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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날마다 오래된 습관처럼.......

| 조회수 : 2,553 | 추천수 : 50
작성일 : 2008-09-11 09:22:11


  거꾸로 가는 생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에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 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꽃구경 가자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졸라대고
여든에 죽은 할머니는 기저귀 차고
아들 등에 업혀 침 흘리며 잠 들곤 했네
말 배우는 아기처럼
배냇니도 없이 옹알이를 하였네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머리를 거꾸로 처박으며 아기들은 자꾸 태어나고
골목길 걷다
우연히 넘본 키작은 담장 안에선
머리가 하얀 부부가 소꿉을 놀 듯
이렇게 고운 동백을 마당에 심었으니
저 영감 평생 여색이 분분하지
구기자 덩굴 만지작거리며 영감님 흠흠, 웃기만 하고
애증이랄지 하는 것도 다 걷혀
마치 이즈음이 그러기로 했다는 듯
붉은 동백 기진하여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
그들도 즐거이 그러하리라는 듯

즐거워라 거꾸로 가는 생은
예기치 않게 거꾸로 흐르는 스위치백 철로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터저 나오는
강릉 가는 기차가 미끄러지며
고갯마루를 한순간 밀어 올리네
세상의 아름다운 빛들은 거꾸로 떨어지네


-------김선우


                        
소꿉칭구.무주심 (nh6565)

제주 토백이랍니다. 우영팟 송키톹앙 나눔하듯 함께 나눠요. - jejumullyu.com 제주물류닷컴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꿉칭구.무주심
    '08.9.11 9:40 AM

    새벽녁 일찌거니...
    아버님 말씀하시기를 ....
    오늘추석명절은 일찌기 준비해서 지내자고 하시네요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이 끊기시는 울아버님
    손때묻은 기억력 은
    오늘도 지팡이를 짚고
    지나간 기억들속으로 걸어가신다

  • 2. 짠골뱅이
    '08.9.11 12:18 PM

    부모님을 힘들게 모시고 사시네요
    그래도 지팡일 놓으시면
    보고 싶은 마음에
    지게끈처럼 어깨가 시릴겁니다.

  • 3. 예쁜솔
    '08.9.11 6:27 PM

    음악도 시도 모두 저를 울립니다.

    양가의 어머니를 모두 요양원에 모셔놓고
    함께 하지 못하는 불효에 마음이 아픈데
    울고 싶은 차에
    마음 한 켠을 한 대 때려주네요.

  • 4. 소꿉칭구.무주심
    '08.9.11 7:08 PM

    짠골뱅이님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안에서나... 밖에서나...
    맘시려한 지 오래되었답니다
    힘되는 딸이기를 원했던
    울엄니 모습은 세상버리시기전 정갈한모습 그대로
    제기억속에선 변함이 없는데
    나이를 먹어가는 세월안에서는 함께 하지를 못하네요
    고운추석 되세요

  • 5. 소꿉칭구.무주심
    '08.9.11 7:21 PM

    솔님 ...
    우리네 사는모습은 조금씩 ..
    늘 아쉬운듯...모자란듯함에 익숙해져야 할것같아요
    조금씩 비우며 해를 보내는것같아요
    엄~청 욕심많던(?)시절 많은목표를 갖고
    세상과의 싸움에 도전하였든적 있었네요
    많은시간 흘러 돌이켜보니
    모든게 버겁게만 보입니다
    늘 누군가를 대신해서 사는느낌 저만 그런가요^^
    부딪치는 세상사 훌훌 털어내고
    이제 감나무 꼭대기에 달린 까치밥 되어
    엄니 품으로 돌아가고 싶을때가 있네요^^

  • 6. 빛과준
    '08.9.11 10:55 PM

    뇌경색으로 쓰러져 거동하지 못하신지 7년 여,
    요양원에 모신 지 2년째를 맞고 있는
    저희 시아버님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1주일에 한 번 보는 우리들을 알아보는 것도 어쩌다였는데
    지난 일요일에는 손자 둘의 이름을 너무도 선명하게 부르셔서
    애들은 무척 좋아라 했지만 저는
    오히려 맘이 더 아팠습니다.
    남은 인생 정신 온전히 지내실 날이 얼마인지,
    다가오는 추석도 전혀 생각을 못하시는데....
    님 덕에 삶에 대한 깊이를 생각하게 돼요.

  • 7. 소꿉칭구.무주심
    '08.9.12 12:54 AM

    하늘아래 공감을 갖고 나눌수있는 님들이 계십니다
    괜시리 불어오는 바람도 정겹고
    빛과준님 다녀가심도 반갑습니다^^
    지나치지도 말고
    맑디맑은 가을냄새담은 ...미풍처럼
    나도 님들께
    언제나 반가운 이로만 남겨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 8. katie
    '08.9.12 7:14 AM

    소꿉친구. 무주심님

    시인같으세요. 그것도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답글도 어쩜 그렇게 시적으로 쓰시나요???

    나이 드니 부모님 사랑을 절실히 느껴요. 이제 시어머님 한 분 남아계시는데 그동안 못한 며느리노릇 제대로 하고 싶네요.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9. 소꿉칭구.무주심
    '08.9.12 8:18 AM

    katie 님
    살아가는모습을
    표현하고 공유할수있는 이곳에서
    조금씩 조금씩 맘드러내어
    도리어 많은위안을 나누었답니다^^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그냥그냥 서러운 날
    사람냄새 그리워질때엔..
    님들곁에서
    살림살이 달그락거리는 이야기까지 함께 나누고 싶답니다^^

    멀리 있어도
    가까운 이로....^^

  • 10. 소꿉칭구.무주심
    '08.9.12 8:41 AM

    오리아짐님^^
    생각따로....
    몸따로.......
    현실만 직시하면 되요^^
    바람이 스산하게
    맘한켠 시리도록 불어올 때면
    조용히 책 한권 들고
    가만히 화장실변기위에 앉아요^^
    불빛으로 잠자는이 불편케 않고
    새벽2-3시는 딱 제세상이 된답니다^^
    곤죽이 되도록 피곤하면서도
    새벽녂에 일어나 청승떠는건........나이먹는게 맞는거죠?^^

  • 11. 똑순이엄마
    '08.9.12 2:23 PM

    님에 글에 마음이 순화됩니다.
    내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볼 기회가 되죠.
    항상 좋은글과 음악 감사드립니다.
    추석 잘 지내세요.

  • 12. 소꿉칭구.무주심
    '08.9.12 4:41 PM

    똑순이엄마님^^
    드뎌....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네요

    세월의 먼지가 쌓이면서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한~
    생각속의 고향은 언제나 편히 쉴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 이거던요
    (설마 내맘만은 아니겠죠?^^)

    추석에는...
    가을 바람 맞으며 휘영청 밝은 달빛에 취해 보세요~
    추석날 밤 보름달을 보면
    3년동안 무병장수라고 하던데...

    보름달 보면서 소원도 빌어 보시고~
    정겨움도 나누셨으면 좋겠네요

    울님들 풍요롭고 행복한 명절 되시길 염원하여 봅니다

  • 13. 레샤
    '08.9.12 10:07 PM

    엘레지,.....음악이 먼저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추석명절 잘 쉬세요 방긋^^

  • 14. 소꿉칭구.무주심
    '08.9.13 10:03 AM

    레사님^^
    감사합니다
    넉넉한 마음 나누는
    행복한 추석 되세요~~~~~~~~~~~^^

  • 15. **별이엄마
    '08.9.20 1:30 AM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게 하는 차분한 밤이네요.
    지나고 나면 항상 후회가 남는게 인생인것 같아요.
    이제 살아온 날보다는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 오십줄!!!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매사를 긍정적인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며 삽니다.
    웃으며 살아도 아까운 시간을 알기에 말이죠
    힘내세요.
    착한 끝은 있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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