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음력 정월을 넘기지 않으려 마지막 날인 1월 29일 날을 잡아 장을 담갔어요.
장거리 친정 나들이를 다녀온 후라 조금 피곤하여 다음에 담갔음 좋겠다 싶었지요.
날짜만 지키지 않고 담글 수 있는 거라면 정말 미루고 싶었지만
미룰 일이 아니였답니다.
잡은 날이 장날 이라고 내내 따스하더니 바람도 제법 불고 추웠습니다.
일이라는게 또 해야 할 때 해야만 되는거라 우리 가족 착착 소매 걷어 부치고
일을 시작합니다.

0.큰 고무다라에 한 가득 물을 받아 소금을 풀었습니다.
긴 막대로 휘~휘~~저어가면서 소금을 풀면 더 빨리 녹는다고 어머님이 알려주십니다.
소금물에 계란이 동동 떠 오르는데 떠오른 면이 500원 동전 크기면 된다네요.
기나 긴 세월 몸에 절로 녹아든 살림살이 노하우는 발 벗고 따라가도 못 따라갈지 싶어요.
*
곁에 어머님이 계셔서 너무 좋습니다.
힘든 것은 힘든 그것대로 또 다른 삶을 생각하게 하고 배우게 합니다.
힘 없고 나이 먹은 몸일지라도 곁에 계셔 주심으로만도 버팀목이 된다고 하면
이해하시겠어요? 가만 생각해 보면 그런것 같습니다.
친정 큰 언니가 맨날 형부랑 토닥 토닥 싸우면서 사니 못사니 하더니 막상 큰 형부
돌아가시니 시름 시름 아프기 시작 하더군요.
그러더니 머리가 빠지고 눈이 안보이고 ...결국 아이 여섯 놔두고 형부 뒤따라 갔어요.
싸움도 사랑이였나 싶습니다.
그 아이들 씩씩하게 할머니 이모 도움 안 받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정 생각하면 한 편으로 답답하지만 각 각의 삶이 방향이 다르네요.
살아가는 방법이요...

1. 항아리를 소독하는데 제 생각엔 소금물로 한 번 휘~익 헹구어
햇빛에 말리면 되지 싶은데 볏짚을 태워 소독을 하신다 하네요.
불놀이 하는 아이마냥 신기하고 놀랍고 재밌습니다.

2. 타 들어가면서 연기도 많이 나네요. 그 연기로 인해 소독이 되는가 봅니다.
볏짚으로 참 많은 것을 합니다.
메주도 걸수 있고, 청국장도 띄우고, 예전엔 지붕도 만들었고 요즘은 수출도 하나봐요?

3. 연기가 하나 가득 입니다.
*
이 연기와 함께 우리 답답한 마음도 다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어요.

4.옆으로도 뉘어서 태우기도 했어요.
*
어떤 것을 하던 무엇을 하던 늘 준비 기간이라는게 있는가 봅니다.
이 준비 기간땜에 우리는 힘들고 어렵고 쉬이~지치는게 아니련가 싶습니다.
서로 서로 돌아보면서 격려해 줄 때가 이때라고 봅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마냥 신기해 하는 제형이 입니다.

할머니가 아빠가 엄마가 일하는 모습 속에서 아이가 많이 생각을 하며 자라겠지요?

5.잘 띄워진 메주 가족입니다.
이 메주를 만들기 위해 삶고 찧고 모양 만들때 많이 힘들었는데
다시 보니 그 힘듬도 잊은 체 이뻐서 마냥 바라봅니다.
*
우리가 이 힘든 세상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이런 작은 기쁨을 맛보는 순간들이 있기에 복닥 거리며 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라고 믿고 싶습니다.

6.햇빛을 받아 더 예쁜 메주 가족입니다.

7. 군데 군데 묻어 있는 볏 짚도 정겨워 보이네요.

8. 얼마나 많은 냄새를 피우며 띄웠는데...
너 오늘 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야...축하해!

9.우리 어머니...
허리 아프시면서도 손을 걷어 부칠 수 밖에 없음에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습니다.
*
어머니~어머니 ~하면서 이야기 하면서 일 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하라면 저 아범 곁에서 저 도망갈지도 몰라요~
우리 부자 될때까지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살림살이 더 많이 많이 알려주셔야 합니다.

10. 쓱싹~쓱싹~ 피어난 곰팡이 닦아 냅니다.
메주의 얼굴이 뽀얘지고 있어요. 노오란 것이 아주 맛날것 같아요.

11. 잘 씻겨진 메주는 하나 하나 항아리로 담겨집니다.

12. 찬 바람은 불어도 햇살은 이쁘게 비추네요.

13. 차곡 차곡 담겨진 메주랍니다.

14.잘 녹아든 소금물을 체에 받혀 항아리 가득 부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 뿐인데 벌써 색이 우러나네요.
빨간 고추가 더 선명하게 빛을 냅니다.

15. 여기도 하나 가득...
검은 숯이 들어가면 소독이 되고 고추가 들어가면 장 맛이 더 좋다고 하네요.

16. 뚜껑 덮기 전에 어머님이 소금을 고루 고루 더 뿌려주십니다.
*
거치른 어머니 손 등에 잠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친정 어머니나 시 어머니나 왜 그리 힘겨운 세상을 사셨는지 ...
우리가 흘리는 눈물 보다
두 분이 소리없이 흘리는 눈물은 아마 소금물도 다~녹일지 싶습니다.
제 손등에도 가녀린 시선이 머뭅니다....

17.이렇게 고루 고루 소금을 뿌려주셨어요.

18. 뚜껑을 잘 닫은 항아리 모습을 보니 부자 된 기분입니다.

19.나란히 나란히 줄 서 있는 항아리 가족입니다.

20. 이쪽에서도 다시 한 번 잡아 보고...

21.약간 아래서도 잡아 보았어요.
잘 발효가 되고 맛나게 익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장 담그는 하루가 저물어 갔습니다.
*
이제는 기다려야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40 일 정도 지나면 간장도 끓이고,엿기름으로 식혜 만들어 된장도 치대어 주고
모든게 순서가 있듯이 이제는 기다립니다.
우리네 삶이 어쩌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다 하다보면 서로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이 안에서도 마찬가지라 여깁니다.
어쩌면 마음 속으로 더 많이 느껴지고 보여질진데
그냥 있어 줌으로써
작지만 보여 짐으로써
서로에게 격려가 되고 작은 힘이 된다는거 아시나요?
그 힘이 엄청난 일들을 만들어 낸다는거 아시나요?
항상 계획 세워진 대로 우리네 삶이 살아 진답니까?
언제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게 우리네 삶이지요.
우리가 서로를 바라 볼 때 부정적인 것 보다
더 긍정적으로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