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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귀한 선물에 감동하다

| 조회수 : 2,043 | 추천수 : 156
작성일 : 2009-04-23 09:43:58
수요일 아침의 일입니다.

수요모임에 참석하러 온 차승연씨가 부스럭대며 봉투를 하나 제게 내밀더군요.

제 것사면서 함께 산 것인데 그림 그리는데 쓰라고요.

안을 열어보니 제가 갖고 있는 색연필보다 훨씬 두께가 두꺼운 색연필 10자루가 들어있었습니다.

미대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판단으로 인해서 결국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공부했다는 그녀

그래도 마음을 끊지는 못했는지 유모차를 밀고 다니면서 다니기 시작한 화실

그 곳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평화롭다는 그녀가

드로잉을 시작한 제게 보내는 지지가 마음을 울리더군요.

색연필 이전에도 말로도 여러 차례 격려를 보냈습니다.

드로잉을 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들의 서클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천천히 오래오래 하라는 격려,단순하면서도 다정한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꼈던 일이 새삼

떠오르네요.



하고 싶으나 역량이 현저히 부족한 일앞에서 망서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던진 위로의 한 마디로

우리들은 힘을 얻고 앞으로 나갈 기운이 생기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고 나서는

저도 가능하면 자주 격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요일 함께 읽고 있는 책이 존 버거의 ways of seeing인데요,

저자가 당대의 압력(이렇게 그리는 것이 좋다는 커미셔너의 압력이라고 할까요?) 을 이기고 살아남는 작품들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그림이란 관점에서 뽑은 여러 화가중에서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갸우뚱하던

화가가 바로 샤르댕입니다.

그런데 샤르댕과 모란디 두 사람은 제게 정물화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 준 사람들이라

그렇다면 오늘 시간여유가 있으면 두 사람의 그림을 골라서 올려놓겠다고 약속을 했었지요.



어제 밤에는 집에 들어오니 보람이가 자신이 마시고 싶었던지 카프리를 사면서 제 몫이라면서 한 병을 따로

놓아두었더군요.엄마도 마시고 싶으면 한 병 마시라고요.

예정에도 없이 맥주 한 병을 마시고 나니 술이 약한 제겐 그것으로도 약간 취한 기분이라

그림을 볼 마음의 여유는 있었지만 (덕분에 샤르댕과 모란디의 그림을 맘껏 보았지만)

무엇을 쓰기엔 집중이 되지 않아서 그냥 미루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침이 되니 그림들이 떠오르면서 자연히 감사의 인사겸해서 그림을 다시 보게 됩니다.

오랫만에 알베니즈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요.



제가 여행갈 때 하는 일중의 하나가 현지에서 음반점에 들러 음반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 곳에 더 귀한 음반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구한 음반은 여행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까요?

서점에서 구한 책은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읽게 되기 어렵지만

음반은 다시 듣고 또 다시 듣는 과정속에서 그 당시의 일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이 그 지역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효과가 있어서요.

로마의 한 음반점에서 고른 몇 장의 음반을 일년에 서너 차례 들으면서 그 시간속으로 들어가는

그 묘미가 상당하다고 느끼곤 합니다.



요즘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다시 꺼내서 읽고 있는 중인데요

긴 여행을 떠나게 될 딸이 과연 이 책을 읽을만큼 성숙했을까,그녀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가방에

챙겨넣어줄 책인가 판단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읽기 시작한 책을 다시 몰두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로마에서 쓴 글들에는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녀가 이야기하고 싶은 심리적인

문제도 문제이지만 그 지역에 대한 묘사에 몰두하고 있는 제가 신기했습니다.






어제 밤 보람이와 이야기하면서 색연필 선물받은 일을 말한 다음


네가 엄마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아크릴 물감을 선물해달라고 주문을 해놓았습니다.

유화보다는 일상에서 조금 더 쓰기 편하고,다양한 용도가 있다고 하길래

이왕 마음먹은 김에 한 발 더 나가보려고요.



다음주에는 색연필을 선물한 그녀의 삼인전이 열리는 양천구청의 전시실에 가보려고 합니다.

어떤 그림과 만나게 될지 벌써 마음이 설레고 있네요.

artmania님이 친구라고 소개하면서 처음 데려온 공부모임,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철학모임

수요일 영어책 읽기 모임,영화모임,역사모임으로 이어지면서 정말 자주 만나게 된 그녀에게서 얻는

귀한 에너지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고른 샤르댕의 그림들






이 그림을 함께 보는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사는 공간의 아름다움에 눈뜨는 귀한 시간이 되길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kimdelhi
    '09.4.23 10:07 AM

    네이버 영어공부 카페에 관한 샘 글을 읽고 답글을 올리고 나니 이 글이 올라와 있네요. 그렇다면 거의 같은 시간대에 샘과 제가 이 카페에 접속해있었다는 얘기! 샘과 제가 사이버 세상에서
    연결되어 있는 유대감에 기뻐서 몇 자 적고 가네요. 오늘도 기쁜 하루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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