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 조회수 : 2,702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6-07-28 16:23:54

                                                        

하나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비는 뼈 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까







비 속에서는 시간이 정체된다.


나는 도시를 방황한다.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범람하는 통곡 속에서 해체된다.


폐점시간이 임박한 목로주점.


홀로 마시는 술은 독약처럼 내 영혼을 질식시킨다.


집으로 돌아와 바하의 우울한 첼로를 듣는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날이 새지 않는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목이 메인다.





다섯


우리가 못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결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서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그대로부터 더욱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의 시간은 언제나 사랑의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글 - 이외수
그림 - 담원 김창배


With You『 비에 젖어도 당신과 함께라면 』/ Giovanni Marradi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향
    '06.7.28 5:01 PM

    밤과꿈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평안해 짐을.....
    음악 잠시 퍼가겠습니다.

  • 2. 지원
    '06.7.28 6:02 PM

    비가 내립니다...
    음악여쭤볼라고 했는데 저도 퍼가도 되겠죠?^^
    오늘은 조용히 비를 느끼고싶은날이네요...

  • 3. 소박한 밥상
    '06.7.28 7:23 PM

    음악에 너무 흠뻑 젖어....볼륨만 놓이고.......
    글 쓰곤 올리진 않았네요 ^ ^

    우직한 산사나이 ???만이 아닌
    감성적인 음악에도 짱!!!!이예요.

  • 4. 래미안
    '06.7.28 9:29 PM

    오늘 이 음악이 날 울리네요....
    지난날 기억속에 나도 모르는 고히 잠자던 슬픔이 내게 있었나보네요.
    눈물이 납니다.. 그러나 그 슬픔을 즐기렵니다

  • 5. 밤과꿈
    '06.7.29 5:26 PM

    소리부터 내리는 비..
    해묵은 일기장을 적시는 비..
    뼈속까지 적시는 비..
    시간을 정체시키며, 못 다한 말들마저도 되돌아오게 하는 비..

  • 6. 스케치
    '06.7.29 5:48 PM

    음악을 잘 모르는 저는
    글이 더 좋네요.... ㅎㅎㅎ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정말이에요 ..... 큰 상처는 언제나....
    내게서 정말 가까운 사람이 주더군요
    애정이 큰 만큼 상처도 아프구요 ^^

  • 7. 천하
    '06.7.29 11:44 PM

    음악과 글에 흠뻑 빠지게 하는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130 2주 정도된 냥이 입양하실분 계실까요? 3 유리병 2025.07.21 915 0
23129 발네일 사진 올려봐요 2 바닐라향기 2025.07.18 934 0
23128 [급질문]욕실타일 크랙 셀프 가능할까요? 3 happymoon 2025.07.16 696 0
23127 고양이를 찾습니다..사례금 500만원 9 그리움 2025.07.15 1,796 0
23126 마천에서 올라 남한산성 한바퀴 3 wrtour 2025.07.14 669 0
23125 무늬벤자민 좀 봐주세요ㅜㅜ 7 na1222 2025.07.13 842 0
23124 구체관절인형 조각보 저고리와 굴레 2 Juliana7 2025.07.11 719 1
23123 416tv 바람의 세월 시사회초대 유지니맘 2025.07.11 456 0
23122 간장게장 테나르 2025.07.11 448 0
23121 아기사슴 이예요 6 공간의식 2025.07.09 1,811 0
23120 비싼 수박이... 2 통돌이 2025.07.07 1,220 0
23119 설탕이와 소그미(10) 10 뮤즈82 2025.07.03 1,216 0
23118 뜨개커텐 9 ㅎㅎㅋㅋ 2025.06.29 3,798 0
23117 6.28일 토요일 오후 6시 마지막 나눔안내 16 유지니맘 2025.06.28 2,074 2
23116 82일부회원님들과 함께 한 매불쇼 .겸공 41 유지니맘 2025.06.27 4,592 8
23115 모두가 잘났습니다. 2 도도/道導 2025.06.26 1,136 0
23114 버스에 이런게 있던데 충전기인가요? 4 요랑 2025.06.25 1,233 0
23113 6.25 75주년 2 도도/道導 2025.06.25 434 0
23112 춘천 삼악산 2 wrtour 2025.06.23 740 0
23111 삼순이의 잠.잠.잠 퍼레이드. (사진 폭탄) 14 띠띠 2025.06.23 1,813 0
23110 6.21일 토요일 교대역 10번출구 나눔입니다 2 유지니맘 2025.06.20 675 2
23109 화촉 신방 4 도도/道導 2025.06.20 807 0
23108 눈 아픈 길냥이들 5 냥이 2025.06.20 731 1
23107 아픈 길냥이 1 냥이 2025.06.20 488 0
23106 길냥이들 구조후 수술 시키고 했던 사람입니다 8 동그라미 2025.06.18 970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