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들 어떻게 해서 드세요?
저 어렸을 때 저희 친정어머니는 오징어를 볶거나 무치거나 하는 것 보다는 그냥 데쳐서 썰어서 상에 자주 올리셨드랬어요. 따끈할 때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잖아요.
아니면 고추장을 풀어서 찌개를 끓여주셨어요. 그것도 국물이 시원한 것이 먹을 만 하잖아요.
그랬는데 결혼 후, 친정에서 먹었던 것 처럼 오징어를 데쳐서 상에 올렸는데, kimys랑 시어머니 표정이 좀 이상해요.
나중에 알고 보고, 시댁에서는 오징어를 데쳐먹는 일이 거의 없을 뿐더러, 껍질은 반드시 벗겨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어머니께서 "오징어로 국은 끓이지 마라, 잉"하셔서 오징어찌개를 한번도 못끓여봤어요.
오징어를 데쳐서 먹지 않는 것도 좋고, 오징어찌개를 안먹는 것도 좋은데....
오징어 껍질 벗기는 거, 그거 장난이 아니잖아요. 한동안은 생선코너에 가도 오징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적이 있어요.
요새는 거친 푸른 수세미를 이용해서 벗긴다든다, 아니면 키친타올로 잡고 벗긴다든가 나름대로 요령이 생기긴 했지만....그래도 귀는 여전히 벗겨지지 않아서, 저희 집 오징어 요리, 되게 웃겨요, 몸통은 껍질이 없는데, 귀에는 껍질이 그대로 있어요.
몸에 좋은 타우린이 껍질에 더 많다는데, 왜 그리 껍질은 꼭 벗겨야 하는 건지...
암튼 그랬는데, 이 오징어를 발견하고 감동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보통 오징어가 분명한데 껍질, 그것도 귀까지, 홀랑 벗겨서 진공팩에 넣어, 냉동으로 판매하는...
모르죠,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면서 "요즘 여자들 한도 끝도 없이 편하게만 살려한다"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이 오징어를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솔직히 콩나물의 머리 꼬리 따는 거, 냉이 다듬는 거, 오징어 껍질 벗기는 거, 그 노력과 시간 너무 아깝지 않나요?
가족들이 먹는 음식에 정성을 담는 일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정성을 기울여 음식을 만드는 일과 불필요한 시간을 쓰는 일, 그건 좀 의미가 다르지 않나 싶어요.
껍질이 벗겨진 오징어를 발견하고 너무 좋아서, 요걸 어떻게 해먹을까 궁리하다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검은 봉다리 아줌마가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