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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밑반찬 3종 세트_호박전, 감자볶음, 두부케찹조림.^^

| 조회수 : 14,079 | 추천수 : 90
작성일 : 2008-11-19 10:28:02
지난 주말에 호박죽 하고 남은 반쪽으로 호박전을 부쳤어요.




우와... 호박 속 긁는 거 장난 아니에요. 진짜 팔 빠지는 줄 알았어요.
3분의 1 쯤 긁어 놓고는 눈물이 나더라구요. 내가 이 짓을 왜 시작 했을꼬 싶어서...
지난 주에는 빵 반죽 하느라 녹초가 되고, 이제는 호박 속 긁느라... 불쌍한 나의 오른팔.




1등 공신 채칼이에요. 손맛을 중히 여기는 탓에 채칼 잘 안 쓰는데, 일산 가면서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보자 싶어 과감히 구입했어요. 일산 간 첫 주말 마트에 들러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사고 싶은 게 어찌나 많던지... 여기서 저의 두배로 행복해지는 쇼핑 노하우 공개.

사고 싶은 건 고민하지 않고 카트에 넣는다. 돌아다니며 구입한 물건으로 할 일들을 상상하며
행복해 한다. 카트가 가득 찬다. 대충 계산해 보니 수십만원은 나올 것 같다. 그러면 가장 필요
없을 것 같은 물건 부터 하나씩 뺀다. 만원, 2만원... 돈 버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매장을 빙빙 돌며 하나씩 내려 놓을수록 내 지갑이 무거워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  

그날도 그릇이며, 베이킹 도구며 이것저것 마구 골라담다 보니 30만원이 넘어 버렸어요.
하나씩 내려 놓고 끝까지 살아남은 건 달랑 저 채칼 하나. 카트 끌고 계산하기 머쓱하더라구요.^^;
그래도 저게 만원이 훌쩍 넘는 양날 채칼이에요. 일제더라구요.





박박 긁은 호박에 찹쌀가루+맵쌀가루를 1:1 비율로 섞어 소금을 살짝 넣고 섞어줘요.
호박에서 물이 아주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물은 생략.





동글 동글 부쳐주기. 호박이 너무 부드러워서 모양 내기가 쉽지 않아요.
많이 부르니까 한쪽 면이 바짝 익었을 때 뒤집어 줘요.





씹을 것도 없이 입안에서 쫀득 쫀득 녹아 내려요. 남편이 너무 맛있다고 감탄. ^^





손톱 때문에 당분간 요리를 자제하기로 결심 했으나 호박 때문에 요리 본능 부활.
마트에 갔더니 두부 코너 아줌마가 1개 사면 하나 더 주는 행사가 어제까지였는데, 하나 숨겨
놨다며 두부를 내밀어요. 제 귀가 원래 얇은 편이 아닌데 왜 장보러 가면 그리 팔랑 거리는지
모르겠어요. ^^; 두부 한모를 깍뚝 썰어 케찹 조림하기로 결정.
이거 엄마가 어렸을 때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싸주셨던 건데...





노릇노릇 지져줘요. 바싹 지져줘야 식어도 쫀득쫀득한 상태가 유지돼요.
케찹 + 설탕 + 간장 약간 넣어 조려 주면 끝. 맛을 보니 엄마가 해주던 그 맛 비슷한 맛이 나네요...
엄마가 요리를 너무너무 잘하셨거든요. 옷도 잘 만드시고, 이것저것 솜씨가 좋으셨어요...
살림 하다 보면 틈틈이 엄마 생각이 배어 들어요.
이젠 돌아가신지 5년이 되어가서 요리하다 주방에 쪼그려 앉아 우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한참을 또 그렇게 우느라 사진은 없어요. ^^;





훌훌 털고 일어나 감자 볶음을 위해 감자 채썰기. 감자를 채썬 후 그냥 볶으면 전분 때문에 들러
붙어 떡이 돼요. 결혼 초에 감자 볶음 하다가 너무 당황해 꾹꾹 눌러 감자전으로 탈바꿈 시켰던
기억이... ^^; 채썬 감자를 물에 씻어 전분을 빼고 물기가 빠지도록 놔둬요.





스팸을 먼저 볶고. 주로 햄이랑 같이 볶는데, 명절 때 선물 받은 참치캔이랑 스팸이 아직 감당
못할 만큼 쌓여 있어 스팸으로. 스팸은 볶을 때 부스러져서 별로예요.





아, 색깔 이쁘죠? 스팸이 좀 짜니까 소금은 생략.





이리하여 이번 주도 밑반찬 3종 세트 탄생! 이제 겨우 수요일인데, 저게 다 바닥 났어요.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더좋은날들
    '08.11.19 11:21 AM

    자꾸만 스크롤을 올려 님의 아름다운 손톱만 들여다보게 되네요 ㅋ
    갑자기, 습진에 온통 까스라기 올라온 제 손이 부끄러워져요.
    오늘밤부턴 꼭 핸드크림바르고 장갑끼고 잘래요..

    호박전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스읍.. 침넘어가요.
    두부 깍뚝썰기해서 굽는 거 쉽지 않던데, 일일이 뒤집어줘야 하잖아요.
    감자볶음도 오랜만에 해봐야겠어요.

    이젠 눈물 뚝 그치셨겠죠?
    제 엄마가 세상을 떠나신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저 또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딸의 엄마이기에
    좀 더 책임감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하세요~

  • 2. 좌충우돌 맘
    '08.11.19 11:44 AM

    우왕...왕 부럽삼^^
    저는 시어머니 칠순잔치 하고 특별선물로 매니큐어 칠하는거 허락받았는데,
    저 정도 칠할려면 뭘하고 허락받을수 있을까요....ㅠㅠ

    학교다닐때 엄마가 싸 주시던 도시락 반찬 생각나네요^^

  • 3. 뷰티맘
    '08.11.19 11:49 AM

    예쁜 손으로 너무 맛있게 잘 만드시네요^^
    저도 엄마 생각만 하면 지금도 마음 아파요..ㅠ.ㅠ
    우리 힘내고 ,눈물 뚝 이예요^^우리도 엄마 잖아요..
    저도 오늘 두부 깍뚝썰기 해봐야겠어요.
    매일매일 좋은 레시피 감사 드려요.
    만년초보님,,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행복하세요^^

  • 4. 만년초보1
    '08.11.19 1:21 PM

    아우, 손톱 이야기 하시니 사실 좀 부끄러워요. 주부 손이 저 모양이라니...
    그래도 음식 할때는 손톱 밑까지 깨끗이 닦고 한답니다. ^^;
    좌충우돌 맘님 저도 결혼 초에는 명절에는 손톱 바짝 깎고, 매니큐어 다 지우고 갔어요.
    평소에 갈 때는 주먹 쥐고 있구요. ㅎㅎ 정말 그렇게 긴장 했던 시절이 있었네요.
    뭐 지금은 '어머니임~ 저 손톱 부러질거 같아서요, 이거 좀 해주세요.' 막 이래요. ^^;;;

  • 5. 쿠킹홀릭
    '08.11.19 2:45 PM

    저도 저 호박전 너무 좋아하는데 너무 맛있어보여요..
    감자볶음, 두부,저도 내일 반찬으로 해야겄어요.
    매일 뭐 해먹을까 고민인데 내일은 일단 해걸했네요
    만년초보님 감사합니다..꾸벅

  • 6. 만년초보1
    '08.11.19 4:30 PM

    쿠킹홀릭님 정말 반찬 종류가 너무 너무 많은데, 정작 밥 하려고 보면 생각이 안나죠?
    그래서 전 82cook이 너무 좋아요. ^^ 밥상의 힌트는 모두 여기서.
    이번 주말에는 오뎅 볶음, 호박나물 하려구요. 나머지 하나는 뭘 하나...

  • 7. 잠오나공주
    '08.11.19 6:22 PM

    오늘저녁 감자볶음합니다..
    물에 씻어야 하는거군요..

  • 8. ghqkr
    '08.11.19 8:23 PM - 삭제된댓글

    방금 두부 만들어 냉장고에 넣고 왔네요 첨먹어보는 맛이네요,맛있어요
    새로운 거 알게 되서 감사 한동안 이것만 먹을 듯~~

  • 9. 오뎅조아
    '08.11.20 9:04 AM

    저도,,,사다놓은 두부 있는데 함 해봐야 겠어요..
    호,,,,쉽고 맛나보여요..
    제가 두부를 조아하거든요..
    좋은 정보 감사~

  • 10. 소풍
    '08.11.20 9:43 AM

    ^^ 두부조림 해볼께요... 정보 감사해요~

  • 11. 만년초보1
    '08.11.20 10:49 AM

    이 간단하고 맛난 걸 모르는 분이 계셨다니!
    제가 도움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해요. ^^
    엄마가 해주시던 도시락 반찬 중 제가 제일 좋아하던 거였거든요.
    ghqkr님 오뎅조아님 소풍님 맛있게 해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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