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훔쳤다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경찰서까지 끌려 갔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 나올 때
시멘트 담벼락에 매달린 시래기를 한 움큼 빼어
냄새를 맡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
반말로 호통치는 주인에게 회사원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막무가내인 주인과
시비를 벌이고 언성을 높이고
기어코는 멱살 잡이를 하다가 파출소까지 갔다.
사건을 화해시켜 돌려보내려는 경찰의 노력도
그를 신임하는 직장동료들이 찾아가 빌어도
식당주인은 한사코 절도죄를 주장했다.
한 몫 보려는 주인은 그 동안 시래기를
엄청 도둑 맞았다며 한 달치 월급만큼이나 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시래기 한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
그는 야박하고 썩어빠진 도심의 인심이 미웠다.
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평생 누구와 주먹다짐 한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도시의 인심에게 주먹을 날렸다.
경찰서에 넘겨져 조서를 받던 그는
추운 유치장 바닥에서 도심의 피곤을 쉬다가
선잠에 들어 흙벽에 매달린 시래기를 보았다.
늙은 어머니 손처럼 오그라들어 부시럭거리는......
공 광 규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소꿉칭구.무주심 |
조회수 : 1,705 |
추천수 : 97
작성일 : 2009-05-11 14: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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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소꿉칭구.무주심
'09.5.11 2:47 PM낭낭하게 들려오는 아이들웃음소리에서
어린시절의 그리움을 훔쳐보았습니다^^2. 카루소
'09.5.11 3:32 PMbody { background-image:url(http://cfs6.planet.daum.net/upload_control/pcp_download.php?fhandle=NHZoUzBAZ... background-attachment: fixed; background-repeat: repeat; background-position: bottom right; } table { background-color: transparent; } td { background-color: transparent; }
3. 행복만들기
'09.5.11 8:52 PM때때로 그리움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근데 잘못하다가 경찰서 갈까봐 겁이 나서~~ㅎㅎㅎ4. 소꿉칭구.무주심
'09.5.12 6:11 AM카루소님 덕분에 진짜 여유부리는 저 보이시죠?^^ 정말 고맙습니다
행복만들기님 이제 오래된 그리움으로만 늘어나네요
고운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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