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멀리 부산입니다.
2009년 6월 20일 토요일,
오늘은 지인들 자녀의 돌잔치도 있는 날이지만 굳이 멀리까지 와서 어느 분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는 탈북자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그래서 그런지 새터민들 몇 분이 꾸준히 교회에 출석하십니다.
그 중에 저희 가족과 무척 친하게 지내는 분이 한 분 계십니다.
그 분이 드디어 오늘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글썽거렸습니다.
최근 들어 가장 가슴 뛰게 만드는 사건중의 하나였습니다.
목숨을 걸고 야음을 틈 타 차디찬 강물을 건너고 국경을 넘어 싸늘한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가슴 졸이던 몇 개월여를 지나 제 3국을 통해 드디어 망명 형식으로 이 곳에 오기까지...
비행기로 불과 한 두시간 거리의 그 곳에서 여기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가슴 졸이며 이 위험한 여정을 견뎌냈을까요...
이 곳에 온지 얼마나 지났을까...
올 해 초, 그 분은 심한 좌절감에 많이 울적해했었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느끼는 지독한 괴리감, 그에 따른 소외감, 외로움, 그리고 박탈감, 절망감, ...
그러나 예기치않은 기회로 충남 서산의 한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계신 분을 알게 됐고 그 분과 뜨거운 연애끝에 드디어 결혼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단지 한 노총각과 한 노처녀의 드라마틱한 결혼 성공담이 아닙니다.
분단 60년여... 남한의 끄트머리, 부산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란 한 남성과 북한의 끄트머리 강계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란 한 여성이 결혼에까지 이르른 사건입니다.
지난 독재권력 시절의 정권 홍보용 결혼이벤트가 아니라 성인이 될 때까지 서로 상극의 이념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왔던, 두 성인남녀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게 되고, 서로의 영혼을 알아보게 되고, 그래서 사랑을 느끼고 한 가정을 이루게 된 과정인 것입니다.
또한 남편되신 분의 모습에서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청소년들을 가르치며, 그들에게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견지해야 하는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가르치면서, 단지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그 분 자신이 스스로의 삶으로 그 모습을 보여주며 졸업한 제자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은...
이런 선생님이 이 땅에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충분히 밝을 수 있는 희망을 안겨주셔서 너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요즘 특히, 남한과 북한이 서로 위협을 가하며 전쟁 불사의 막말까지 쏟아내며 서로를 극심하게 헐뜯는 와중에 이 얼마나 가슴 뭉클한 한 쌍인지, 얼마나 소중한 한 쌍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갈라져 서로를 노려보며 할퀴며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요...
두 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두 분을 축복합니다.
두 분, 꼭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두 분은 우리 한민족의 희망과도 같은 분들입니다.
우리의, 우리 후세대들의 미래를 나타내는 분들입니다.
이 소중한 분들의 가정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이 땅의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두 분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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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행복만들기
'09.6.21 2:03 AM남남북녀~
아름다운 사람들의
고귀하고 행복한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특히 북한에서 오신 분
고생하신 만큼 더욱 더 기쁘고 축복된 삶 살아가시길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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