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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입니다....

| 조회수 : 2,048 | 추천수 : 70
작성일 : 2009-10-25 08:44:15

시어미가 며느리년에게 콩 심는 법을 가르치다

외지 떠돌다가 돌아온 좀 모자라는 아들놈이

꿰차고 온 좀 모자라는 며느리년 앞세우고

시어미는 콩 담은 봉지 들고 호미 들고

저물녘에 밭으로 나가고

입이 한 발 튀어나온 며느리년 보고

밥 먹으려면 일해야 한다고 핀잔주지는 않고

쪼그려 앉아 두렁을 타악타악 쪼고

두 눈 멀뚱멀뚱 딴전 피는 며느리년 보고

어둡기 전에 일 마쳐야 한다고 눈치주지는 않고

콩 세 알씩 집어 톡톡톡 넣어 묻고

시어미가 밭둑 한바퀴 다 돌아오니

며느리년도 밭둑 한바퀴 뒤따라 돌아와서는,

저 너른 밭을 놔두고 뭣 땜에 둑에 심는다요?

이 긴 하루에 뭣 땜에 저녁답에 심는다요?

며느리년이 어스름에 묻혀 군지렁거리고

가장자리부터 기름져야 한복판이 잘돼지,

새들도 볼 건 다 보는데 보는 데서는 못 심지,

시어미도 어스름에 묻혀 군지렁거리고

다 어두운 때 집에 돌아와 아들놈 코 고는 소리 듣고

히죽 웃는 며느리년에게 콩 남은 봉지와 호미 쥐여주고

시어미가 먼저 들어가 방문 쾅 닫고

- 하종오


  


 


                                                        
소꿉칭구.무주심 (nh6565)

제주 토백이랍니다. 우영팟 송키톹앙 나눔하듯 함께 나눠요. - jejumullyu.com 제주물류닷컴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꿉칭구.무주심
    '09.10.25 8:47 AM

    고매한 스님께서 일필휘지로 '多不有時'라고 내려 갈긴 현판하나를
    조그만 암자에 달고 있었다. 나그네가 지나다가 그 글체에 감탄하며 물었다. "
    스님, 이 글귀는 무슨 뜻이오며 이 암자는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스님은 나그네의 위아래를 훑어 보고는 간단히 답하는 거였다.
    " 아~ 이거? ... 이거는... 기냥 W.C 요."

  • 2. 예쁜솔
    '09.10.25 4:54 PM

    하하...정말 재미있어요...
    콩밭 전경이 훤~히 그려집니다.

    다불유시라...
    오랜만에 웃고 갑니다.

  • 3. 캐드펠
    '09.10.26 2:11 AM

    생각하다 웃고 웃다 생각합니다.
    가을이 완연히 깊어졌네요^^

  • 4. 들꽃
    '09.10.26 7:56 AM

    좀 모자라는 며느리는 지혜로운 시엄니로인해
    곧 다른 모습으로 될 것 같으네요 ㅎㅎ

    저도 요즘 생각이 많아지는데
    가을이라서 그런가봅니다..

  • 5. 안나돌리
    '09.10.26 9:10 AM

    무주심님 덕분에 (댓글포함)한참 웃다 갑니다.

  • 6. katie
    '09.10.26 11:40 AM

    잠깐 생각한 후에야.. 아하!! ㅋㅋㅋ

    얼마전 동네 사시는 일흔을 넘기신 한국할아버지를 도와드릴 일이 있었어요.
    그분 말씀이, 당신의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고 무슨일이든 -그것이 영어일지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이 먹으니 몸이 맘처럼 빨리 움직여지지가 않더라.하시면서 당신이 자식에게는 차마 도와달라는 말을 못하겠다고 하시대요..

    이 분위기에 왜 이 얘기를 하냐하면, 多不有時가 WC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10년만 젊었(?)더라도 금방 알았을텐데 한참 걸렸거든요..
    갑자기 그 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나서... 나도 몸이 늙어가는 것을 자식들에게는 인정하게하고 싶지 않을것 같아여...

    쓸쓸한 가을이예요..

  • 7. 금순이
    '09.10.26 1:20 PM

    멋진 가을 풍경이네요~
    우리시골에도 감이랑 모과랑 앞산과뒷산의 붉게 물든단풍이 너무 예뻐서
    가을빛 쪼이면서 마당에 앉아 한창을 바라 보았답니다.

    가을이 너무 예쁘게 무르익고 있지요~

    이가을 행복하세요~^^

  • 8. 소꿉칭구.무주심
    '09.10.27 5:43 AM

    예쁜솔님.캐드펠님.들꽃님.안나돌리님. katie 님.금순이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늘 바쁨중의 바쁨을 들어내놓고 사는요즘 은 앉었다일어서면 하루가 가버리네요
    고운일들만 가득한날들 되세요

  • 9. 깊은물
    '09.11.25 12:22 AM

    부드럽던 손길도 핏망울드려 미소로 답하네
    무엇이 그릇되고 무엇이 그릇됨인지
    알수없는 망우리 가슴속살을 헤집어
    한알한알 입에 물고 떠뜨려짐 물방울
    단잎일까 쓰디쓴 잎망울 약물일까 ...?
    눈물겨운 멍울진 향기여라 ....
    눈가에 잔주름가득히 고인 방울이 뚝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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