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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장독대를 貪하며

| 조회수 : 5,486 | 추천수 : 125
작성일 : 2003-06-19 21:40:33
제가 대학교 3,4학년 무렵, 저희 친정아버지 회사가 종로에 위치했었어요.
가끔 제가 아버지 회사에 가면 아버지는 종묘부근에서 밥을 사주셨는데...

당시 종묘 부근에는 '찜백'이라는 음식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있었어요. 대여섯군데식당이 군락을 이뤄, 같은 메뉴를 내걸고 성업중이었는데, 응암동에 감자탕 타운이 있듯...

그 '찜백'이란 갈비찜 백반이라는 뜻이었는데요,
찜백을 시키면 작은 양은 냄비에 담긴 소갈비찜과 밥, 그리고 마늘반찬을 줬는데, 다른 반찬도 줬는 지 안줬는 지 전혀 기억이 안나고 오로지 마늘만 기억이 나요.
당시 그 마늘은 고추장에 버무린 것이었는데 장아찌도 아닌 것이, 단순한 무침도 아닌 것이. 물론 먹으면 입에서 마늘냄새가 진동하지만 맵지도 않은 것이 너무 맛있었어요.
제가 마늘을 무지 좋아하고, 음식을 만들 때도 양념중에서도 유난히 마늘을 많이 넣는데 그 까닭이 바로 이 찜백의 마늘 탓이 아닌 가 싶어요.

하여간 마늘쫑도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그동안 하는 방법을 몰라서 시도를 못해보다가, 올핸 드디어 꽃게님 덕에 마늘쫑장아찌를 하게 됐어요. 소금물에 삭힌 마늘쫑에 고추장소스를 붓는....(어떻게 하느냐고 댓글 달지 마세요, 키친토크 검색하면 바로 뜹니다).

그동안 선물로 들어온 고추장이나 장아찌 먹고난 후 생긴 이런저런 단지들이 늘 처치곤란이었으나 버리긴 아깝고 달라는 사람은 없고 해서 주욱 모아뒀는데...
그 단지를 하나 꺼내 깨끗이 씻어서 말리고는 마늘쫑을 또아리틀어 담은 후 고추장소스를 붓고...
얼마나 흐뭇하던지.
그런데 그 고추장소스가 너무 많았던 건지, 아님 마늘쫑이 너무 적었는지  적지않은 양의 고추장소스가  남았어요.
뭘할까 고민하면서 일단 냉장고 안에 넣어뒀는데, 그 '찜백'의 좋은 파트너 고추장에 버무린 마늘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저런 책을 뒤져보니 마늘을 고추장에 박으려면 일단 식초에 5일 정도 담가두라고 하네요. 그래서 장아찌 단지를 또하나 꺼내 깨끗이 씻은 후 깐 마늘을 담고 하인즈 식초를 부었어요.
오늘이 바로 5일이 되는 날. 식초에 담겨져있던 마늘을 체에 받친 후 단지에 담고 고추장소스를 부었어요. 꽃게님 고추장소스는 다소 껄죽한 건데 전 그 소스에다 멸치+다시마+표고를 푹푹 끓인 국물을 조금 부어 다소 묽게 만들어 부었어요.

그리고 보니 다용도실에 마늘쫑이 담긴 단지, 마늘이 담긴 단지, 그리고 감식초가 담긴 단지...
바라만 봐도 흐뭇하긴 한데...그런데 제 자리를 찾아주지 못해서 좀 미안하네요.
햇빛 잘드는 단독주택의 장독대까지는 아니어도, 단지들이 제가 품고 있는 먹거리를 잘 익혀내는 그런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 건데, 이건 남의 집 살이하듯 엉거주춤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3.6.19 10:03 PM

    매실 유리병도 있쟎아요. 이것도 항아리과 맞죠? 저장식품이니까.........
    제가요. 몹쓸 병이 생겼는데,...혜경님이 무슨 저장식품 만들었다고 하면 꼭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째야 낫는데요. 돈도 마니 깨지고, 시간도 마니 깨지고, 몸도 고단하고.....오늘부터 마늘, 마늘쫑이 꿈에 나오겠구나........누가 나 좀 말려줘요!!!!!

  • 2. 김혜경
    '03.6.19 10:07 PM

    우짜면 좋심니꺼!!

  • 3. 꽃게
    '03.6.19 10:26 PM

    우리집 장독대.
    단독주택에 살아도 온전한 엣날 집 같은 주택이 아니어서....
    우린 2층을 쓰거든요.
    그 한층 오르내리기 싫어서 넓은 마당 두고 항아리를 모두 2층 다용도실 옆 옥상으로 끌어올렸어요.

    어머님 쓰시던 옛날 항아리...
    여나믄살 먹은 아이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의 항아리가 5-6개, 그것보다 조금 작은 것들이 층층으로 몇개씩 해서 열서너개 될 것 같네요.
    그리고 한아름에 안아지지도 않는 큰 떡시루...
    옛날엔 그 항아리를 다 쓰셨다니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고, 얼마나 많은 식솔들을 해 먹이셨는지 짐작이 가더라구요.
    지금은 그리 큰 항아리들이 필요 없어서 중간 크기 (물이 세말 들어가는) 두개 는 제가 장 항아리로 쓰고 나머진 다 비워 두었어요.
    장을 담궈 보니까 항아리에 꽉 차게 담는 것이 좋더라구요.
    된장항아리가 적당하지 않아서 주말엔 항아리 사러 안성에 가볼까 해요.
    인터넷 검색해서 알아두었는데 천연유약 써서 옛날과 같이 만든다고 소개되어있더라구요.

    매일 어머님이 항아리 닦으실 땐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장담는 걸 제가 하고 부터는 저도 모르게 항아리를 닦게 되더라구요.
    오늘도 햇볕에 장이 너무 졸아드는 것 같아서 들여다 보다가 손댄 김에 아침에 한번 닦아 놓고 출근 했는데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어요.
    친정엄만 그런 절보고 맨날 힘든데 그런 것 너무 신경쓰지 마라 하시지만, 보고 살은게 그거니 어쩌겠어요.
    요런 일들도 재미가 있으니가 하지요. 먹고 살으라고 억지로 하라면 하겠어요????

  • 4. 김혜경
    '03.6.19 10:28 PM

    그럼요.
    일하면서 밥해먹는 거, 잘하든 못하든, 우리가 요기 모여 한마음이 되는 건 밥해먹는데 다 취미가 있어서 그러는 거죠.

  • 5. 꽃게
    '03.6.19 10:29 PM

    정말 자스민님 중병에 걸리셨네요.
    82cook을 끊으세요. ㅋㅋㅋㅋㅋ

  • 6. 지네네
    '03.6.19 10:34 PM

    ㅎㅎㅎㅎ 이런 저런 이야기 하시는거 보면 참으로 정갑갑니다여^^
    저두 어서 나이들어 이렇게 여유로운 생활을 할수있기를....ㅎㅎㅎㅎㅎ
    제가 나이 들어두 여기는 계속 있겠져, 있기를...그래서 딸 낳으면 갈쳐주고 싶네여*^^*
    오널 하루도 마무리 잘 하셔여,.. 어제 하다만 매실잼이나 저어야겠어여 ㅡㅡㅋ

  • 7. 김새봄
    '03.6.19 10:38 PM

    (새삼 뒤늦게 알고)꽃게님 직장맘이셨어요?
    저 지금 놀라서 눈이 똥그래 졌어요.
    그런데 장까지 담궈 드세요?

    헉~ 전업이면서 귀차니즘에 항상젖어 간단 스피드를 외치는
    전 정말 반성히야겠습니다.

    (매실얘기 한창일때 중얼중얼 흔들리지마라 했는데 또 한번 중얼중얼 해야겠습니다)

  • 8. 꽃게
    '03.6.19 10:57 PM

    새봄님
    모르셨어요?? ㅋㅋㅋㅋ
    그런데 사실은요 장담그는 것 아무 일도 아니예요.
    메주쑤기가 어렵지...
    좋은 메주만 구하면 세상 쉬운게 장담그는 일이거든요.

  • 9. Jessie
    '03.6.20 1:49 PM

    허걱. 저도 깜딱!!! 꽃게님 직장맘이세요?
    난 직장다녀야해서 아무것도 안해.
    아무것도 못해..하고 살았는데
    아이고야... 이젠 엄살도 못부리겠군요!

  • 10. 장돌모
    '03.6.21 10:18 AM

    꽃게님처럼 너무 잘하시면 안되요
    다들(특히, 남편) 너무 쉬운건가보다 하고 생각하니까요
    전요 적당히 포기하고 살아요
    저도 결혼해서 바로 단독에 살때 항아리 대여섯게 샀는데 이젠 이사다닐때
    애물 덩어리로 전락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오이지 담가서 담가 두니깐 좋더라고요
    나이들면 저도 장 담갔으면 하는데 지금은 희망사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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