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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아버지

요즘 며느리 조회수 : 1,541
작성일 : 2004-10-19 23:44:46

저희 시아버지는 참 가정적이세요.

제가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 가던날.. 그러니까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친정에서 하루 자고 시댁에 가서 잔 첫날이었죠.

그날 저희 부모님이랑 친척들을 초대해서 시댁쪽 친지분들이 큰 상을 하셨거든요. 사실 그런거 들어본적 없는데 친정 부모에게 딸이 어떤집에 시집왔는지 보고 안심(?)하시라고 하는거래요.

암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 터라 집이 어지러웠는데 사람들이 가자마자 청소기를 들고 막 청소를 하시더라구요. 새댁인 저는 그냥 보고있기가 뭐해서 제가 하겠다고 하니까 아버님이 이건 내 당번인데 하시면서 저 못들어오게 방마다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청소를 하시더라구요.

저희 욕실 딸린 방으로 너희방이다 하시면서 걸레질은 물론 잘때 건조하다고 젖은 수건까지 걸어놓으셨어요.  그러면서 거실에도 안나올테니 너희 편하게 돌아다녀라 하시면 얼른 들어가시더라구요.

어머님이 식사하시고 어디 나갈일 있음 정리하는거 설겆이 하는거 당연히 하시고..

저희 신랑 어릴때 아들 둘 데리고 목욕탕 가면 때타올로 밀면 피부 상한다고 손으로 애들 때를 밀어주셨데요. 아들들 자전거 타면 넘어질까봐 그 뒤를 잡고 같이 뛰셨다네요.

아들들을 참 사랑하시는게 저에게도 느껴져요. 근데 아들들은 너무 무뚝뚝하고 아버지한테 전화도 거의 안하고 하는거 보면 아들 애써 키워도 소용없다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분이 딸이 있었으면 정말 더 많이 이뻐하셨을텐데 싶더라구요. 그렇잖아도 아버님은 딸을 하나더 낳고 싶었는데 어머님께서 못하겠다고 하셨다더라구요. 그럼 저라도 딸노릇 해야겠지만 멀리 있는 며느리인데다 애교도 없어서 나중에 그런 동서 들어오면 좋겠어요.

근데 아버님이 그런 말씀 하시더라구요. 다 내리사랑이니 우리에게 갚을 생각말구 나중에 너희 애들한테 잘해라.

오늘 오랜만에 전화 드렸더니 아침은 잘 먹냐 물어보시더라구요.저희 주말 부부라 주중엔 저 혼자 지내거든요.  바쁘더라도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말씀하시고.. 사실 잔소리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전 친정 부모님은 그런거 별로 신경 안쓰시는데 제 건강을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하더라구요.

이번에 토지세인가가 나왔길래 아파트도 그런거 나오냐고 여쭤보니 그것도 아버님이 내주신다는 거예요.

저희 결혼할때 아버님이 집을 사주셨는데 제가 주중에 혼자 있는데 넓은집 들어가기도 그렇고 해서 나중에 주말부부 끝나면 들어간다고 했거든요.

그거 저더러 결혼선물이라고 제 명의로 해주셔서 세금도 다 제앞으로 나오는데 그거 날라온거 보구 신랑이 아빠한테 달라고 할까? 하는걸 아들 키운거 다 소용없네 하면서 제가 냈었거든요.

제가 원래는 용돈도 드리고 해야하는데 그거 못하는것도 죄송한데 세금까지 내달라는건 말도 안된다고 하니 우린 용돈같은거 받을일 없다. 내가 계속 버는데 뭐 하시면서 막 웃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너희가 그런 생각 하는것만으로 고맙다 하시는데..

물심 양면으로 아낌없이 자식 키우고 결혼까지 시켰으면서도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시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모습을 보면 참 부모란 뭔가.. 싶네요.

아버님 말씀처럼 저희 신랑도 아빠가 되면 똑같이 그렇게 자식에게 퍼주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요.

그때가 되면 자기가 부모님께 살갑지 못했다는걸 알까요?

전화 자주 드리라고 말해도 무슨일 있지 않으면 안부 전화는 안하는데 그때가 되면 아버지 생각에 전화도 하고 그럴까요?
IP : 220.117.xxx.156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헤스티아
    '04.10.19 11:47 PM (221.147.xxx.84)

    -0- ;; 놀라우신 시아버님입니다요... 감동..

  • 2. 그래서
    '04.10.19 11:53 PM (211.204.xxx.69)

    엄마가 옛날에 하던 말이 "광에서 인심난다" 늘 그랬는데 님을 보니 실감이 나네요.
    넉넉치 못한 사람들끼리 한사람 월급을 가지고 사방에서 줄다리기를 하니 편안할 리가 없겠죠.
    여하튼 경제적 여유를 떠나서 참 어른다우신 분인듯 합니다. 말이라도 쉽지 않은데....

  • 3. 민들레
    '04.10.20 12:09 AM (211.217.xxx.226)

    부러워서... 저희 시아버님 딱 반대시네요.
    얼마나 행복하시고 든든하실련지 저는 마냥 부럽고 그러네요.

  • 4. 레드샴펜
    '04.10.20 12:18 AM (61.102.xxx.116)

    우리 아버님과 비슷하시네요
    저희 아버님도 그러세요...
    저도 행복한 며느리 랍니다^^

  • 5. 마농
    '04.10.20 12:30 AM (61.84.xxx.22)

    며느리를 고를땐 친정엄마를 보구
    사위를 고를땐 시아버지감을 보라는 속담이 있지요.
    그게 참 맞는 말같기는 해요.대부분의 경우 정말 맞아요.
    (대부분이 모두가 아니란게...
    제 작은 위안이구요.ㅎㅎㅎㅎ;;;;)
    전 친정엄마 안 닮았거든요.껍데기는 몰라두
    속은 정말 다르거든요.ㅡㅜ)

  • 6. 세상에
    '04.10.20 1:18 AM (221.150.xxx.9)

    그런 시아버님도 계시는군요 ....
    정말 부럽습니다

  • 7. 커피와케익
    '04.10.20 7:06 AM (203.229.xxx.176)

    음..저희 시아버님과 거의 비슷하시네요..근데 이 변변찮은 며느리는..그런 시아버님을 물론 존경은 하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는게..문제지요..-0- 에휴..
    (사실 저희 시어머니는 너무나 평범하신..말하자면 시집살이 제대로 시키시는..시어머님이신지라..아버님에게 신경쓸 여력이 없어서..라는게 변명입니다..)

    결혼전 상견례니 약혼기간에도..저희 친정집 주변에서
    시아버님에 대한 감탄과 존경이 자자했어요..저희 부모님도..
    어찌 그리 부부가 다를수가 있냐고..(시아버님이랑 시어머님이..-0-)
    그래도 집안의 큰 어르신이 딱 중심이 서계시니..맘이 놓인다고
    저희 부모님이 그러셨었어요..(그 예상이 현재까진 대충 맞습니다..)

    저도 이 글 보고 마음이 울컥해서..오늘 저녁에 시댁에 다녀와야겠네요..

    글 읽다보니 또..저희 남편이 나중에 늙으면 그런 시아버지 될거 같은데..
    전 분명히 딸 낳아줬습니다..흐흐...나중에 유세 떨어야지..^^
    세살 먹은 아들놈이 벌써부터 아빠를 경원하고 한 무뚝뚝 하는 꼴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딸가지고 유세떨일이 분명히 생길 것 같습니다...^^

  • 8. lyu
    '04.10.20 9:57 AM (220.118.xxx.20)

    정말 좋으신 분이네요.
    아버님이 좋은분인거 알아주는 것 만으로도 기뻐하실 겁니다.
    큰일이 있어서만 전화하는 거라고 저도 알았는데요.
    우리 집 올케를 보니
    그냥 사소한 일도 그냥 전화를 하데요.
    아무일 없으시냐고도 전화를 하고요.
    그래서 우리 엄마 멀리 창원살면서도 올케 서울 친정에 가 있는거 금방 알지요.
    그러면 맨날 우리 할멈께서 하는 말이 "친정엄마 힘들다 가만 있지 말고 뭐라도 거들어라 "
    그러신다네요.
    꼭 우리가 친정가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맨치롬.

  • 9. 강아지똥
    '04.10.20 10:02 AM (61.254.xxx.209)

    존경스러운 시아버님이시네여.정말 글로써 읽어도 훈훈하고 기분이 좋으네여.
    정말 살갑게 잘해드리세여..^^ 멋지고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 10. 나도 며느리
    '04.10.20 11:06 AM (210.183.xxx.2)

    너무 부러워서 이제는 조금 화(?)가 날려 하네요.
    난 왜 이리도 복도 없을까?

    우리는 시댁 가면 결혼한 시누이가 와서 자기방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맨날 안방을 내주시지요(그거 정말 불편해요. 근데 문제는 우리 시부모는 큰아들네 안방까지 내주었다고 정말 잘해준거라고 생색까지 내신다는 거죠).

    어떤 분 시부모님이 아들이 치과의사인데 결혼하자 아들며느리 불러앉혀놓고 '우리 얘한테 별로 해준 것 없으니 우리한테 잘할려 하지 말고 너네들끼리나 잘 살아라" 하셨다 해서 엄청 부러워했었는데, 사실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서 아들 며느리가 모른척 하지는 않잖아요. 더 잘하면 잘했지(마음에서 우러나오니까). 우리 시부모처럼 박사 아들 만들어놨으니까(사실 남편 말 들어보면 고등학교때부터 장학금받고 기숙사 들어가 생활하느라고 학비 한번, 생활비 한번 받은적 없었대요. 오히려 90년대 외부 장학금 받아서 500만원 부모님 드렸었다고 하던데) 너희가 우리한테 잘해야 한다고 너무 당연하게 말씀하시면 정말 화나잖아요. 하고 싶다가도 하기 싫죠. 그래도 유일한 위안은 우리 남편은 시부모 안닮았다는거 하나예요.

  • 11. 부럽다
    '04.10.20 11:21 AM (219.249.xxx.58)

    윗분 말씀처럼 한사람 월급을 아들네와 부모님이 나누어야 생활이 되는 집과는
    역시 다른것 같네요.
    역시 넉넉해야, 너그럽고 편안한 거겠지요? 정말 부럽다.

  • 12. jen^^
    '04.10.20 3:28 PM (61.42.xxx.74)

    저희 아버님은 굉장히 묵뚝뚝하신데.과일이나 고기 심지어 화분까지 챙겨주세여..맘이 느껴져서 참 좋은데.저랑 말은 몇마디 안해봤어요 ㅋㅋ 저도 아직 어려워서 그렇고..세심한 아버님이시네요.

  • 13. 곰세마리
    '04.10.21 2:15 AM (61.36.xxx.71)

    제친구 시아버지는여 칭그 결혼할때 우리가 신부손에 쥐여준 축의금까지 싹 뺐어가구 울칭그 절값받은것두 결혼식 끝나구 다시 뺐어가서 그날 울칭그 속상해서 울었는데.. ㅠ.ㅜ 이거보면 또 속상해서 울겠네여

  • 14. 파파야
    '04.10.21 3:01 AM (211.201.xxx.244)

    와와~~ 이런 분도 있으시군요..첨 들어봐요..이렇게 좋은 분이 세상에 계시다니..뭔 소설 같네요..부럽 부럽 부러워요~~
    또 좋은 미담 잇음 하께 나눠요..나는 못그러지만 읽기만 하여도 맘이 훈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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