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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엄마 물건!!

| 조회수 : 14,288 | 추천수 : 87
작성일 : 2006-10-01 20:09:45


얼마전...
친정어머니가 무슨 계를 해서, 통영에서 해오셨다는, 나이가 약 서른다섯살쯤 되는  빨간 이층장을 제게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첨에 제가 그걸 달라고 할 때는...정말 엄마가 그렇게 선뜻 "그래"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순순히.."가져가라...노인네 물건 갖고 싶다고 하는 것도 고맙지..." 이러시는 거에요..

놓을 장소를 물색하다가..침대와 평행으로 놓여있는 서랍장 옆에 놓으면 어떨까 싶어서...어제,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늘 실어올 꺼라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실어오겠다고 해놓고 보니..kimys가 낮에 다른 약속이 있는 날..
하는 수 없이 저 혼자 가서...안에 있는 물건 모두 꺼내놓고, 그리고 위 아래를 분리한 다음 헌 홋청으로 싸가지고 싣고 왔어요.

장정들(울 오빠, 울 남동생 등등)이 하나도 수배가 안되는 관계로, 엄마랑 저랑 끙끙거리며 들고 차에 간신히 실었습니다.
윗층은 승용차의 뒷좌석에, 아랫층은 트렁크에....싣고 왔답니다..
웃기는 건..자동차 트렁크 문을 완전히 들어올릴 상태로 왔다는 거...그래서 모두 쳐다보곤 했다는 거...

경비아저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안으로 들여와..먼지도 좀 닦아주고..그리고 가구용 오일도 좀 발라주고...
속을 깨끗이 닦아내고, 옷을 넣어봤는데..정말 수납력이 '짱' 입니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소득...
장 가지고 가겠다고 찜해놓은 후 얼마 뒤...
"얘, 누구 상가져갈 사람은 없니?"
"무슨 상??"
"그거..왜 원형 교자상 있잖아?"
"헉..그거 자개 박은 거..다리 접히고..엄마가 무슨 호텔 나전칠기집에서 사왔다는 거??"
"응..그거 옛날에 아는 사람이 도큐호텔에 나전칠기집 냈다고 해서 하나 사온 거지."
"근데..그거 왜 없애려고?? 아주 이쁜 건데.."
"잘 쓰지도 않고..건사하기 힘들어.."
"아이구..그건 내가 가져가지..이게 웬 떡이야!! 근데 왜 나보고 가져가라고 하지 다른 사람을 찾았어??"
"난 너 자개상이라서 싫다고 할 줄 알았어, 달라는 소리도 안하고.."
"그거 좋은 거니까, 엄마가 아끼는 줄 알고...달라고 안했지..."

어제 장 실으러 간다고 하니까..그럼 상도 가져가겠지 싶으셔서..새천으로 상커버까지 만들어놓으셨어요..
우리 엄마, 저와는 달리 차분하고 꼼꼼하시거든요...^^
요번 추석에..직사각형 교자상과 더불어..손님 치를거에요, 요 이쁜 상에...




이층장이 오는 바람에, 침대옆에 두고 사이드테이블로 쓰던 인도네시아 궤짝이 거실로 나왔습니다.
여기에 잔뜩 들어있던 옷들까지..몽땅 이층장안에 들어가버리는 바람에...이 궤짝은 비었습니다.
식탁보들 차곡차곡 넣을 거에요...

이로써..추석맞이 환경미화가 완전히 끝난 것 같아요.

오늘, 이런저런 메모 꼼꼼하게 해서, 내일부터 장보기 시작해야하는데..메모를 하나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흐뭇한지...

오늘 장 가지고 오면서 저희 친정어머니가 시집올때, 그러니까 1954년에 해오신 파랑색 모본단 저고리도 찾아서 가지고 오고,
제가 대학 다닐때, 또 우리 딸 어렸을 때 제가 심심풀이로 코바늘로 뜬 레이스도 몇개 가지고 왔어요..
저고리와 레이스는 담에 구경시켜 드릴게요. ^^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별하늘
    '06.10.1 8:13 PM

    자개장 너무 좋아보여요.
    선생님 이마트에서 두번 뵜는데 저혼자 반가워하면서 인사도 못했습니다.
    반갑습니다.

  • 2. 김혜경
    '06.10.1 8:15 PM

    허걱...너무 하세요...ㅠㅠ..아는 척 좀 하시지..맨날 이마트 귀신처럼 산발하고 아무렇게나 하고 가는데..그 모습을 혼자 보시기만 했다는 거죠? 어흑...

  • 3. 진선
    '06.10.1 8:22 PM

    선생님 어머님은 자개장만큼 평안한 일생을 보내신 것 같아 부럽네요.
    격랑의 세월을 보내신 친정엄마가 생각나네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 정말 감사합니다.

  • 4. 무영탑
    '06.10.1 8:36 PM

    친정어머니 시집 올 때 입으신 녹의를 간직하고 있는데 저도 올려볼까요.^^
    자개상 상태가 너무 좋네요

  • 5. 녹차향기
    '06.10.1 8:59 PM

    헉..
    너무 이쁘네요..
    그리고 부럽구요..
    울 엄마는 나 물려줄 가구가 하나도 없는데..^^

  • 6. 꽃게
    '06.10.1 9:51 PM

    울엄마도 요새는 당신 쓰시던것 하나씩 둘씩 우리들 갖고 가라고 하시네요.
    엄마도 충무에서 해온 빨간 애기장이 있었는데,,그건 동생이 먼저 찜해버렸어요.ㅎㅎㅎ
    저는 엄마 혼수로 해오셨다는 일본산 자주색 꽃무늬 알미늄 찬합 찜해두고 있어요.
    그건 가끔 엄마가 쓰시기 때문에~~
    50년이 넘은 알미늄 찬합이지만 피막하나 벗겨지지 않고 그대로 쓰시고 계시고
    디자인도 지금 봐도 정말 예쁜~~
    이젠 정리하셔야할 나이가 되셨다면서~~~

  • 7. 여름나라
    '06.10.1 10:58 PM

    저는얼마전부터 겨우 생각나서 몇가지 가지고 싶은 엄마물건들의 행방을 물어보니...
    허걱~~ 이미 오래전에 울 언니가 다 챙겼다고 하내요..

    예전에 언니 시잡갈적에...

    본인 혼수짐에 내가 사다모아놓은책에 레코드판에 ...여러가지 내 물건을 스리슬쩍
    낑겨넣다 걸릴적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ㅠㅠ

  • 8. 혜,영맘
    '06.10.1 10:58 PM

    저는 친정 어머니는 많이 젊으시고 시어머니께서
    더 나이가 많으셔서 틈만 나시면
    " 내 죽고 나면 다 버릴거니까 내 살아 있을때 가져가라" 하시며
    2주에 한번 들를때마다 하나 하나 보따리를 풀어 놓으세요.
    착찹하면서도 물건에 눈이 가는 내 모습이라니....
    세월이 너무 무심하다는 말이 이제 쪼끔 이해되요.

  • 9. nebol
    '06.10.1 11:32 PM

    자개상 이뻐요
    오늘 82쿡 생일이네요~ 축하드려요~

  • 10. 잠비
    '06.10.1 11:43 PM

    9월 이벤트를 보면서 결혼 할 때 그동안 모아놓은 책만 싸들고 와서
    오래된 물건이 별로 없는 사람은 다들 보물을 많이도 가지고 있구나, 부러웠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끼던 그 수십 년 된 책들마저 더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고
    이제 빈 손이라 세상 살이 털어 버릴 때 가볍게 갈 수 있겠구나
    바람처럼 자유롭구나......그런데
    어머니께서 주셨다는 빨간 이층장은 심히 부럽습니다.
    아무래도 할머니께서 쓰시던 의거리장을 떼를 써서라도 들고 와야 되겠습니다.
    아니면 동대문운동장의 벼룩시장에라도 가볼까요?
    황학동을 지나갈 때마다 아이고 구신나올까 무섭다....했는데^^

  • 11. 보라돌이맘
    '06.10.2 12:28 AM

    예전 저희 친정집에 있던 장이랑 상까지 너무 비슷해서 놀랬습니다.
    저의 예전 살던 집...그 오래된 목조건물이 어느날 새벽 큰 화재로 온통 잿더미로 변하는바람에...
    부모님 어린시절부터 저희 형제들의 성장과정까지...
    그 많던 사진들로 2층방에 꽉차있던 앨범들까지도 소각되고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겐 옛집에 대한 풍경은 애써 제 기억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답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쇠퇴되어가는듯한 기억력에 발을 동동 굴러보아도....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미 기억에서 점점 멀어져가는것이 바로 옛집의 곳곳의 생김새와...저희 부모님의 목소리입니다.
    오늘 올려주신 사진속에서 순간 그 기억너머의 한 빛줄기를 발견해서... 기쁘고도 놀라운 기분입니다.
    딸과 엄마라는 그 축복된 인연이 늘 너무나 보기좋은 김혜경선생님과 어머니....
    앞으로도 두분 함께 정말 건강하게 오래오래 동행하는 삶 사시길 기도할께요.

  • 12. 김혜경
    '06.10.2 8:10 AM

    nebol님,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고맙습니다.

  • 13. 둥이둥이
    '06.10.2 9:46 AM

    상이랑 장이랑 둘 다 너무 이뽀요.....^^
    환경미화 끝내셨으니..맛있는 음식 하셔서 즐겁게 나눠드세요...*^^*

  • 14. 두민맘
    '06.10.2 9:48 AM

    부럽습니다^^

  • 15. 푸름
    '06.10.2 9:56 AM

    옛 이층장이나 삼층장, 혹은 뒤주(ㅋㅋ)가 철지난 옷 수납하는데는 정말 짱이죠.
    저 이층장은 심히 이쁘네요 ^^
    결혼전 저희 엄마도 그렇게 놓고 쓰셨는데 이사다니면서 다 버리셨나봐요.
    저희 할머니 삼층장은 저리 이쁘지도 않고 수리를 많이 해야할 형편이었는데 결국은
    처리해 버리셨나봅니다. ㅠ.ㅠ
    집이 넓어지면 제가 하나 장만해야 할라나봅니다.

  • 16. may
    '06.10.2 10:13 AM

    친구들 집에 가면 한두개씩은 꼭 있던 자개장...
    저희 집만 없었답니다. 엄마 취향이신지 경제력이 안되신건지...
    여전히 눈길도 안주시는 것 보면 취향이신것 같은데...
    덕분에 저는 자개만 보면 갖고 싶다는 욕망이...
    이젠 귀해져서 좋은 자개는 너무 비싸요.
    저도 왕 부럽습니다.^^

  • 17. 숲속
    '06.10.2 11:13 AM

    앗. 저도 82쿡 생일 축하 드립니다!!!
    맨날 급할 때만 와서 좋은 정보만 쏙쏙 찾아가고
    인사 한번 못 드린지 너무 오래 되었네요.
    이벤트 덕분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긴 했지만
    인사 따로 드릴려다 괜히 머쓱해서 그냥 있었답니다. 죄송하게도.
    그래도 82쿡 생일이라니 용기내서 인사 전하고 갑니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 물건이었던 것 하나하나가 어찌나 마음에 사무치는지.
    저 널찍하고 둥근 상에 모여 앉아 시끌벅쩍 밥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네요.
    82쿡도, 선생님도, 늘 건강하세요~!!!

  • 18. 선물상자
    '06.10.2 11:33 AM

    엄마 물건은.. 물건 그 이상의 뭔가가 있는거 같아요..
    어머니들.. 뭐든 당신들 쓰시던거 가져가겠다고 하면
    너무나 좋아들 하십니다.
    노인네 사용하던 물건 젊은 사람들이 가져가서 쓴다고 하면
    정말 정말 흐뭇해 하세요.. ^^*
    그렇게 저도 친정집에서 업어온게 꽤 된다죠~ ㅋㅋㅋ

  • 19. 캥거루
    '06.10.2 1:00 PM

    와 오늘이 82쿡 생일이군요..너무 축하드려요.
    이번 추석명절은 시집와서 첨 보낸느 명절인데요..여기에서 좋은 정보 많이 들고 보고 해요.
    샘이 쓰신 책도 너무 잼나게 읽었어요...^^

  • 20. 저우리
    '06.10.2 3:49 PM

    우와 정말 보물이예요.
    그렇게 오래된 물건이 어떻게 저렇게 깨끗할수가 있는지요.
    참 아끼면서 쓰셨나봐요.
    멋스러워요.

    선생님께서 친정에서 공수해온 장 속에는 과연 무슨 물건이 들었을까? 난 왜 그게 그렇게 궁금한거지?ㅎㅎ

  • 21. okbudget
    '06.10.2 4:05 PM

    저도 선생님의 엄마같은 엄마가 되어야하는데~
    차분하고 꼼꼼하시고~
    반대로 난 덜렁이고 빈틈많고, 오늘도 하루종일논다고 이제야돌아와서
    고장난집 A/S하고있습니다.
    인터넷바꿔연결하고,현관벨고치고, 변기물새는거손보고 물론 다른사람손을빌어서요~

  • 22. 대전아줌마
    '06.10.2 8:27 PM

    어머..저 자개상 저희 친정에도 있어요...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몇년 전까지는 있었는데..정말 관수하기가 힘들죠..저희집껀 가장자리가 많이 깨졌더랍니다..
    손때가 묻은 물건들..결혼전에 집에 있을땐 정말 싫었는데..아직 제가 젊은지..써억 좋은진 모르겠지만..나중에 늙어서 그것들 보고 있노라면..엄마 생각나서 눈물날꺼 같아요. 괜시리 엄마 보고 싶어지네요. 전화나 해야겠어욤..엄마한테.............

  • 23. 임영빈
    '06.10.2 9:48 PM

    저희친정에도 저 자개장과 자개상 둘다 있어요~ 저흰 까만색 자개장이네요..
    괜히 반가워서리..ㅋㅋ 넘 오랫만이라 댓글달기도 쑥스럽네요..
    오늘이 82쿡생일이라니 축하드려요~~

  • 24. 윤정
    '06.10.2 11:03 PM

    영혼이 깃들어진 귀한 물건들... 좋아요!
    전통의 가치를 알고 아끼는 혜경샘의 맘도 아름답구요~~~
    귀하고 비싸서 그렇지 나중에 저도 온통 고가구로 집 가꾸고 싶네요~~~^^

  • 25. 오키프
    '06.10.3 12:56 PM

    늙어가는지 저도 예전엔 눈도 안 가던 궤니 오래된 농이니 이런데
    눈이 자꾸 가네요.
    저희 친정집에도 너무나 이쁜 단아한 뒤주도 있고 궤도 있는데
    엄마가 아직은 안 내놓으실 것 같네요...^^
    전 제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님댁에 있던 화로 생각이 많이 나요.
    겨울에 밤도 구워주시고 고구마도 구워주시고 떡도 구워주시곤 하던
    놋쇠 화로요. 지나고 생각하니 그 화로는 누가 가지셨나 궁금하네요...

  • 26. 모야
    '06.10.5 10:56 PM

    ~누구 상 가져 갈 사람 없니?~하셨을때
    저는 괜히 제가 다급해지는 거 있죠~ㅋㅋㅋ
    ~~잉 울샘 빨리 가져와라!!!~~
    아직도 아이같은 맘이~~^^

  • 27. 칼라
    '06.10.6 8:47 PM

    ㅎㅎㅎ 정말 땡잡으신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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