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좀 일찍 먹고나면 자기 전에 뭔가 군입을 다셔야 잠을 이룰 수 있지 , 그렇지 않으면 주린 배 움켜쥐고 잠을 청하는 내 신세가 처량해서, '살이 뭔지~~'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가 옛날 엄마가 아버지에게 해드리던 '추억의 밤참'에까지 젖어들면 간식 못먹게 하는 kimys가 원망스러워지고...
"세상에 장모님처럼 잘하는 부인은 아마 없을거야, 당신도 장모님이 장인께 잘하는 걸 보고 자랐으니 난 걱정없다!!"
kimys가 자기 장모에게 보내는 찬사예요. 진짜 최고의 찬사죠.
저희 친정어머니는 아버지더러 '밉다 밉다' 하면서도 참 잘해드려요, 옛날에는 더했구요.
돼지족발(발톱쪽 작은 발)을 사다가 집에서 면도칼로 잔털을 다 밀어서 손질한 후 삶아드리기도 했구요, 청수냉면 삶아서 송송 썬 김치랑 참기름 넣고 비빔면 해드리기도 했구요, 그리구 제일 자주 등장했던 밤참은 두부예요. 두부를 뜨거운 물에 삶아서 잘 익은 김장김치 얹어서 먹는거죠.
이게 30년전도 더 전 얘기에요. 아버지 밤참 드실 때면 우리 삼남매 잠자리에서 내복바람에 벌떡 일어나 머리 들이밀면서 한 자리 차지하고...아버지는 돼지발톱 하나라도 고루 돌아가도록 나눠주시고, 두부 한입이라도 더 제비새끼 같은 자식들 먹이려고 먼저 젓가락을 놓으시고.... 정말 이런 생각하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곤 하죠.
하여간 저희 친정엄마에 비하면 전 kimys에게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요새야 비빔면 찾으면 라면 끓이듯 하나 삶으면 되고, 족발 찾으면 전화통만 붙잡으면 되고...
두부도 그때는 어쩌면 그렇게 맛있었는지...
사실 저 두부 되게 싫어해요.
아니 전 건강에 좋은 음식들 별로 안 좋아해요. 과일도 별로, 채소도 별로, 콩은 아예 입에 안대고, 두부 싫어하고, 보리는 식도로 아예 넘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음식은 돼지고기, 닭고기, 초콜릿, 커피, 고구마, 마른 오징어 뭐 이런, 건강식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들이죠.그래도 피부 좋은 거 보면 불가사의라고 친구들이 놀래요.
제가 '일. 밥.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을 때 우리 편집장(김수희 편집장) 기가 막혔다는 거 아닙니까?
명색이 요리책인데 두부요리라곤 마파두부 바지락두부찌개 이정도니..., 오죽하면 "선생님 두부 안드세요?"하고 전화를 했더라구요. 제가 먹는 두부, 그 수준이거든요. 옛날 생각하면서 간식으로 김치에 싸먹는 두부와 호프집에서 술안주로 파는 두부김치, 그리고 바지락 두부찌개와 마파두부.
그런데 말이죠, 확실히 식성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잘먹던 곰국류가 싫어지고 더덕이니 도라지니 하는 '풀떼기'(예전에 이런 반찬만 있으면 엄마에게 우리가 송아지냐고 항의했었는데...)가 좋아지는 가 하면 두부와 조금씩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일. 밥.'을 출판한 디자인하우스가 '일. 밥.'다음으로 '에브리데이 두부'라는 책을 내놨는데 그 책이 그렇게 기다려지는 거 있죠?
드디어 오늘 김수희편집장과 점심을 먹고 그 책을 뺏어 왔는데..., 책 내용에 앞서, 김수연씨였던가요,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두부포장 자르는 칼이 부록으로 달려있는 게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물론 전 하나 쓰고 있지만 그걸 보는 순간 얼른 우리 82식구들에게 알려줘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그래서 아직 책 한장도 못 읽어보고 이거부터 올려요. 아마 편집장이 풀무원으로 부터 협찬받았나봐요. 요거 크기가 한 5Cm정도 되고 뒷면에 자석이 있어 냉장고나 전자렌지에 붙여놓고 쓸 수 있어요.
서론이 좀 길어졌네요. 지금부터 '인어아가씨' 할 때까지 책 내용 볼거거든요.
본격적인 두부요리는 내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