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배추를 사다 절이는 것도 아니고,
절인 배추를 씻어 건지는 것도 아니고,
채장아찌를 버무리는 것도 아니고,
배추 속 넣은 것도 아니고..
아무 일도 안하고, 한 일이라고는 지갑만 두둑하게 채워가지고,
김치통 열몇개에 고춧가루, 마늘, 젓갈, 생물생선, 찹쌀풀만 들고가서, 해오는 김장인데...
일이라고는 그저 채운 김치통은 치우고 빈 김치통 놓아드리고, 차에 실어만 가지고 오는 김장인데..
뭐 한거 있다고 이렇게 피곤한 지 모르겠어요. ㅠㅠ....
고단하다, 힘들다고 하기도 미안한 김장을 마쳤습니다.
저희가 해가지고 오는 농장, 다른 곳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먹히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가만히 계산해보니까 사서 먹는 김치보다 40%는 비용이 덜 먹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직접 절이고 담고 하면...만들어 먹는 것이 정말 싼 것 같아요.
![](http://www.82cook.com/2008/1125-1.jpg)
김장을 손수 했든 아니든, 김장날엔 돼지고기 수육을 먹어줘야합니다.
남의 손을 빌려서 김장을 한 관계로 기운이 남아돌아서..ㅋㅋ...삼겹살찜을 두가지 맛으로 했습니다.
약 두근쯤 되는 삼겹살을 네토막 내어서 찜통에 40분간 쪄낸 다음
두가지 양념에 다시 쪘어요.
![](http://www.82cook.com/2008/1125-4.jpg)
![](http://www.82cook.com/2008/1125-5.jpg)
하나는 이것입니다. 쪄낸 삼겹살을 맛간장, 물, 생강, 그리고 팔각을 넣어 다시 쪘어요.
팔각 덕분에 약간 중국식 느낌이 나는데..kimys는 이것이 더 입맛에 맞다고 합니다.
팔각소스에 조린 이 것은 속쌈과 함께 먹었습니다.
![](http://www.82cook.com/2008/1125-2.jpg)
![](http://www.82cook.com/2008/1125-3.jpg)
또 하나는 맛간장에 통후추와 유자청을 넣고 조려냈습니다.
약간 달콤하고, 유자향도 남아있고, 그리고 더욱 반지르르 윤기가 돕니다.
저는 이게 더 맛있었요.
특히 배에 올려먹으니까, 고기 답지 않은 개운함까지...
![](http://www.82cook.com/2008/1125-7.jpg)
김장김치를 항아리 담아서 익힌 후 덜어다 먹던 몇년전 김장김치가,
솔직히 지금 김치냉장고에 바로 넣는 것보다는 훨씬 맛있었습니다.
그렇지만..그렇게 익힐 수 없어, 지금 방식대로 김장을 담그는 것인데...
우리 82cook의 아주 초창기부터 회원이신..( 아마 초기 가입회원 1천명 안에 드실 거에요.. 그분...)
그런 우리 82cook 식구께서 사각옹기김치통을 하나 보내주셨어요.
써보고 솔직하게 평을 해보라고 하시며..
써보지도 않고, 일단 요렇게..평을 했습니다.
'용기 자체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이렇게 무거운데 여기다가 김치까지 넣으면 어디 들 수나 있겠나?'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요기다가 김치를 얼마나 넣을 수 있겠나?'
'그리고 아무리 옹기지만, 가격이 너무 쎄다!'
요렇게요...제가 좀 냉정하게 평을 하는 관계로...서운한 회사가 무척 많은 것 같아요...ㅠㅠ...
![](http://www.82cook.com/2008/1125-8.jpg)
암튼, 그랬더니..
'김치를 넣어도 생각보다 덜 무겁다' '김치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이런 답변을 들었습니다.
어디 그럴라구..하고 오늘 가져가서 김치를 넣어봤는데...
꽉 채우지도 않았는데..2포기반, 그러니까 쪽으로는 10쪽이나 들어가네요, 배추 포기가 적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무게도 이상하게도 빈 용기 일 때나 김치를 넣었을 때나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이제 중요한 건 김치 맛이죠...
플라스틱 김치통에 넣은 것과 비교해봐서 정말 맛있으면...이제 남은 건은 김치통의 가격인데...
정말 맛이 좋으면 공동구매를 해서라도 몇개 갖고싶다는 생각입니다. 김치맛은 어떨지...기대해주세요.
아참, 제가 김치하는 농원에 대해 물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던데..여기다가 그냥 공개할게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상리 296-6 입니다. 네비게이션 찍으면 금세 찾으실 수 있습니다.
전화는 031-855-5094인데, 이 번호 보다는 011-9035-3796으로 하시는 게 나아요.
농장주의 처남되시는 분이 김장을 관리하세요. 이 분 핸드폰입니다.
전화 하실때...농원사정을 잘 아는 듯 "삼촌이세요?"하고 물어보세요.
김장하는 비용은, 각각의 값은 잘 모르겠고,
10포기에 9만원을 내면, 절인 배추 10포기, 거기에 들어갈 무채, 파, 쪽파, 갓, 생강을 줍니다.
그리고 아주머니 두분이 배정되어서, 속 버무리는 것부터 넣는 것 까지 전부 해주십니다.
집에서 고춧가루, 젓국, 간 마늘, 풀, 생물 생선 등을 가져가야 하는데, 거기서도 고춧가루나 액젓은 따로 돈받고 팔아요.
아, 김치에 넣는 격지무(석박지 무)는 따로 5천원, 1만원, 2만원 단위로 팔아요.
그 삼촌의 부인, 그러니까 그냥 "외숙모"로 불리는 분이 계시는데 이분이 간을 잘 봐줍니다.
아주머니들이 속 버무릴 때 옆에서 고춧가루며 젓국을 넣다가,
간이 자신 없다면 이 외숙모를 오시라 해서 봐달라고 하면... 잘 봐줍니다.
또 속을 넣어주시는 아주머니들이 여러분 계시는데,
그중에는 속을 너무 많이 넣는다거나, 손이 좀 느리다거나 뭐 그런 분들도 계세요.
우리 집은 늘 "보미할머니"가 넣어주세요. 젤 마음에 들게 해주시거든요.
![](http://www.82cook.com/2008/1125-6.jpg)
작년이나 재작년만해도, 이 부부농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 82cook 식구들 가시라고 못 권했습니다.
예약이 밀려있어서, 제대로 못해오시면...소개한 제가 미안하잖아요.
그런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 김치 담그러 오신 분들이 적어서 뜻밖이었습니다.
저 혼자, 경제도 나쁜데, 다른 집 보다 절인 배추 값이 비싸고, 또 공임까지 치면, 부담이 커서 그런가 보다 생각해봤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저도...솔직히 김장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절인 배추 사다가 집에서 담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친정어머니랑 둘이서 50포기 정도 속 넣을 것도 좀 걱정이 되고,
또 커다란 양푼 설거지가 끝없이 나올 걸 생각하니까 무서워서, 그냥 그곳에서 했어요.
'에잇, 돈...다른 곳에 덜 쓰지...'하면서요.
김치는 담아야겠는데, 설거지도 무섭고, 손도 없고 하시는 분들은 한번 생각해보세요.
오늘...배추를 너무 적게 주문해서, 가져간 김치통을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고 하니까,
삼촌이 덤으로 배추 몇포기 주셨어요.
그 뇌물로 받은 배추 때문에...코가 꿰어서...이렇게...부부농원 홍보우먼이 되어버렸네요.^^;;
혹시 가서 김치를 하실 분들, "배추 안좋으면 김혜경씨에게 이를 거니까 좋은 걸로 잘 달라"고 하세요.
그럼 포기도 실하고, 말만 잘하면 저처럼 덤도 몇포기 얻으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