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대충 양치와 세수만 하고
모자를 눌러쓰고는
아파트 뒷편 낮은 산자락에 만들어진
황톳길에 맨발 걷기를 하러 가요
열심히 사십분 정도 걷고 나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때
아파트로 바로 내려오는 계단 길을 선택하지 않고
뒷산 나무 숲길을 둘러서 내려오는데
여기엔 칡넝쿨이 엄청 많아요
사람이 거니는 길 한쪽으로 휀스를 해놓아서
그 휀스 안쪽으로 나무를 타거나
휀스를 감아 타고 오른 칡넝쿨이 엄청 많은데
번지는 속도가 어마 무시한 칡넝쿨이
반가운 풀종류는 아니지만
저는 또 밉지만은 않아요
시골 태생이고 지금도 본가가 시골인 저는
초등 고학년때까지 불을 때고 살았는데
아버지 따라 산에 나무하러 가면
나무를 동여매는 끈이 볏짚으로 만든 새끼줄이거나
그게 아니면 산에 널린 칡넝쿨 줄기를 쪼개 엮어서
끈을 만들어 나무 짐을 묶어서
지게에 올려 짊어지곤 하셨어요
또 칡잎은 생각지도 못하게 산딸기를 좀 따거나
먹을 수 있는 열매를 땄는데
담을 곳이 없으면
넓데데한 칡잎 몇잎을 몇겹 깔아 담아서
주머니처럼 묶어 들고 오기도 했어요
여튼 그런 칡넝쿨이 꽤 많은 곳인데
근래에 제가 칡잎을 자주 이용할 때가 있는데
쑥개떡을 찌거나 만두를 찔때
칡잎을 깔고 찌거든요
그래서 맨발걷기를 한 후 산자락 숲 길로
내려오면서는 크고 넓은 칡잎을 좀 뜯었어요
한참 칡꽃이 절정일때라
칡꽃향이 어찌나 달콤하고 좋던지...^^
이제 곧 칡꽃은 지고 잎은 시들어 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