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고학력 사교육 종사자 입니다
중고등학생 입시 사교육은 아니구요..
저스스로도 그렇지만 직업 특성상 고학력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가족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주변에 고학력자들 밖에 없죠.... 어떤 애들은 자식이 똥 밟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아이 열심히 가르쳤고 최상위권이나 그렇진 않더라도 서울 사니까 그냥 집에서 학교 다니는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냥 제 기준은 국숭세단..정도 이런 데는 갈 수 있지 않을까 되게 막연히 생각했어요. 고1까지만요. 공부를 그렇게 잘 하지 못하니까 그 정도만 가도 되겠지.... 요즘 입시를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제기준 에는 그랬어요.... 지금 제가 이렇게 괴로운 건 그때 저의 생각은 겸손하지 못한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기도해요
그런데 과정에 충실하기가 진짜 세상 어려운 거더라고요 공부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과정에 충실한 거를 잘 체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진짜 아이 공들여 키웠는데 정말로 잘 탑재가 안 되더라구요. 근데 똑같이 키우는 둘째는 또 돼요. 그래서 저는 유전자가 랜덤 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식을 믿어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점수로 나를 기쁘게 해 줄 것을 믿는 게 아니라 결국 아이가 스스로 인생을 잘 살아나갈 거라는 믿음인데...
제 친언니도 그렇게 말했고, 고3 담임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시구요. 근데 현상을 보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그 아이가 당장 눈앞의 태스크를 두고도 찰나의 자기 스스로와의 싸움도 못이겨내는 데 나중에 어딜 가서 뭘 하려나.. 어디 가서 남 탓하고 다른 사람한테 민폐는 안 끼치려나 이런 걱정만 계속 들고요 주변 모든 고3 들이 어디든 다 합격을 하고 제 아이만 재수할 것 같은 망상도 들어요...
그래서 꾸준히 최선을 다하게 하고자 돈도 쓰고 (나대신 잔소리해주는 사람들을 각 처에 고용) 때때로 잔소리도 조금씩 하기도 하는데 아이 볼 때마다 복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ㅠㅠ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랄까... 안보고 살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아이 데리러 가는 길이 너무 쓸모없고 아깝게 느껴지구요 오히려 돈은 안 아까워요 그냥 쓰기로 작정한 거라 그런지.. 제 시간은 좀 많이 아깝네요.. 수능까지 몇 달 안 남았는데 성적표 받을 생각을 하니 그냥 마음이 안 좋고.. 어느 때는 조금 희망을 가져보다가 초등학교 삼학년 만도 못한 오늘 같은 날을 보면 정말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아요 ㅠㅠ
다 이런 상황을 지나신걸까요? 제가 지나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