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을지로 입구에 새로 생긴 근사한 건물에서 점심약속이 있었어요.
밥을 먹고 나와서 어찌어찌 걸어오다보니, 딸아이 근무하는 회사가 보이는 거에요.
보통은...'아, 저기서 내딸이 열심히 일하고 있겠구나!'하고 생각만 하고 마는데,
오늘은 문득 딸아이가 보고 싶은거에요.
사실 본 지 며칠 안됐거든요, 지난 주 금요일날 아버지 제사에 다녀갔어요.
결혼도 했고, 또 3월말 결산법인의 회계팀에 있는 지라 4월이 되면 눈코뜰새없이 바쁘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서,
외할아버지 제사에 다녀가라 소리도 못했고, 올거라고 기대도 안했는데, 사위와 함께 온거에요.
두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하고 이쁜지...
한달에 한번 정도 보는, 그렇기 때문에 3주는 참을 수 있어야 하는,
그렇게 본지 얼마되지 않은 딸이 또 보고 싶은 것이...
제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요, 딱 하는 짓이 할머니 입니다.
전화를 할까말까 하다가,
"바쁘지? 엄마가 근처라서 전화했어"했더니,
"그럼 잠깐 내려갈까?" 하는 거에요.
"그래도 돼?"
"아주 잠깐이면..."
그래서 얼른 근처 백화점 지하에서 예쁘게 생긴 자그마한 케이크 사 들고 아이 회사 지하로 갔습니다.
딸아이,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용 컵에 제 커피랑, 지가 마실 음료수 사더니,
딱 한모금 마시고는,
"엄마 나 들어가야해"하는거에요...한 3분이나 얼굴을 봤으려나??
"그래 어서 가, 열심히 일하고.."하고 보냈는데, 불과 3분, 길어야 5분 정도 밖에는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요.
아이를 만나서 생기는 엔돌핀의 양은 꼭 같이 있는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단 1분이라도, 단 5분이라도 보고 싶을 때 보니까, 너무 좋은거에요.
그렇다고...아이가 보고 싶다고 오늘처럼 찾아가는 일은 없을거에요.
엄마가 되어가지고, 아이 근무에 방해가 되면 안되잖아요.
엇, 딸아이 결혼과 동시에 딸아이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딸아이 얘기는 쓰지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제가 쫌 이상하네요...^^;;

그렇게 잠깐 아이 얼굴만 스치듯 보고와서도 기분이 좋아서 펄펄 날았습니다.
원고도 한꼭지 쓰고,
검은옷 빨래며, 삶는 빨래며, 세탁기도 두판이나 돌리고,
해동된 복어로 찜도 했습니다.
오늘 복어찜은 국물이 거의 생기지 않아서 찹쌀풀 풀어넣지 않고 그냥 했는데요,
그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흠이라면, 콩나물의 양이 너무 적었다는 거...생선찜에는 콩나물이 푸짐해야 좋은데 말이죠.
깻잎채는 나름 성공적이었습니다.
오늘 찜 양념은
청주 2큰술에,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조선간장 1작은술, 설탕 반작은술을 잘 섞어서,
고추장처럼 불려서 썼구요, 완성한 뒤 참기름 1작은술과 깨소금을 넉넉하게 뿌려줬어요.
간장의 양이 좀 작은 건, 미리 생선을 맛간장으로 밑간해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양념장, 오늘의 복어찜, 뭐, 완벽한 맛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밖에서 먹는 것처럼, 입에 착착 붙는 맛은 없었어요.
그래도 화학조미료를 넣지않고 이만큼 맛을 낸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