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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가 나를 키울 때

beawoman 조회수 : 1,186
작성일 : 2004-10-19 23:06:03
1. 업어주기
저번 주말이랑 바로 앞 주말이랑 아이가 감기 기운으로 열이 있었다.
그 아이를 팔베게를 해서 자면서 열의 오르내림을 느끼느라 잠을 못이루고 있으니
친정 엄마 생각이 났다.
내 기억에 8~9살이었는데 엄마가 힘들다고 못 업어주겠다고 쉬고 있는 상황같다.
감기였는지 뭐였는지 걸어서 가야하는 시골 약방겸 병원에서 나를 업고 오신 것 같다.
나는 걸어가도 되는데 엄마가 업어주니까 그냥 계속 업혀 있었던 것 같고.

지금 생각하면 8~9살 아이면 얼마나 무거웠을까? 업고 오면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내 아이를 안고 자면서 하는 생각들을 하셨겠지?
"지금 이 열이 큰병으로 되면 어쩌지?"
"내가 지금 아이를 잘 돌보고 있는가?"
나는 예민한 딸래미여서 자다일어나서 "엄마 엄마"하며 꼭 울고 있었다는데..
그래서 엄마가 더 애틋하게 키우셨나?

2.치과
내가 요즘에 치과에가면 선생님이 "이 어디서 하셨어요? 잘하셨네요?"
이가 좀 부실해서 어금니에 금으로 때우고 앞니는 사기로 해 넣었기 때문이다.
충치는 중학교 때이고 앞에 해 넣은 이는 고등학교 때 수련회가서 다치는 바람에...

현재도 치과에서 이 하려면 작은 돈이 아닌데 20년도 더 전에는 더 비쌌지.
자식을 다섯이나 키우고 있었고 아빠 월급이라야 뭐 뻔한 것이고
그래도 엄마는 딸래미 이를 좋은 것으로 해야 된다는 신념으로
그 당시 광주시내에서는 유명한 조대병원 치과에서 이를 해주셨다.
접수하는 아가씨에게 사정사정해서 애기를 해야하니 좋은 선생님으로 소개시켜 달라고해서
보통 일반 환자는 안보시는 과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엄마이니까 오로지 딸을 위해서 생판 처음보는 사람에게 부탁도 해보고,
용기도 내보고,  그렇게 졸인 마음으로 병원을 데리고 다니셨겠지

지금 생각해보니 형제 중에 유독 내가 병원을 많이 다닌 것 같네.
엄마 관심을 많이 받기는 받았나부다.

정작 친정 엄마는 이가 많이 안좋으셔셔 임플란트에 틀니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이 딸년은 그것도 모르고 혼자만 잘났다고 살고 있었으니..
엄마가 나 어릴 때, 나에게 해주신 것 반에반만 했어도 엄마가 벌써 틀니를 하지는 않을 텐데....

3. 귀
친정 엄마가 귀가 아프셔셔 한동안 이비인후과를 꽤 오래 다니셨다.
엄마 닮은 나 역시 어려서터 병원에 자주가고...
어렴풋한 기억에 내 귀가 아파서 아주 멀리있는 곳의 약방까지 엄마가
(시골에서 면이 바귈 정도면 그 옜날 걸어다니는 시절에 엄청 먼 거리이다)
데리고 갔다오셨다.
지금도 엄마는 귀 먹은 아이가 될까봐 걱정이 되서 그곳까지 갔다고 말씀하신다.
아픈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엄마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엄마가 나를 그렇게 아껴서 키웠는데 이 딸래미는 먼곳으로 시집와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지도 못하고, 때때로 서로다른 코드 때문에 엄마 기분도 못 마추고
에궁...................
IP : 211.229.xxx.22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농
    '04.10.19 11:51 PM (61.84.xxx.22)

    읽으면서..먼길 커다란 딸아이를 엎고 걸어가는 30-40대 여인의 뒷모습을
    그려봤어요. 너무나 무겁지만...혹시라도 소중한 딸이 피곤해서 더 아플까봐서
    ...전전긍긍 ..무거움도 잊고 터벅터벅 걷는 여인.
    지금도 왠만한 월급쟁이 가정에서 자녀 이를 몽땅 제대로 해주는게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5자녀나 되는데....... 그 옛날에..정말 어머니가
    자식 사랑이 대단하셨던 것같아요...

  • 2. 요즘 며느리
    '04.10.19 11:56 PM (220.117.xxx.156)

    어머니의 사랑에 가슴이 뭉클하네요.
    저희 엄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더랬죠. 저희 외할머니께서 6남매 키우면서 다 치아관리를 해주셨는데 정작 당신 이는 다 허물어 져서 틀니를 끼울 수 밖에 없었노라고..

  • 3. beawoman
    '04.10.20 12:12 AM (61.85.xxx.137)

    마농님, 요즘 며느리님 그렇치요.
    시집가면 안다더니 요즘 부쩍 엄마가 저희를 정말 아끼셨던 것을 알것 같아요

  • 4. 깜찌기 펭
    '04.10.20 12:18 AM (220.81.xxx.230)

    beawoman님 글보니 가슴이 뭉클해져요.
    혁찬이 감기는 나았나요?

  • 5. 지고는 못살아
    '04.10.20 12:20 AM (222.97.xxx.86)

    저는 엄마 생각많이나네요.
    우리 딸내미한테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잘밤에 울리시네요.

  • 6. 키세스
    '04.10.20 12:40 AM (211.176.xxx.188)

    요새 제가 다 키운 애 하나 키우면서도 힘들다 어쩌다 하는데...
    전에 돌아가신 달개비님 어머니 이야기 읽고 님의 어머니 이야기 읽고는 어깨가 무겁네요.

  • 7. ....
    '04.10.20 9:22 AM (218.145.xxx.235)

    아니면 이런 신제품 350밀리 머그요.
    물이 안샌다니 믿어보죠.
    http://www.checkimall.com/fr/product/index/idx/0000021717/HIH_CODE/naver_know...

  • 8. 김민지
    '04.10.20 9:39 AM (203.249.xxx.143)

    그래서 beawoman 님도 따뜻한 분이신것 같아요.

  • 9. 마시오에
    '04.10.20 9:41 AM (222.115.xxx.171)

    beawoman님은 친정어머님에게 받은 사랑때문에
    차고 넘쳐
    자녀에게 그대로 가겠지요?
    좋은하루.....감동받으며 시작합니다.

  • 10. lyu
    '04.10.20 10:01 AM (220.118.xxx.20)

    우링 애들 업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둘다 엄청 덩치가 커서 내가 깔리기 쉽상인데 어쩌징~
    어중간한 나이에도 아이를 업으면 -아주 가끔이지만-따뜻한 느낌 가져지지 않나요?
    아직 내 것이구나^^!
    하는 생각......
    맨날 떠나 보내면서도 그 보송한 느낌의 아이가 가끔은 그립네요.

  • 11. Polo
    '04.10.20 11:21 AM (220.75.xxx.153)

    beawoman님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친정엄마도 너무 보고싶네요.

  • 12. 봉처~
    '04.10.20 12:01 PM (220.94.xxx.194)

    저두 친정엄마 이때매 고생하고 계신데... ㅡ.-;;
    뭉클하네요...

  • 13.
    '04.10.20 12:43 PM (220.71.xxx.197)

    좀 딴 얘기지만....
    울 친정엄마가 울 아덜 먹이고..하시는 거 보니..

    허걱..나도 저렇게 컸단 말이지...깜짝 놀랐는뎅..

    뜨거운 누룽지 그냥 먹이고..아기 놀라니까...에고 뜨겁나?
    탄밥 누룽지도 먹이시고...
    좀 울어도 돼, 울어..

  • 14. 파파야
    '04.10.21 3:09 AM (211.201.xxx.244)

    눈물 나네요...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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