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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삐곡 빼곡 빈 깡통...

| 조회수 : 7,805 | 추천수 : 108
작성일 : 2004-02-24 13:35:26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잠시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목적은, 선물이었죠.
당시 주일학교 선생님이, 아마도 여대생이었던 것 같았는데...
저희들에게 재미난 노래를 가르쳐준다며, 이 노래를 가르쳐주셨어요.
가사가 한두군데 부정확한데, 암튼...

'삐곡빼곡 빈 깡통, 다 떨어진 깡통,
찡그랑쨍그랑 석유통, 간즈메통,
먹고나 싶은 염통, 장마당에 수박통
날 버리고 가신 님, 얄미웁다, 그 썅통'

어린 마음에 썅통은 나쁜 말인데...하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노래를 가르쳐주시던 그 선생님, 마치 제 맘속에라도 들어갔나 나오신듯..."얼굴이란 뜻인데요, 통자 붙이려고 그런거에요, 나쁜 말 아니에요" 하시면서 무마하시더라구요.

한동안 이 노래를 얼마나 열심히 불렀는지...각운이 재밌잖아요.
그러다 결국 엄마에게 썅통이라는 단어가 금지단어로 지정되면서 금지곡이 되고 말았지만요...

뭐, 이 노래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저 '깡통' 무지하게 좋아해요. 지난 번(리빙노트 165번)에도 한번, 제 못말림증에 대해서 쓴 적이 있는데 그땐 제가 디카를 쓸 줄 몰라서, 사진을 못 보여드렸어요.

오늘 날씨도 꿀꿀한데다가, 내일 촬영 준비도 있고 해서 집에 있다보니, 심심해서...
이 깡통, 아마도 40년쯤 된 깡통일듯.
그 무렵에 가족들 생일선물이나 아니면 명절선물이 달걀 1줄, 설탕 1통, 밀가루 1포대, 뭐 이럴때였거든요. 이렇게 깡통에 담긴 설탕이라면, 당시로서는 아마도 꽤 괜찮은 선물이었을 거에요.

저희 친정어머니가 가지고 계시던걸 물려받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의 캔보다 훨씬 두껍고 단단해서, 앞으로 몇십년 더 끄덕없을 것 같아요.
만약에 딸아이가 탐낸다면 물려줘야죠.
뭐가 들어났구요? 수실이랑 둥근 수틀..그런게 들어있어요.


제가 애지중지하는 깡통들입니다. 찍어놓고 보니까, 몇 개가 빠진 것 같은데, 갑자기 찾으려니까 찾을 수 없네요.


캔디와 초콜릿 등이 들어있던 깡통입니다.  붉은 하트모양은 지난번 송년회 때 ido님이 주신거구요. 나머지 모두 캔 때문에 사서 먹은 것들입니다. 특히 공중전화박스 모양으로 생긴 건 죽음입니다. 사방이 모두 그림이 다른데...그중 한면은 강아지가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광경이랍니다. ㅋㅋ


이건 아시다시피, tea가 들어있는 캔들입니다. 홍차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깡통이 이쁜 관계로 이따금 마십니다.


이건 딸아이 중학교 졸업하던 해, 뽑기에서 뽑은 괌여행권 2장을 가지고, 딸아이와 둘이서 졸업여행 갔을 때 괌 수퍼에서의 노획물입니다. 종이상자에 담긴 허브티를 팔았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사은품이 들어있다고 써있더라구요. 그래서 두상자를 샀는데, 이것이 들어있었습니다. 티백이 하나 딱 들어갑니다.


어느 화장품 회사에서 새 화장품을 런칭하면서 여기다가 물건을 담아서 잡지 기자들에게 돌렸나봐요.
제가 편집장 할땐데, 우리 기자가 제가 깡통 좋아한다며, 이 깡통만 주더군요. 그래서 안에 뭐가 담겨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이거 말고도, 초록색 작은 과자상자랑, 몇개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여러분들도 이쁜 깡통 가지고 계시면 구경시켜주세요.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래
    '04.2.24 2:08 PM

    어쩜...깡통들이 정말 너무 예뻐요..
    얼마전에 동생결혼땜에 까사미아서 가구구입하고 부부찻잔을 선물로 받았는데 예쁜 깡통에 들어있더군요..
    그런데 선생님, 이거 다 어떻게 보관하세요? 디스플레이 잘하면 멋진 장식이 될것 같아요..

  • 2. jasmine
    '04.2.24 2:38 PM

    꼭 성탄절, 부활절에만 교회 나오던, 얄미운 애들이 있었죠....옛~날~에~는~~
    저희집에도 그 중 5개 있네요....
    82에 깡통 콜렉션 광풍불면 어쩌나....^^

  • 3. 김혜경
    '04.2.24 2:38 PM

    디스플레이 못해놓고, 여기저기 박혀있어요...그래서 미안하죠...

  • 4. 야옹냠냠
    '04.2.24 2:49 PM

    하하하...노래가 너무 재밌어요. 금지곡으로 묶였다는 것도 재미있고...

  • 5. 설탕통
    '04.2.24 3:35 PM

    그 안에는 엽기의 울 엄마 자른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는...
    어릴적 5단 서랍위의 드르륵 문을 열면 엄마의 화장품과 기타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러가지의 물건이 있었지요.
    키가 작아 서랍열고 올라서서 꺼낸 그!!!
    설탕통 안에는 곱게 땋아 싹둑잘라 또아리를 튼 머리카락이 있었지요.
    지금도 갖고 계실려나 물어봐야겠다.

  • 6. 경험녀
    '04.2.24 3:50 PM

    저역시 이런깡통(?) 좋아합니다.
    여기저기서 모으면 울 남편 꼭 기를 꺽지요.

    " 그러다 우리 깡통차게되면 어떻게해? 취미를 가져도 좀 고상한걸 모아!!!"

  • 7. 핫코코아
    '04.2.24 4:13 PM

    저도 통 무지하게 좋아했습니다..근데 전 깡통보다는 플라스틱 통을 좋아했어요..남편이 오죽하면 통귀신이란 별명을 붙여 줄만큼요.. 이제 예쁜 깡통 보면 김혜경 선생님이 자꾸 생각 날듯 하군요 깡통 이뿐거 생기면 모아 뒀다가 담에 만날 기회 되면 드릴께요~ㅋㅋ 그럼 아프신 어깨 얼른 나으시고 몸조리 잘하세요~

  • 8. 현이네맘
    '04.2.24 5:06 PM

    흑... 저도 혜경센님이 가지고 계시는 tea 깡통 같은 것들 몇개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이사하면서 다 버렸는데... 갑자기 넘 아깝게 생각됩니다.

  • 9. scja
    '04.2.24 5:15 PM

    ^^ 아침에 신문보면서 밥먹는데 신문에서 혜경샌님께서 쓴 칼럼 봤어요~~
    헤헤~~ 어찌나 반갑던지요^^

  • 10. 깜찌기 펭
    '04.2.24 5:43 PM

    저는 홍차 깡통모으는걸 좋아해요. ^^

  • 11. 쭈야
    '04.2.24 7:22 PM

    깡통 이쁜 거 많네요..암튼 깡통보면 옛 생각이 나요. 저희 친정에도 엄마가 모을려고 모은게 아니라 뭘 버릴 줄 모르시는 분이시라 깡통이 많았었는데..지금도 있나 모르겠네요. 담에 가면 한 번 찾아서 구경이라도 해야겠어요.

  • 12. peacemaker
    '04.2.24 7:31 PM

    저도 선생님처럼 홍차를 그리 좋아라하지는 않지만..깡통에 취해 자주 마셔 볼까요? ^^*
    그런데 선생님... <깡통>이란 말이 이제 보니 참 예쁘네요..
    깡통.. 깡통.. 깡통..
    자꾸 하니 웃음이 나네요 ^^

  • 13. 훈이민이
    '04.2.24 8:30 PM

    예쁘당~~~

  • 14. moon
    '04.2.24 8:32 PM

    삼양사 설탕 깡통 정말...멋지네요..
    딸한테 꼭 물려주세요..
    저 괌에서 건지셨다는 티백통 저도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디있는지 모르겠네..

  • 15. 푸우
    '04.2.24 10:02 PM

    삼양사 설탕 깡통 꽤 큰가 봐요,,3키로 짜리네요,,
    저도 한때는 별의별 깡통이며,,상자며 모았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콜렉션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는것 같아요,,

  • 16. 포로리
    '04.2.24 10:33 PM

    헉...저도 저희 친정엄마가 저보고 나중에 넝마장사할거냐구 맨날 구박이신데, 예쁜 깡통만 보면 왜 정신이 혼미해지고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는지...쩝...전화박스 저 깡통 제친구네 집에 있었는데, 놀러갈때마다 너무 가지고 싶어서 갈때마다 주물럭거리던 기억이 나네요.

  • 17. 나나
    '04.2.24 10:47 PM

    저도 이런 깡통 무지 좋아하고,,조금씩 모아요..
    삼양사 설탕 깡통,,저 거랑 좀 다른거,,울 엄마가 갖고 계신데..
    나중에 달라고,,졸라 봐야 겠네요..^^..

  • 18. 남양
    '04.2.24 11:25 PM

    제 깡통은 어찌나 녹이 잘 스는지..
    잘 관리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동네가 소금기가 많아서 그런건지 모르겠어요..

  • 19. orange
    '04.2.24 11:56 PM

    저두 설탕 깡통 기억나요... 제가 기억하는 건 금색인데.... 샘님 꺼가 더 이쁘네요....
    저희 엄마 반짇고리도 파란 쿠키 깡통이예요... 무지 오래된...

    저는 뭔가를 모아두질 못하겠더라구요...
    모아뒀다가도 남편에 의해 퇴출당하고...(안 쓰는 건 제발 버리라고 하는 바람에... ㅠ.ㅠ)
    둘 데 없다고 버리고...

    이쁜 깡통이 많네요...

  • 20. alex
    '04.2.25 12:10 AM

    진정한 앤틱깡통이 여기에 있군요..ㅇ_ㅇ;
    공중전화박스 너무나 탐납니다 (*'o')ノ

  • 21. jasminmagic
    '04.2.25 1:34 AM

    정말 멋진 콜렉션이네요.
    맨 위의 삼양 설탕통은 골동품인걸요.어찌 그리 오래된걸 가지고 계셨는지요.
    저두 이쁜 깡통을 워낙 좋아해서 이번 발렌타인 데이에도 Mary's 쵸콜렛을 샀는데...
    혜경님 글 보고나니 저도 한번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 22. Funny
    '04.2.25 3:34 AM

    저도 깡통 절대 안버리고 쌓아둬요..
    엄마는 캔디통같은건 일부러 저 보란듯이..버린다~ 하십니다..
    냉큼 뺏아서 모으는걸 재밌어하시면서요 ^^:;

  • 23. 폴라
    '04.2.25 11:44 AM

    저는 티백 하나 들어가는 통이 마음에 들어요.
    우표 넣어둬도 좋을 것 같고요,알약 휴대해도 좋을 것 같고요.
    선생님의 깡통사랑 알고부턴 예쁜 깡통 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요.
    '참 예쁘게 생겼네...우리 샘이 좋아하시는데...사 드렸음 좋겠네...'
    그냥 마음 뿐이라서......

  • 24. 제비꽃
    '04.2.25 3:14 PM

    선생님 저두 오늘 퇴근하구가면 헤어져있는 깡통모아볼려구요...
    근데 설탕통 넘반가워요^^

  • 25. sca
    '04.2.25 4:30 PM

    ㅋㅋㅋ 그 노래요...

    와시와시 목간통, 대문안에 절구통
    대문밖에 쓰래기통, 먹다남은 수박통
    땡그랑 땡똥 빈깡통, 다 떨어진 깡통
    땡그랑 땡똥 빈깡통, 갈소매통
    먹고싶은 염통, 장마철에 수박통
    나를 버리고 가신님이 얄미웁다 그썅통!

    제가 배운건 그 버젼이었어요...
    저도 누가 가르쳐 준 건데... 옛날 생각나네요 ^^

    저도 깡통 좀 모으다가 포기했어요... 둘곳이 없어서...
    어디 갔는지 기억도 않나네요 ^^

  • 26. 왕소금
    '04.2.25 6:30 PM

    제일 위에 깡통 정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 보이는 군요.
    나도 전에는 내용물보다 깡통이 예뻐서 초콜릿 산적 있거던요.
    깡통노래 어떤곡에 붙여서 불러야 하는 노랜가요?

  • 27. 김혜경
    '04.2.25 7:37 PM

    하하하..sca님,곡조도 맞춰봐야하는데요...저보다 가사를 훨씬 많이 외우고 계시네요.

  • 28. 구경꾼2
    '04.2.25 8:27 PM

    해해 안녕하심니껴? 깡통 깡통....우리말 인가예?

  • 29. 푸른바다
    '04.2.26 12:30 PM

    너무나 예쁘내요 선생님 엣날 그설탕통 보니 우리 할머니 생각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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