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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제 목 : 돼지 곱창으로 만드는 [내포중탕]

작성자 : | 조회수 : 12,023 | 추천수 : 1,116
작성일 : 2002-10-01 21:26:27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찌갠데 이 역시 책에서는 빠져스리...


제가 스포츠 신문에 입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당시는 스포츠 신문의 정기휴일은 야구경기가 없는 매주 월요일이었어요.
당시 친정어머니와 살던 제 월요일의 시간표는 항상 일정했어요. 아침에 차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딸아이를 등교시키고 그 길로 대중목욕탕으로 직행,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나오죠. 그러면 얼마나 노곤하던지…. 집에 돌아와 한잠 더 자고 있노라면 어머니가 뭔가 특별한 메뉴로 점심을 준비해 놓고 저를 깨우죠.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때 코끝을 간질이는 그 구수한 냄새는? 그건 순대 파는 집에 가면 순대에 곁들여주는 돼지의 내장들로 끓이는 찌개였어요. 엄만 이건 곱창찌개라고 부르셨어요. 소의 곱창으로 한 건 곱창전골, 돼지의 곱창으로 한 건 곱창찌개라고 나름대로 구별을 하셨던 거죠.

간이랑 허파랑 염통이랑 창자랑 보사리감투(사전에는 보살감투라 나와있네요)같은 각종 돼지의 내장을 굵은 소금으로 냄새가 나지 않을 때까지 박박 문지른 다음 깨끗하게 씻어서 삶아낸 것이 주재료죠.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어머니는 재래시장의 단골 순대집에 아침 일찍 가셔서 막 삶아낸 돼지의 내장들을 근으로 달아서 사오셨어요.

냉장고 안에 있는 양파, 호박, 풋고추, 당근 같은 야채들을 냄비 바닥에 푸짐하게 깔고 그 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돼지 내장을 듬뿍 얹은 다음 육수를 붓고 양념장을 풀어서 끓이죠. 육수는 그냥 맹물도 상관없고 멸치국물을 내서 쓰면 더 맛있고요. 양념장은 멸치국물이나 맹물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후춧가루,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을 넣어서 불린 다음 풀어넣어요. 그 위에 어슷하게 썬 대파도 얹구요.
아, 그리고 깻잎이 꼭 들어가야 되죠. 깻잎이 들어가야만 비로소 그 향긋함으로 해서 맛이 완성되니까요. 이 찌개 하나면 밥 두 그릇도 문제없었답니다..

글로만 읽고 이 찌개를 상상하면 '느끼해서 그걸 어떻게 먹어?'하겠지만 그렇게 느끼하지 않아요. 순대 먹을 때 먹던 돼지의 간보다 덜 퍽퍽하고 덜 느끼해요. 아니 오히려 칼칼한 맛이 더해져 추운 겨울에 정말 ‘따봉’이에요. 나중에 어떤 책에서 보니 이런 비슷한 음식이 북한지방에 있는데 이름이 내포중탕이더라고요. ‘내포’는 내장이란 뜻이래요.

벌써 해가 짧아지고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스산한 기운이 들어 뭔가 칼칼하면서 따끈한 것이 그리워지죠? 이런 음식은 어떨까요? 남편들 술안주로 괜찮을 듯 싶은데...
김혜경 (kimyswife)

안녕하세요?82cook의 운영자 김혜경 입니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정희
    '02.10.3 9:46 PM

    정말로 따봉~!
    날씨가 쌀쌀해서 준비했는데 남편과 나는 정말로 맛있게 밥 두공기 뚝딱했어요. "천년의 아침-소주" 와 함께 ..... 술맛이 달더군요.
    남편이 계속 얼큰하고 시원하다고 감탄해줘서 으쓱해졌죠. (^*^)
    냉장고에 짜투리로 남아있는 야채를 듬뿍넣어서 흐믓~
    근데 간과 허파는 별로인 것 같아요. 우리집 입맛에는 ......

  • 2. 김혜경
    '02.10.3 11:22 PM

    간이 좀 퍽퍽 했나부죠?
    염통이나 보사리감투는 먹을 만하죠??

  • 3. 세바뤼
    '04.6.11 9:10 AM

    열심히 연습해놨다가 남푠생김 술안주로 해줘야겠어요...
    만들어도 먹어줄 사람도 없구..
    흐흑~~^^*

  • 4. 김혜경
    '04.6.11 3:25 PM

    세바뤼님...정말 모든 글에 댓글 다셨나봐요...세바뤼님 따라 다니느라,,,헉헉,,,,

  • 5. 박하맘
    '04.10.16 6:36 PM

    울아들 가졌을때 어찌나 이게 먹고싶던지요.....

  • 6. 레인보우
    '04.11.25 11:46 AM

    히히..저 간이랑 허파.이런거 넘 좋아합니다..
    보사리 감투가..꼬둘거리는거지요?
    전..이걸..귀라구 부르지요..왠지 귀의 형체인거 같아서리..ㅋㅋ
    그럼..친구들이..기절을 하구 도망을 갑니다..귀까지 먹냐면서..ㅋㅋ

  • 7. 잠비
    '05.2.11 10:52 PM

    ㅎㅎㅎㅎㅎ 갈수록 마음에 듭니다.
    기운 없으면 순대국 한 그릇 사먹고 힘을 얻는데, 언제 돼지 내장 사러 재래시장에 갑니다.
    꼭 가야 됩니다.
    우리 동네 무봉리 순대국 집에서 섭섭하다고 할 것입니다.

  • 8. 억순이
    '09.7.23 2:09 PM

    정말로 쉬운방법이네요
    오늘저희식탁위에올려도 좋겠네요

  • 9. 원추리
    '11.5.24 12:37 PM

    역삼동에서 근무할때 서초동순대국이었나 간판이름이 가물가물,,,,,
    좀 걸죽한 음식은 잘 못먹는데 그때 처음 너무 맛있게 먹었던기억이..
    벌써 20년전이넹....
    그 후로 가봤더니 개발지로 변했더군요,,,
    그 집은 누린내 전혀 안나고 구수한 냄새만 났던기억이....
    그 뒤로도 그 집만큼하는 집을 못 만났어요....불행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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