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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엘 에스꼬리알에 가다 (2)

| 조회수 : 1,440 | 추천수 : 24
작성일 : 2008-01-04 01:46:04


  여행 두 번째 날,사실은 첫 날이라고 해야 맞겠지요?

첫 날은 이미 어두워진 후에 도착했고 밤에 잡힌 일정은

자정 미사 보는 것 하나였으니 약간은 맹맹한 출발이었지만

그래도 하루 밤 푹 잘 수 있어서

둘째날의 컨디션은 아주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박물관,미술관은 다 휴관인 관계로

우선 로마 시대의 유적지 세고비아로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마포 사무실에서 일정을 잡을 때 어째 좀 헐렁하다 싶어서

물어보니 스페인이 나라가 넓어서 무리하게 스케쥴을 잡아도

다 볼 수 없다고,일단 헐렁한 아웃라인만 정하고 현지에서

정말 제대로 가이드 해줄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니

하나도 걱정할 것 없다고 장담하던 짱가이드님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첫 날 달랑 세고비아 하나만 볼 수 있는 것인가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으니까요.

세고비아에 가기 전 먼저 들른 곳은 역사책에서 읽다가

여기도 들러볼 수 있을까? 궁금하던 엘 에스꼬리알이었습니다.

이 궁전과 수도원,그리고 성당이 함께 있는 곳은

지금은 아예 지명으로 쓰이고 있는 곳이더군요.

펠리페 2세가 지었지만 우중충한 분위기로 인해서

사람들이 별로 살고 싶어하지 않았던 곳이란 글귀에

제 나름대로 선입견이 있어서일까요?

약간은 음침한 분위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간 길

오히려 겨울인데도 아직 가을 단풍의 노란빛이 그대로

바닥에 깔려있는 그 곳은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함께

놀러나오거나 미사를 드리려고 온 사람들의 웃음속에서

빛나고 있는 멋진 장소였습니다.







마침 성당에서 미사가 거행되는 중이라서

조심 조심하면서 성당안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한참 보다보니 어디선가 눈에 익은

이름이 나오네요.마침 스페인 회화란 책을 빌려서

읽고 간 덕분에 펠리페 2세가 엘 그레꼬의 그림에 반감을

갖고 그가 그린 그림을 걸어두지 않고서,다른 화가를 구해서

그에게 그림을 맡겼노라는 글을 읽었었는데 바로 그 화가의

그림이 여러 점 걸려있어서 참 재미있는 현상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름을 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림이 제겐 다른 인상으로

들어와 박힌다는 것,그러니 안다는 것의 작은 인연이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요?

그림을 둘러보다가 벽쪽에 있는 조그만 공간으로 모르고

들어갔습니다.그런데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어딘가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 현장이어서 주춤했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고해실이었던 모양입니다.

반대편에 있던 분이 아마 신부님이었겠지요?

나가라는 손짓을 하더군요,

고해하는 현장에 멋모르고 들어갔으니 얼마나 황당한

기분이었던지요.

언젠가 일년에 걸쳐서 통신교리로 카톨릭 입문을 마치고

막상 마지막 절차를 밟으려다가 아무리해도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어서 결국 유야무야된 일이 있습니다.

제겐 아직도 가끔 기억나는 사건?이기도 한데

왜 그 때 그런 마음을 먹었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이킨 것일까,무엇이 나를 거기로 인도했고 무엇을

나를 가로막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성당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곳의 성당에 갈 때마다 초 두 자루를 사서 불을 붙인 다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합니다 .

두 아이를 위해 기도하다가 혼자 피식 웃게 되기도 하지요.

존재자체에 대한 믿음도 없이 단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 모순을 아마 기도의 대상도 이해하실 것이라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미사에 참여한 케롤님을 기다리면서

성당과 연결된 곳들을 찬찬히 걸어봅니다.

그런데 이 모자간의 미소가 제 관심을 끌더군요.

찍어도 되는가 물으니 흔쾌히 대답을 합니다.







궁전안에서 만난 펠리페 2세의 동상입니다.

이 동상을 바라보니 이제야 드디어 스페인의 역사속으로

들어가는 실감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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