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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학생 주부 4개월차, 매실 광풍에 휩쓸려 기말에 오바했습니다.

| 조회수 : 2,564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4-06-16 21:42:57
안녕하세요!
정신없이 휩쓸려 해치워버렸는데 이리도 뿌듯하다니...

에에~ 남들 다 하는거 머.. 그러시지 말구, 제 얘기좀 들어주세요~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매실 장아찌와 매실 엑기스를 사랑해 못지 않는 저인지라, '결혼을 하여 독립하면 반드시 매실 담그는걸 내손으로 하리라..' 하고 맘먹어 왔습니다.

친정(아직은 어색한 단어 ^^;)에서는 해마다 매실 철이 되면 이모와 엄마가 돌아가며 엑기스니, 장아찌니 하는걸 담그셨기 때문에...

그래서! 5월 어느날 엄마에게 '엄마! 매실 살꺼면 내것도 쪼금만 사다주세요~' 했지요.

우리 동네는 슈퍼가 영~ 부실하고, 우리 부부 아직 차도 없고, 게다가 좋은 매실 고르는법도 모르겠고 하여 부탁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전라도에서 진짜 좋은 매실 주문해놨으니까 14-15일쯤 올꺼야. 그 때 와서 가져가~'

두둥~

여러분! 지금은 기말고사 기간입니다.
게다가 이번주 달력을 보면 진짜 어려운 레폿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데드라인을 외쳐대고 있다는거 아닙니까!

설상가상으로 어제는 세면대 배수관이 부러져서 ( --); 연구실에서 퇴근하자마자 그거 수리하는데 꼬박 붙어있었지요.
그러느라 명동 갈 일 있으니 와서 매실 가져가라는 엄마의 제안을 눈물 머금고 물리칠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신혼집은 혜화동, 친정집은 역삼동..)
진짜진짜 미안했지만 '엄마.. 오늘은 진짜 안돼.. 세면대가 너무 불안해서 오늘 꼭 고쳐야 한단 말이지'라고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그냥 내가 다 담을께..'라며 힘없이 전화를 내려놓는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한참을 맴돌았습니다.

오늘은 뭐.. 6시 데드라인인 레폿을 쓰느라 모니터만 째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니네집 가면 안될까??? 매실 담그자!!!'
정말 너무너무너무 여유가 없었지만 엄마의 천진난만한 저 목소리를 물리치치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집에 일찍 왔습니다.

그리고는 엄마 보자마자 맘이 다 풀려서 오손도손 매실 담갔어요~ ^^)v

위에 보이는건 엑기스+장아찌용으로 씨에서 발라낸거구요. 과육만 2Kg정도 되는거예요.
이건 발효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2-3주 걸리겠죠?) 중간에 쏙쏙 빼먹을거예요.

아랫것은 엑기스용. 4Kg정도 담았어요.
이건 100일동안 푹~ 묵혔다가 엑기스만 냉장고로 옮기고, 뒤에 보이는 댑따만한 와인병 있죠? 거기다 매실 옮겨서 술 담글거예요.
(저기 있는 저 와인병들이 4개월동안 둘이서 비운거래요~ 저 이제 완연한 술꾼이예요.)

보시다시피 저는 울 엄마와 이모가 그래왔듯이 황설탕으로 담갔구요.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면 그냥 설탕을 얇게 한켜 더 넣으라는 이모의 분부를 받잡아 100일 굳세게 버틸겁니다요.
그리고 이모 왈, 설탕 넣기 싫으면 저어주라고 하시대요. (여기서 이게 논쟁의 대상인 것 같길래..)
이모가 근 10년 넘게 매실액을 만들었으니 이번에 저는 이모 말 들을랍니다.

중간중간 보이는 황매들은 다 골라서 기말이 끝나는 이번 주말에 잼으로 만들고저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매실 담가놓고, 엄마랑 청국장 끓여먹고, '엄마 빠이빠이~' 하고 나니 기말이고 뭐고 배불러서 이렇게 잡담중이예요. 히~

매실 거 쪼금 담가놓고 얘기가 진짜 길었네요.

히~ 그럼 다들 좋은 밤 되세요~ ^^)/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ristocat
    '04.6.16 10:39 PM

    으아~ 동병상련~
    저두 돈도 못벌고 생활고 허덕이며 앞날 캄캄한 공부하는 학생 초보주부입니다. -_- ㅋㅋ
    전 오늘이 고비에요~ 오늘만 잘 밤새면 그래도 이번학기는............
    암튼 저두 마트에서 매실볼때마다 괜히 눈길이 갔었는데.. 대단하시네요!

  • 2. jiyunnuna
    '04.6.17 12:22 AM

    ㅋㅋ 고생 많이 하셨네요..
    하지만 기말고사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맛있는 매실과 친정어머니의 사랑에 내내 행복하실거에요...

    임신 9개월하고도 2주의 배불뚝 주부도 매실광풍에 휩쓸려..사서 고생입니다..
    저희 친정 매실나무엔 아직도 덜익은 매실이 한창인데..
    엄니도 언니들도 너무 바빠서..아무래도 그거 제가 다 처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ㅜ..

  • 3. Goosle
    '04.6.17 8:36 AM

    아~ 또 새로운 아침이 와서 내일 제출 마감인 take home exam 시험지를 펼쳐드니 바람결같이 밀려오는 불안감이란...
    흑흑흑.. 그래도 일년 내내 함께할 매실인데...
    참고 시험 봐야죠~ 흑흑흑~

    그래두 다음학기에 수료하니까 내년 매실 철에는 한가하겠쬬!! 크크크...

  • 4. 홍이
    '04.6.17 9:51 AM

    전 안할거예요 넘 힘들어요 잘 먹지도 않는것 만드느라고 신세볶지 않을거에요(혼자 중얼거림)

  • 5. 블루스타
    '04.6.17 9:58 AM

    대단한 학생주부님
    엄마랑 오손도손 정겹게 매실담그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매실로 즐거운 여름 보내시겠어요?
    저도 담가야돼 말아야 돼? 이러구 있슴다~

  • 6. june
    '04.6.17 11:47 AM

    매실매실... 저렇게 직접 만들면 초록매실 같은거보다 훨 맛있을텐데... 쩝... 불가능한 일에는 아예 손을 놓고 구경만하는게 속편하다는... ㅠ_ㅠ 그래도 매실....

  • 7. 김혜경
    '04.6.17 5:48 PM

    학생신분으로 매실을??
    그래도 엄마가 아주 행복하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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