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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엄마를 잃다.

| 조회수 : 1,730 | 추천수 : 145
작성일 : 2009-11-03 09:15:04
작년 3월 결혼 10년이 넘도록 아이가 없는 우리집에
친구가 강아지 한 마리를 가져다 주었다.
사실 나는 전에 살던 나라에서 개 두 마리를 키웠다가
신병치료차 한국에 갔기 때문에 부득이 그 개를 농장 주인들에게 입양해야만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트럭에 묶여 실려가던 개들의 뒷모습을 잊지 못해
내내 눈물을 흘렸다.  남편도 나도 그때만 해도 아니야 다시 볼 수 있어 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비행기표는 6개월 기한이었기에...

3개월 뒤면 다시 그 나라로 돌아가 개를 찾아가 볼 마음이었다.
하지만 병은 예상보다 위중해 불임치료차 하러갔지만 그 병 치료하느라 2년이 지났다.
그래서 아이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이런 상황 저런 상황 속에
인근의 다른 나라로 왔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두 마리의 개는 지금도 내 가슴에 있다.
그 개들을 보지 못한지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랑 살던 세월이 4~5년이었으니까 아마
그 개들도 지금은 노견이 되었을 것이다. 요즘 그들이 잘 있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유기견이 되어 여기 저기 쏘다니다가 죽은 건 아닌지, 새로 만난 주인들이 잘 거둬주는지
병이 났으면 제대로 치료해 주는지 너무 너무 궁금하다. 맘이 아프다. 지켜주지 못했다.

나도 다시 돌아와 새로운 나라에 다시 적응하느라 너무 힘들었고 삶에 찌들었고
하루하루 전투였기에, 가끔 밖에 비가 내리고 그 개들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기억이 나면
너무 너무 가슴이 아프고 또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다시 개를 키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개들에게 미안했다.

개한테도 이런데 아이들을 버리는 엄마나 아빠의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를 버리고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을까?
내 친구 엄마는 친구 아빠가 술주사에 폭력으로 학대하자 서울로 떠나 한복집을 했다.
다시 엄마가 찾기 전 그 동안 남겨진 친구는 할아버지 집에서 자라며 부엌데기처럼 컸다.
얼굴도 전교 최상위급으로 예뻤던 친구, 그런 속사정을 몰랐더면 부잣집 딸로 여길만큼
귀티가 철철 넘쳤던 친구도 엄마가 가 버리니 풀이 죽고 늘 얼굴이 어두웠었지.

내게는 자식과도 같았던 개들, 어디 나갔다가 오면 먹을 것을 싸들고 개들에게 나눠줬다.
그 때의 사진을 보면 가슴이 찌르르 아프다. 여튼 나는 다시 개를 키운다.
그 개의 이름은 곰도리다. 진돗개의 피를 이어받아 다소 사납지만 충성스럽고
밖에서 돌아오면 폴짝폴짝 뛴다. 착하다, 나가서 놀자고 보채지도 않고
주는대로 먹고 배변은 밖에서만 한다. 집에서 한 적이 없다.

첫날 그토록 울어댔다. 엄마를 찾느라, 엄마품이 그리웠나보다.
생후 40일 아가에게 남편이 머리카락을 대줬다. 그나마 그게 털이라 엄마라 생각했는지
곰도리는 남편의 머리칼을 부비고 귀를 쪽쪽 빨면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부터는 절대 울지 않았고 우리 부부 침대 밑 담요에서 잠을 잤다.

화장실갈때도 부엌에 있을 때도 베란다에서 빨래를 말릴 때도 껌딱지처럼 쫓아 다닌다.
때로는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형제를 떠난게 아닌가 싶어 애처럽다
오늘, 나는 곰도리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나이가 10살이라
노견인데 병이 들어 수명을 다 못 채운 모양이다.
그 이야길 듣고 와서 곰도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곰도라, 니 엄마가 죽었단다, 그거 아니...녀석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전처럼 쌔근쌔근 잠도 잘 자고 잘 먹고 수건물고 와서 놀아달라 조른다.
그냥 나만 엄마잃은 곰도리의 머리를 빗질해 준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냥냥공화국
    '09.11.3 3:03 PM

    7년전인가...
    캐나다영주권이 나왔을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고양이 두마리와 개 두마리를 데리고 타국에서 고생안시키고
    살 수 있을까... 비행기는 어찌 태울것이며... 집은... 동물병원은...
    결국 그 고민 하루도 안되서 영주권포기 했습니다.
    저역시 개한마리를 키워도 이리 어깨가 무거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 버리는 사람 절대 이해안갑니다.

    곰쥔장님 글을 읽고 있으니 ..어휴...
    저희 동네에 이사가면서 버리고간 리트리버(믹스) 한마리가 지금 오갈곳이 없어요..
    그녀석 거둘 사람을 찾아줘야할텐데... 만만한 일이 아니네요.
    몇몇분이 밥주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이거 잘못하다가 건강원에 갈 판입니다.
    그 생각하면 잠이 안옵니다....... 사는게 왜이리 함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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