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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오크침대

| 조회수 : 5,686 | 추천수 : 50
작성일 : 2010-12-23 16:05:32


너무 오랜만에 드리는 인사라.....김장 이야기를 이제서야 꺼냅니다.^^

김장들은 다 하셨는지요.

제가 사는 집은 단독주택이긴 하지만 김장을 할만한 장소가 마땅치는 않습니다.

마당은 너무 춥고 거실에서 하자니 마룻바닥이 걱정이고...김장 용기조차 애를 끓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김장용 비닐에 배추를 절이고 꽁꽁 묶어놨다가 데굴데굴 굴려가면서

절였습니다.





늘 전쟁같은 이틀 행사지만 올해는 이틀동안 밥도 대충 해먹고 짜장면 시켜먹고...

점점 느는 건 잔머리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ㅎㅎ





시어머니시집살이는 갈수록 수월해진다더니..ㅎㅎ 이제 제가 간을 아예 꺼내놓고 살려고 하나봐요.

어쨋거나 김장은 이리 끝이 났습니다.





여름부터 집앞 초등학교 강당에서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습니다.

운동량이 많아서 처음엔 몸살도 많이 했는데 이젠 제법 재미가 있습니다. 운동량은 많은데...

집으로 돌아와 매번 식은밥 뒤처리를 하는 통에 몸무게는 제자리입니다.





제가 사는 대구는 눈이 정말 귀한 곳입니다. 얼마전에 정말 흩뿌리듯이 조금 내린 첫눈을 빌미 삼아

집앞 방송국 건물 꼭대기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했습니다.

밥을 바깥에서 사먹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어 하시는 어머니께서 이모님들과 서울 가신 틈을 절묘하게

맞춘 덕에 할 수 있었던,

백만년만에 외식.





직장내 야구동호회 차출 당해서  처음엔 억지로 끌려다니던 남편이 어느순간

집으로 야구용품 택배가 자꾸 오더니..

레슨을 받는다며  낙동정맥이니 백두대간이니 몇년을 주말 과부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젠 주중도 없고 주말도 없습니다.

얼마전엔 천하무적 야구단과 시합도 있었답니다.







여름부터 만들기 시작하던 오크 침대가 어제 드디어 집으로 왔습니다.

1600 * 2200 사이즈라...크기도 컸고...오크라 무겁기도 해서 힘이 많이 들었던 녀석입니다.





갈비살로 만들어 매트리스를 얹을까 했지만 어차피 오래 써야 할 물건이기에

평상형으로 조립을 했습니다.





새로 만든 가구를 집으로 들여오면...한동안은 그 녀석 냄새로 온집안에 가득합니다.





제 방엔 화장대가 따로 없어 책상과 함께 두었는데 협탁 둘 자리가 마땅하지 않지만

일단은 둘다 포기할 수 없어서 좁아도 저리 쓰기로 합니다.





아이들 방에 편백나무 침대와 통일감은 주었지만





다리부분은 목선반 작업을 더해서 좀 클레식한 기분을 내봤더니 역시나 한번 더 손이 간 부분에

마음이 더 갑니다.





뽀얀 톱밥 먼지 속에서 벌써 4년이란 세월을 목공소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면...얼마나 힘든일일까요.



목공소에서 귀가길..



순환3번을 타고 대구호텔 앞에서 내린 다음 횡단보도 앞 크라운베이커리에서 30%할인하는 빵을 8천원어치 샀다.

차가운 밤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해보고자 빵집 안에서 허리를 굽혀 유리창 밖으로 쳐다보다가 푸른색 신호로 바뀌자 냅다뛰었다.



건너자마자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가려는데 방금 선듯한 택시 안에서 이십대초반의 남학생이 만취한 여학생을 부축해 내리다 지탱하지 못하고 함께 쓰러진다.



조금 서서 지켜볼 요량이었는데 택시 문앞에 쓰려진 탓에 문이 열려진 택시는 오도가도 못하고 남학생은 연신 '경아~'만 외쳐댄다...







내가 다가가서



-제가 좀 도울까요?



먼저 물어보고 여학생을 함께 부축해서 인도 위로 끌어올리려 했는데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여학생의 몸은 물 먹은 솜마냥 꼼짝을 않는다.



일단 택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끌어내서 택시를 보내고 남학생 등에 업혀보려 했지만..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마침 길가던 아저씨 두 분께 부탁을 드렸다.



-여자분인데...제가 부축해도 되겠습니까?



다행이 두 분중 한 분이 여학생 등뒤에서 주먹 쥔 양손을 겨드랑이 사이로 뻗어 반쯤 일으켜 세운 다음 남학생 등에 업혀주셨다.



여학생보다 좀더 마른 듯한 남학생은 힘겹게 일어나서 몇번이고 고맙다 인사를 한 다음 골목길로 사라졌다.







뻘쭘하게 남은 길가던 우리 셋도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빵을 담아오던 비닐봉투에 아까 여학생의 토사물이 좀 묻어 냄새가 났지만...난 어두운 골목길을 피식 웃으며 걸어왔고



이 밤중에 나를 컴퓨터 앞에 앉게 한다...







젊다는 건



어쨋거나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



분명 혜택이다.







무슨 일로 술을 그리 몸도 가누지 못할만큼 마셨나 알 순 없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리 끝까지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연신 토를 해대도 맨손으로 털어내며 차가운 밤바람에 행여 감기라도 들세라 자신의 옷을 벗어 걸쳐주는 남자친구를 가진 것도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불과 얼마전까지도 변화는....변질이라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므로...



사랑을 하면서도 이별의 순간을 두려워하고



행복한 순간조차도 곧 사라질까 불안해하며....그래서 더더욱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그러더라.



돌도 변한다고.







그래.



변하지 않는 건 없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그 너머의 다른 진실이 보이더라.



변하지 않는 건 없으므로



지금 내 앞에 일어나는 순간순간을 어떠한 의심도 없이 진심으로 맞이해야겠다는.

아니 그리 맞이해야 한다는.



새해가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계획들로 설레고 계실까요.








민제 (akuby71)

작더라도 매일매일 한 발짝씩 내딛는 삶이길 바라며...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라이
    '10.12.23 5:17 PM

    침대가 아름답네요.
    글...잘 읽었습니다^^

  • 2. yuni
    '10.12.23 5:18 PM

    가구도 아름답고 쓰신 글도 참 아름답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없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그 너머의 다른 진실이 보이더라.

    좋은 말 입니다.

  • 3. 재현세연맘
    '10.12.23 6:05 PM

    침대가....예술이네요
    참 표현력 떨어지네요 ㅋㅋ

    저도 엊그제 쇼핑센터 화장실에서 아가씨가 정신줄 놓고 쓰러져 있는 모습을
    봤지요. 경찰도 오고....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천하무적 야구팀... 저희 도련님도 사진에 보이네요 ㅋㅋ

    글 끝에 눈물이 핑 도는 건 무엇일까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4. 단추
    '10.12.23 6:35 PM

    민제님 너무 오랫만이세요.
    자주 글 좀 쓰셔요...
    민제님 글과 사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그나저나재현세연맘님 도련님은 과연 누구실까나...

  • 5. 이층집아짐
    '10.12.23 7:20 PM

    저희 남편도 한때 야구에 미쳐 살던 때가 있었더라는....
    그러다 어느날 슬슬 선수에서, 감독, 구단주까지 하다가 퇴출...ㅋㅋ
    남편더러 침대 한번 만들어보지, 했더니
    마눌이 단가를 너무 낮게 쳐줘서 안만들어준답니다. ㅋㅋ

  • 6. 안젤라
    '10.12.23 8:08 PM

    저희 남편도 이제 슬슬 새로운 취미를 붙여야 할텐데 걱정이예요
    목공일을 취미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오토바이를 타시겠다네요
    예전에는 그림을 그리고도 싶어했는데 ---

  • 7. 소박한 밥상
    '10.12.23 8:12 PM

    불과 얼마전까지도 변화는....변질이라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참 섬세한 표현이 훌륭하십니다.
    대구는 경남타운에 삼성 선수들이 많이 살았었는데 요즘도 그런가요 ??
    경고와 대구상고를 필두로 야구 펜들이 많은 곳이죠
    침대에 대한 언급은 다른 분들이 많이 하실거고 ... 오래간만이네요 ^ ^

  • 8. 별꽃
    '10.12.23 8:13 PM

    나무냄새 맡으며 잠자보고 싶네요......

  • 9. 수늬
    '10.12.23 9:09 PM

    민제님 오크침대 보러 들왔다가,바로 배추란 반전?이 나오길래 웃다가...
    아래 글로 숙연해집니다...
    좀 그럴싸한 새해계획을 세워야는데...당장 코앞에것만 생각이 납니다...
    어떻게하면 초딩아이와 이 험난한 방학을 잘 지내겠는가...하는...ㅎㅎ;;

  • 10. 수늬
    '10.12.23 9:10 PM

    민제님 오크침대 보러 들왔다가,바로 배추란 반전?이 나오길래 웃다가...
    아래 글로 숙연해집니다... 오크침대 참 멋져요...
    좀 그럴싸한 새해계획을 세워야는데...당장 코앞에것만 생각이 납니다...
    어떻게하면 초딩아이와 이 험난한 방학을 잘 지내겠는가...하는...ㅎㅎ;;

  • 11. Harmony
    '10.12.24 12:19 AM

    배추 절이는 법,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네요.
    배추 위아래 뒤적이는게 대개 힘든 일인데
    비닐주머니에 꽁꽁 묶어서 굴리면 되는거군요.^^

    짜맞춤 침대 부럽습니다.
    앞으로 몇십년이고
    아들대에 물려주어도 되겠어요.

  • 12. 홍앙
    '10.12.24 9:36 AM

    그러게요 제가 참으로 해 보고 싶고 부러운 건 앞 뒤 가리지 않고 주위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한번 해 보는 건데요. 정작 멍석을 깔아놔도 정신줄이 놓아지지 않는....글 속에 녹아 있는 님의 마음이 느껴져 댓글달아 봅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길..........

  • 13. 빙그레
    '10.12.24 10:12 AM

    곱고 착하고 따뜻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느긋하고 진득하고 참을성있는 그런분....
    마음은 비단같고 남의 허물을 감싸안을 수 있는(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루를 일년으로 쪼개라도 쪼갤수 있는....순간순간 하나 하나 의미를 두고 이유가 있다고....그것도 이해를 하는...이곳은 참 신기하죠? 저를 질투 나게도 하고...부럽게도 하고...반성하게끔도 하고...정말이지 배울 게 너무 많아요...

  • 14. phua
    '10.12.24 1:27 PM

    뭔가가 통했나요??
    민제님 닉이, 따님의 닉이라고 착각해서 쓴 제 댓글을
    떠 올리며, 요즘음 뜸하시네.. 라고 요 며칠 생각했었는데..
    전.. 아직도 마음에 여유가 없이 인생을 사나 봅니다.
    대부분의 변화는 변질을 위한 자기변명으로만
    보고 단정하고 있으니...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두 편의 수필( 침대글,변화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

  • 15. 백김치
    '10.12.27 12:03 AM

    아...나도 딱 요런 침대가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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