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언니들. 저 너무 힘들어요. ::: 82cook.com 자유게시판
2014년도에 제가 적었던 글이에요.
어찌어찌 살다보니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쓸까말까 참 고민했는데 가슴이 터질것 같고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쓰게 되었어요.
2014년도에 자폐 판정을 받은 제 아이는
그렇게 장애 아동에서 최중증 자폐증 청소년으로 자라났어요.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정말 남편도 저도 아이에게 올인해 가르치고 또 가르쳤어요.
이 생활이 10년이 넘어가네요.
자폐는 정말 무서운 장애에요.
소통이 불가하다는 것이요.
끊임없는 일방적인 요구. 알 수 없는 행동들. 수시로 반복되는 수면장애.
치매 환자를 키운다고 생각하시면 딱 맞습니다.
(그것도 중증이요. 벽에 x칠하는 그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매일매일 상상 이상의 일들이 일어나요.)
아이 상태가 이렇다보니 장애인활동지원사는 매칭이 되어본 적이 없어요.
장애에 매달려 10년이 넘다보니,
남편도 저도 늙었고,
저는 몇번 다치고, 공황장애나 대상포진도 자주 오고요.
얼마전엔 남편이 갑자기 권고사직을 당했어요.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는데 타지역으로 가기로 했대요.
주말부부를 하기로 했는데, 남편은 걱정이 되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나봐요.
걱정 말라고 하는데도 제가 애랑 둘이 죽을까봐 그게 더 걱정되는 눈치같아요.
이제 저도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간 집에서 이것저것 시도해 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일자리를 찾아봐도 이 아이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방학에는 24시간 매여야 하니까요.
사실 아이랑 같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커요.
보건복지부에 안락사 좀 허용해달라고 민원도 넣어봤어요.
어이없으시죠? 너무 절박하거든요.
시에도 문의를 해봤어요.
제가 죽으면 부모 사후에 이 아이들은 어찌 되는지.
지금으로서는 말해줄 수 있는게 없대요.
대책이 없다는 말이겠죠.
얼마전에 저랑 비슷한 아이 키우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어요.
친구 아이는 몇해전에 사고로 별이 되었고요.
잘 지내? 하고 묻는 제 말에.
그 친구가 희미하게 웃으며 그러더라고요.
00야. 나 요즘에 드라마도 본다.
그게 또 미치게 부럽더라고요.
슬프지만 마음이 얼마나 후련할까 싶어서요.
아이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장애부모들의 소망을 그 친구가 이룬거 같아서요.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살아질텐데...
저에겐 이제 그런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요.
희망도 용기도 다 사라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