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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변변찮은 모작......(기형도)

| 조회수 : 1,238 | 추천수 : 54
작성일 : 2009-03-20 00:12:00
대학 시절
  
                    - 기 형 도 -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왔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

대학 시절 2
                           - 현랑켄챠 -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사랑도 있었다
교정은 언제나 밝았고 때로 아름답기까지 하였으나
매학기 시작마다 은행의 대출창구는 붐비었다
낭만은 있었으나 즐길 수 있는 이가 적었고
달팽이와 같이 도서관을 등에 짊어매고 살아가는 청년들,
정신없이 힙합을 외쳐대며 부비부비를 추는 청년들,
그들의 사이에는 실업이라는 교집합과
성공이라는 여집합이 상존했다.
나는 공부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으므로
존경하는 교수도 없었으나 딱히 배울만한 것도 없었다
노는 것에도 변변치 못하였으므로
몇번의 겨울이 지나기도 전에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휴학이었다, 대학을 떠나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새옹지마
    '09.3.20 1:37 AM

    체루탄의 의미를 알고 싶었어나 자취방 언니가 묻지도 말라고 해서
    무서웠다 난 가끔 그 언니가 보고 싶어 대구에 가면 그 집으로 핸들을 돌릴까
    망설이다 돌아선다 그리고 궁금하다 그 언니는 촛불집회나갔을까?
    난 우리아이들과 동네 아줌마들과 촛불을 들었는데
    집에서는 대학 못 가게 말리더니 휴학한다니 등록금 주며 휴학 못하게 했다
    거절하고 휴학하고 복학 아는 사람이 없으니 외톨인가 졸업시험 공부보다 취직 못 했다고 집에서 흉볼까봐 두려웠다 사랑은 사치였다 대학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 2. 시간여행
    '09.3.20 9:29 AM

    아침부터 세편의 좋은 시를 감상했네요..기형도님,현량켄차님, 새옹지마님
    저의 학창시절도 오버랩되면서 세분의 글속에 제 대학시절도 교집합이 생기네요

  • 3. 무아
    '09.3.21 10:09 AM

    젊은 나이에 가셔서 참 안타깝습니다.
    결혼하고 서너번의 이사 ,아직도 그의 시집은 16년간 저의 곁에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혹은 아는사람만 아는 기형도..
    그 이름에 그냥 지나칠수없어서요..

  • 4. 우향
    '09.3.22 10:08 AM

    아주 오랫만에 책장에서 '입 속의 검은 잎' 시집을 집어 들었습니다.

    詩作 메모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항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나는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다.
    눈이 쏟아질 듯하다.(198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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