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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 러브레터

| 조회수 : 1,507 | 추천수 : 86
작성일 : 2009-04-23 01:26:10

Remidios - A Winter Story(in OST, "Love Letter")

[러브레터 - Love Letter]


감독 이와이 순지 / 출연 나카야마 미호 / 음악 레미디오스 / 1995년 후지TV작품 / 러닝타임 118분


죽은 연인의 옛날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오겡끼데스까
난 잘 지내고 있다고... 와타시와겡끼데스
짧은 문장으로 아무도 받지 않을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는 답장으로 되돌아 왔다.
동명이인의 여인으로부터 그의 체취가 담긴 옛날을 전해듣게 되고 어느덧 그 얘기를 해주던 동명이인은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그것도 가슴이 아프도록 숨겨진채 이제서야 전해진 사랑의 감정이었음을 슬프게 깨닫게 된다.

아마...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영화, 일본에서는 그리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이와이 순지 감독 자체가 일본의 공중파 방송에서 꽤 여러편의 멜로 드라마를 연출하여 히트를 시킨 장본인이고 TV에서도 잘만 볼 수 있는 멜로드라마를 굳이 극장에까지 가서, 그것도 큼지막한 파나비젼 화면으로 볼 이유를 일본인들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이 순지 감독의 작품목록 중에서도 "스왈로우 테일"이나 "4월이야기"에 대한 평가에 비하면 약간 뒤쳐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의 다른 영화가 우리 나라에서의 흥행성적이 그리 좋지 않을걸 보면 이 작품은 특별히 우리 나라에서 열광적인 호평을 받은 것이 아마도 우리 나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코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그 특별한 코드중 하나는 "기억"에 대한 소급일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나라뿐 아니라 일본이든 어디든 영화나 소설에서 "기억"에 관한 소급으로 꽤 재미를 본 작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각별하게 여기는 죽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기대감을 은은하게 비쳐주는, 그런 "기억"의 소급이었기에, 바로 이 "기억"의 소급이야말로 한국인들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시켰던 특별한 코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영화의 첫장면에 가슴 깊이 들어오는 설경이 주는 무한한 동경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꽤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몇 있지만 이 영화의 첫 장면에서 보여지는 근경에서 원경으로 점점 영역을 넓히며 크레인 샷으로 잡아내는 설경은 정말 근사합니다.

죽은 연인의 추모식에 참석해 눈밭에 누운 와타나베 히로코의 얼굴을 잡는다.(클로즈업)
히로코의 얼굴을 옆에서 잡은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며 배경이 되는 설경을 인물보다 더 부각시키기 시작한다.(롱 숏 - 익스트림 숏 - 익스트림 롱 숏)
가슴 절절이 사무칠만한 음악과 함께 관객의 시야를 압도하는 장엄한 설경은 마치 죽은 후지이 이츠키의 넓지만 공허한 가슴처럼 슬프게 그녀를 감싸안는다.(익스트림 롱 숏)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촬영기법이 바로 원경에서 전체 배경을 중심인물보다 더 부각시키는 "익스트림 롱 숏"이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만큼 잘 만들어진 씬도 사실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선... 사실 이런걸 떠올릴만한 영화가 별로 없습니다.
이런걸 잘 찍을 만한 카메라 감독도 별로 없습니다.
이런걸 연출할만한 감독도 별로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우리 나라에는 크레인이란 장비 자체가 영화진흥공사에 딱 한 대 있습니다.
이거 한번 빌리려면 몇날며칠을 쫓아다녀야 하고... 그러다보니 이런 장비를 이용한 장면을 찍는데 익숙한 감독이나 촬영기사도 그닥 많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나라 영화로써는 아직 이런 화면을 구경하기가 좀 힘듭니다.
그런면에서, 헐리웃 영화도 아니고...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오는데 정말 볼만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하라면 만화캐릭터 같은 인물들의 신선한 유머와 위트가 그것입니다.
일본은 만화가 매우 발달한 나라지요.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유머와 위트는 인기있는 만화 몇 권만 보면 긍방 익숙해지는 웃음거리들이긴 합니다.
우리 나라에선 참 특별하게 기억될만한 유머와 위트지만 일본에서 이미 보편화 되어있는 소스들인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는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러시..."

어쨌거나 영화는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슬픕니다.
그것도 가슴에 깊이깊이 사무칠만큼 감성적이고 서글픕니다.
그러나 따뜻한 겨울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적어도, 비디오로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스크린으로 보는 것을 비교해보자면, 완전히 다른 영홥니다.

레미디오스의 음악,
사실 제 취향은 아닙니다.
그리고 딸랑 음악만 들어보자면 그리 와닿는 음악도 아닙니다.
그러나, 영화와 함께 흘러나오는 그의 음악은 명곡입니다.
영화와 함께라는 조건으로...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lip
    '09.4.24 5:29 AM

    너무 좋은 영화 얘기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는 "하나와 앨리스" 그리고 "러브 레터"예요. 둘다 같은 감독 작품이예요.
    스와로우 테일은 너무 거칠어서 별로고, 4월 이야기는 장편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내용이 너무
    짧다는 느낌이였어요. 다른 영화는 안봐서 모르겠구요.

    러브 레터 처음 봤을때, 얼마나 열광했었는지 몰라요,
    포스터 사진을 바탕화면에 깔고, 배경음악도 즐겨듣고...
    제가 특히 기억하는 장면은 독서카드 맨 뒤에 그려져 있던 어린날의 스지이 이스키의 모습예요.
    그는 아마도 첫사랑을 그렸던거겠죠?

  • 2. 회색인
    '09.5.4 6:02 PM

    오리아짐님 /
    앗, 죄송합니다.
    댓글을 이제서야 봤습니다...;;;;
    예, 저 영화연출 전공했습니다.
    그러나 지식 자체는 해박하진 않고요 모르는게 많아서 여기저기 많이 찾아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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