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볼 생각도 안했으니까...
그러다 지금 문득 책상 앞에 놓여있는 디카에게 눈길이 갔고, 뭔가 찍어봐야할텐데 하다가...
이 파스타, 딸 아이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너무 이쁘고, 엄마 생각이 나서 샀답니다.

학생들, 빠듯한 여행비, 보나마나 제일 열악한 교통수단을 타고 다녔을 게 뻔한데...
부피나 무게가 만만치 않은 저걸 이탈리아 여행중에 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가지고 들어왔죠.
한국에서 나갈때는 그래도 오버차치하면 됐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오버웨이트는 아예 짐을 부칠 수 없더랍니다. 그래서 바퀴달린 이민가방에는 지 옷 같은 소지품 넣어 부치고, 저 파스타는 큼직한 봉지에 넣어서 핸드캐리 했더군요.
지 소지품이 든 배낭에, 노트북 가방도, 거기다가 손에는 저 파스타를 비롯한, 철없는 엄마 주려고 산 스카프랑 아빠 넥타이랑, 가족들에게 꼭 맛을 보이고 싶은 치즈 등이 든 제법 묵끈한 비닐봉지를 들고....
지 엄마가 하도 오일릴리 타령을 하니까 가보기는 했는데 너무 비싸고, 엄마에게 어울릴 만한 것도 없고 해서 그냥 돌아서다가 값도 괜찮고,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샀다며 스카프를 선물로 주네요.
아이 용돈 넉넉히 부치지도 못했으면서 오일릴리 타령은 해서, 아이 스트레스 주고, 참 철딱서니 없는 엄마죠?
암튼 울 딸이 핸드캐리해서 들고 들어와 제 손에 쥐어준 파스타입니다.
저 저거 절대로 못먹습니다. 가보로 간직할 겁니다.
울 딸 시집가서 아이 낳아서, 그 아이가 자라면, '느네 엄마가 2003년에 네덜란드 교환학생 갔던 때 이탈리아 여행중 할머니 생각이 나서 사온 거란다' 라며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나게 해줄겁니다.
어느 엄마가 자기 속으로 낳은 딸 애틋하지 않겠습니까만 제게는 더욱더 소중하고 애틋한 딸입니다.
울 딸 얼굴이랑 마음처럼 이쁜 파스타, 구경이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