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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89년 이야기 -- 첫사랑 2

| 조회수 : 7,208 | 추천수 : 20
작성일 : 2011-06-13 17:54:33


토요일, 아침 7시도 않되 일어났다.
휴일이지만 서둘러야 한다.
우선 텃밭에 갔다.
풀매고 상추랑 쌈 채 좀 뜯고 밭에 물주고 돌아와
된장찌개 하나 끓여 아침을 먹었다.
찬밥을 양푼에 엎고 뜯어온 쌈 채도 찢어 넣고 된장찌개에서 두부 건져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갈 곳이 있다.
광릉 숲이다.












가난해서 그랬을까?
여유가 없던 시절이여서 그랬을까.
데이트 장소는 늘 서울 시내였다.

광화문 교보에서 만나
아니면 종로서적 앞에서 만나
좀 걷다 자판기 커피 마시거나
돈 좀 있을 땐 인사동서 차 마시고 바래다준다며
지하철 타기.

막상 집 앞에선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
다시 전철역으로 걸었다가
전철역에선 막차 시간 확인하고는
‘집 앞까지 다시 바래다준다.’며 왔다 갔다 하던 데이트.

늦은 밤 귀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때면
가로등 불빛 없는 으슥한 골목길을 고마워하고
때론 음흉한 맘으로 불 꺼진 가로등 밑을 찾던 첫사랑과의 연애.

좀 다른 기억이 있다면
광릉수목원이다.

청량리서 만나 버스를 갈아타며 찾아갔던 곳.
정작 수목원 보다 버스서 내려 수목원 입구까지 걷던 길
아름드리나무가 더 좋았던 곳.

어느 가을 날,
숲속 오솔길을 걷기도 쉬기도 하며
손을 잡고 걸었던 곳,
처음 무릎 베고 누워 깜빡 잠들기도 했던 곳으로 기억하는

내게도 있었던 딱 한 번의 그때 그 시절이다.
.
.
.
.
.

.
.

군데군데 놓여있던 벤치와 작은 오솔길이 다였던 곳은
이름도 국립수목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문 앞까지 차를 몰고 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있고
사전예약제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휴게시설도 있고 백두산호랑이, 반달가슴곰도 있는
이런저런 시설물도 들어선 수목원으로 바뀌어있었다.

강산이 두 번은 충분히 바뀌었을 시간이니
수목원 변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싶다.

참 심심하고 재미없는 연애를 했던 우리가,
20년도 훨씬 넘은 어느 초여름 날
이 숲길을 다시 걸을 거라 상상이나 했었던가.

그 때 첫 사랑과 이 숲을 다시 걷게 될 줄 알았다면……. ㅋㅋ
뭐 달라졌을까??????????????

아무튼
1989년 가을 어느 일요일과 2011년 6월 11일(토)
우린 같지만 다른 숲길을 걸었다.
같지만 결이 다른 감정으로 걸었다.
그러나 그 숲에서 잠시 쉬었다.













* 많이 변했더군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숲은 참 좋습니다.
가족 나들이, 한적한 데이트 장소로 강추입니다.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데이트 장소는 어디인가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는여자
    '11.6.13 6:13 PM

    저는 강릉 경포대요...돈없는 학생이었던 그때. 차도 없이 고속버스타고, 시골버스 타고 덜덜 거리는 뒷자리에서 너무 즐거웠던...당시 통신사에서 할인해주던 단돈 만원짜리 지저분한 콘도였지만, 그이후의 어떤 호화로운 리조트보다 그때가 좋았단 생각 가끔 합니다.

  • 2. 혀니랑
    '11.6.13 7:00 PM

    1963년,,당시 부대에 근무하셨던 아버지와 함께 유치원소풍으로
    광릉내..당시엔 광릉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에 갔었던 기억납니다.

    석상이 좀 있었던 거 같고 그 앞에서 아버지랑 친구들이랑
    사진 찍었던 기억이 있어요,

    드넓은 그곳에서 막 뛰어 다녔던 기억..김밥 먹었던 기억이
    참으로 아스라히 떠오릅니다......고마워요, 까마득한 기억속을 잠시 걷습니다^^

  • 3. 준&민
    '11.6.13 7:52 PM

    낙산사................... 멋진곳이었는데 나중에 불났습니다.
    여천 향일암.................... 거기도 멋졌는도 또 나중에 불났습니다.
    ㅠㅠ
    우리가 불낸거 아니랍니다.
    불은 걍........... 우리둘 맘속에만 활활......................ㅠㅠ

  • 4. 팜므파탈
    '11.6.13 10:23 PM

    광릉수목원 참 좋지요.
    저도 저런 숲길이 참 좋더라고요.
    나무냄새 은은하게 나는 곳.

    근데 정작 데이트는 거의 종로 바닥 술집이나.. 피맛골...
    용산이나 사당 쪽의 술집, 밥집들.
    가끔 주말엔 인사동.......... 뭐 그랬네요.
    그때 당시엔 차가 없어서 맨날 술만 퍼마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쉬워요.
    연애할 때의 추억이라곤 술집 전전한 것 밖에 없으니...

  • 5. 소연
    '11.6.14 12:04 AM

    저도 주문드려요.

  • 6. 무명씨는밴여사
    '11.6.14 6:22 AM

    집에서 가까운 곳에 수목원같은 숲이 많은 곳에 살면서도 자주 못 가본다능.
    요즘은 곰 나올가 무섭다능.

  • 7. 최살쾡
    '11.6.14 8:46 AM

    전 설악산....이랑 (니놈이 그렇지!!!!!!!!!!!)
    광화문부터 종로3가 광장시장까지요;;;

    수목원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뒤칸 하고 싶다가도
    저렇게 고추장에 비빈 밥만 보면 침이 강을 이룹니다;;;

  • 8. 깔깔마녀
    '11.6.14 4:16 PM

    ㅎㅎㅎ
    수성못
    우리 영감님이랑 서로 눈빛 교환만 작렬하게 하면서
    선배와 후배의 눈을 피해
    우짜든동 버스 옆자리에라도 앉아갈라고 생 쇼를 했었던......


    요즘은 둘 다 이런 이야기만 나오면
    참 머쓱한게...
    뻘줌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그 옛날 우리 영감
    핑클 파마 하고 교련복 입고 왔다리 갔다리
    나한테 잘 보일려고 그랬다는데
    난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 처럼
    완전 직모였던 그를 사랑했었으니..
    왠 핑클 파마 ㅜㅜ


    ㅎㅎㅎㅎ

  • 9. 지니
    '11.6.14 8:52 PM

    과낙구에 있는 어느 대학 도서관.
    학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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