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집앞에서 뛰어놀던 은이가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엄마~ 엄마~~ 이리 좀 와보세요. 엄청 커졌어요."
"뭐가?"
"와보시면 알아요. 얼른 오세요."
골목에 접하고 있는 당숙네 창고 처마밑에
제법 큰 말벌집이 달려있었고
벌들이 오글오글 모여있었습니다.
해질무렵이라 그런지 움직임이 크지는 않더군요.
"저번 날에는 쪼맨했는데 디게 커졌어요. 짱이에요, 짱!"
"조심해. 말벌에 쏘이면 죽을 수도 있어."
"정말요? 그럼 어떡해요? 우리도 119 불러서 저거 띠달라고 해요."
"뭔 119까지 불러? 아빠가 잘 하는데..."
그리고 나서 며칠 잊고 지냈는데
어제 저녁 아이들이 들에 갔다 들어오는 아빠를 끌고 가더니
말벌집을 보여주면서 떼어달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시침을 뚝 떼면서
"싫어. 아빠 무서워. 벌에 쏘이면 어예나?"
입으로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면서
눈으로는 도구들을 찾고
손으로는 긴 장대와 포대를 들고 있습니다.
가스불 위에서는 압력추가 픽픽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가지를 삶고 파를 쫑쫑 썰면서 밖을 내다보니
남편은 어느새 벌집을 떼어서 마당으로 들고 옵니다.
아이들은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니고
아빠는 벌집 들고 아이들 따라다니고....
그러다 보니 그 난리통에 벌들은 다 날아가고
벌집만 남았습니다.
말벌집으로 술을 담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별 생각없이 했더니
남편이 담아보라 합니다.
별로 만지고 싶지 않은데...
고무장갑을 끼고 벌집을 쪼갰습니다.
너무 커서 유리병에 들어가질 않더라구요.
세개로 쪼개서 넣고
집에 있던 과실주용 소주를 부어두었습니다.
말벌집으로 담은 술을 노봉방주라고 하던가요?
듣긴 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어디에 좋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창고방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가
어느 날 술 좋아하는 손님이 오시면
개봉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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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집을 따서..
단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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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9-02 23: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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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wrtour
'09.9.3 1:44 AM와 저 침전된게 꿀인가요~~
2. 단샘
'09.9.3 12:02 PMㅎㅎ 아닙니다.
꿀은 안 들었구요
소주를 붓자마자 색깔이
저렇게 되더라구요.3. 고흥댁
'09.9.3 12:14 PM말벌이 맞나요?
예전에 남편 군대 생활 할 때 산 밑 관사에 살았었는데
저희 집 처마 밑에 생겼던 벌집은 크림색 축구공 마냥 동그랗고, 출입구만 하나
있었던거 같은데요..ㄷㄷㄷ 지금도 오싹~4. 냥냥공화국
'09.9.3 2:22 PM고흥댁님 말씀처럼 말벌집은 동그랗게 생겼던데요
저희집도 말벌집이 많거든요 ;;;;
주로 조그마할때 떼어내는데 언젠가는 축구공만한걸 발견했었어요
어찌나 공포스럽던지... ㅠ.ㅠ5. 유토피아
'09.9.4 6:09 PM술을 담구셨군요
전 못쓰는지 알고 버렸는데
아쉽네요~6. 단샘
'09.9.5 12:40 AMㅋㅋ 저도 말벌집인 줄 알고
글 써서 광고 다 했는데
뒤늦게 남편이 땡삐라네요. 이런~~~
잘못된 정보를 드려 죄송합니다.
근데 땡삐도 약성이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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