칠전 오이를 끼우고 돌리니 얇게 벗겨지는 (그걸 갱친다고 한다면서요?) 기계를 소개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토니로마스에서 치즈스틱을 주문하니까 갱친 당근을 튀겨서 깔고 그 위에 치즈스틱을 얹어서 가져오더라구요.
'그래 가영맘님에게 가보는 거야'하고 나서게 된거죠.
버스에서 내려서 방산시장으로 들어섰는데, 눈에 보이는 건 모두 벽지 바닥재 등을 파는 상점들뿐...
일단 한 아저씨를 붙잡고, 제빵제과용품 파는 곳을 물었더니 안으로 쑥 들어가라고 하네요.
한참 청계천 쪽으로 걸어들어가니 방산상가라는 곳이 나와서, 다시 물었죠. 제빵제과기구는 저 상가에서 파냐고. 아니래요, 조그만 골목을 가리키며 그리고 가보래요.
그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슬슬 주방도구 파는 곳들이 나타나대요.
그래서 "영구상회 아세요?"하니까 옆 골목을 가리키네요.

청계천 쪽으로 들어왔으면 큰길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는 가게였는데 제가 역방향으로 들어와서...
암튼 영구상회 간판이 보이니까 얼마나 반갑든지...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가영아빠인듯 한 분이 제빵도구를 사러온 아주머니 서넛을 상대로 열심히 물건을 꺼내 보여주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가영엄마를 찾으려고 하는데, 가게 깊숙한 곳에서 가영맘님이 제 얼굴을 단박에 알아보고는 튀어나오는거에요.
둘이 너무 반가워서, 손을 꼬옥 잡고는 한동안 놓치 못했어요.
아기처럼 순수한 얼굴과 해맑은 미소를 지닌 가영맘님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그런 얼굴이더라구요.
가영아빠도 너무 착해보이고...
손님들이 끊어지지않고 계속 밀어닥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10년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아주 친해져버렸어요.
가영맘님네 자주 가야할 것 같아요.
재미난게 너무 많아요, 신기한 것도 너무 많구요, 없는게 없어요.
오늘은 일단 목적했던 치즈 그레이터와 튀김을 건져두는 망을 골랐어요. 쓰던 튀김망의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해서 새것이 필요했거든요.
호떡 누르는 것도 얼른 샀죠. 저번에 TV에서 보니까 로스같은 고기를 익힐 때 이걸로 누르면 빨리 익는다고 해서...
그리고 조리용 스테인리스 바트도 샀어요. 돈까스 만들 때 쓰기 딱 좋을 것 같아서, 3장이나...
전기로 갱치는 기계도 구경하고, 1g도 표시된다는 디지털저울도 보고, 늘 침만 흘리는 떡만드는 기계 값도 알아보고, 양갱틀 초콜릿틀 케잌틀도 다 꺼내보고...
가영맘님, 오늘 너무 반가웠어요, 딸기주스 너무 맛있었구요. 담에 또 구경갈게요.
p.s. 가영맘님네 가게 연락처 궁금하신 분들이 많네요...전화는 02-2273-5987이에요.
p.s.2 지금 메일을 한통 받았어요. 제가 남강에서 작은 유리종지를 몇개 샀는데, 그때 절 보셨대요. 그런데 아는 척은 안하셨대요...저 섭섭해요...아주 많이 섭섭해요. 혹시 절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아는 척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