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페이지에서 1월달 게시물이 뒤로 넘어갈 때까지 열혈 작성 한 번 해보겠슴다.
저희집 주방기구 수집가 양반이 제분기를 들였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계시지요?
이렇게 생긴 기계입니다.

기계 구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파워블로거지 노년공원의 블로그에서 공구에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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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 말고, 아마존 닷 컴 가셔서 그레인 밀 Grain Mill 이라고 직접 쳐보세요 :-)
이 제분기의 성능이 제법 우수해서 방앗간에서 곡물을 가는 것과 거의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강력분 박력분... 여러 가지 밀만 갈다가 한 번은 쌀도 종류별로 갈아보자! 하고 찹쌀 한 봉지를 사왔습니다.

기계 사용 설명서에 물기가 있거나 유분이 너무 많은 곡물은 갈지 말라고 해서, 방앗간에서 떡쌀을 빻을 때 하는 것과는 달리, 찹쌀을 전혀 불리지 않고, 씻지도 않고, 그대로 기계에 넣고 갈았는데 이렇게 곱게 갈렸어요.

찹쌀가루는 익반죽을 해야 한다고 배웠던 기억이 나서 (가정 가사 시간엔 모범생이었다는...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 ㅋㅋㅋ) 끓인 물을 붓고 잘 치대서 이렇게 동글동글하게 빚어봤어요.

경단 반죽이 귀찮은 날에는 그냥 찹쌀가루에다 물을 넣고 잘 섞어서 전자렌지 (아, 전라렌지여~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에 3분 돌리고 숟가락으로 잘 뒤섞어서 또 3분 돌려서, 그냥 고물 위에다 철푸덕 던져놓으셔도 됩니다.

그럼 고물은 어떻게 구하느냐?
이것도 제분기가 만들어야죠.
원래 이야기는 조금 깁니다만...
먼젓번에 만들었던 다른 종류의 고물 (조금 있다가 나와요)을 다 썼는데 찹쌀가루 반죽이 아직 많이 남아서 냉장고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불시에 냉장고 점호를 마친 남편이, "저 반죽은 어쩔꺼냐고" 질문을 가장한 압력을 행사하길래, "아 글씨 고물이 있어야 떡을 만들지! 콩고물 사려면 네 시간 운전해가야 하는데..." 하며 핑계를 가장한 게으름을 시전했습니다.
콩고물은 어떻게 만드느냐...
그걸 방앗간집 딸도 아닌 내가 어찌 아느냐...
그것의 이름을 보아서 콩으로 만드는 것이 틀림없다...
미숫가루와 비슷한 형상으로 미루어 콩을 가열한 다음 가루로 만든 것일 확율이 높다...
이러한 토론과 연구를 거쳐서 마침내 남편이 커피 로스팅 팬에다가 메주콩 로스팅을 한 다음, 제분기로 갈았더니
마침내 이런 모습이....

손으로 찍어서 맛을 보니 정말로 인절미의 외부에 붙어있던 그것과 똑같은 맛!!
아, 정말로 콩고물은 콩을 가열해서 갈아낸 가루였던 것이었다!!!
이런 대단한 발견을 했죠 :-)
사실, 명왕성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시판되는 찹쌀가루를 이용해서 집에서 떡 한 번씩은 만들어 보셨을 거예요.
일명 엘에이 찰떡 이라는 이름의 요리도 있고...
전자렌지에 돌려서 고물만 묻히면 인절미는 쉽게 만들 수 있는 떡이긴 하죠.
하지만 찹쌀을 직접 갈아서 떡을 만들어보니, 시판 가루를 썼을 때 늘 거슬리던 쓴 끝맛이 전혀 없고, 찰기는 무척 많으나 들러붙지 않는 신기한 질감이 형성되더군요.
아래 사진에서도 그 매끈한 표면이 보이죠?
얼마나 매끈한지 콩고물이 잘 묻지 않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굳지 않고 쫄깃한 떡의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는 신기방기함이...

어느날 한국 티비를 보는데 팥빙수의 달인이 팥빙수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팥 삶는 비법보다도 제 눈길을 더 끌었던 건 코코넛으로 만든 경단이었어요.
충만한 필을 받아서 코코넛 한 개를 사왔죠.

푸드 프로세서에 코코넛 과육을 넣고 갈았더니 이런 눈송이 내지는 굵은 소금의 모양이 되었어요.

바닥이 넓은 냄비에 넣고 수분을 날리면서 한 20분 정도 볶아주니 이렇게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한 맛이 더욱 진한 고물이 완성되었어요.

찹쌀로 빚은 새알심을 삶아서 코코넛 고물에 잘 굴려놓고...

집에 여러 개 있는 빙수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계로 골라서 얼음을 갈았어요.
(ㅋㅋㅋ 약간의 과장은 있으나 저희집에 빙수 기계가 한 개 이상 있는 것은 맞습니다. 주방기구 수집가가 함께 산다고 했잖아요... ㅋㅋㅋ)

과학학습으로 진지한 모습의 어린이들.
중력을 가하면 그 힘의 작용 반작용으로 인해 기계의 모터가 돌아가고, 모터에 부착된 칼날이 얼음을 긁으면서 마찰력이 발생하고, 그래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갈린 얼음이 담기는 그릇 주위에는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서 대류현상이 생겨서 일시적으로 수증기가 관찰되는데, 물의 액체, 고체, 기체 상태의 분자구조의 차이로 인한...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말이 길어질수록 파워블로거지 노년공원의 돈벌이도 늘어만 갑니다.
아이들과 무엇인가를 할 때, 가능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거나 티비에서 보았거나 하는 등의 선행경험과 연결시키는 일은 정말로 좋은 교육입니다.
하지만, 그건 부모와 아이가 즐기는 활동 중에 일어나야 하는 일이지, 학원에 보내고 학습지를 풀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집에서 빙수를 갈아내는 동안에, 또는 다른 어떤 사소한 (하지만 아이들에 재미있어하는) 활동을 하는 동안에라도 과학, 수학, 사회, 지리, 국어, 영어, 등등 모든 분야의 학습이 가능한데, 왜 엄한 곳에 아까운 돈을 사교육비라는 이름으로 낭비하는지...
중고등학교는 몰라도 유아교육은 제가 좀 해봐서 아는데...
돈을 안들이고 하는 교육일수록 그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요.
각설하고, 코코넛 경단을 올린 팥빙수입니다.

경단 만드는데 에너지를 다 써서 팥이랑 연유는 그냥 캔에 든 걸 썼어요.
언제고 기운이 나면 소 젖 짜서 졸여서 연유를 만들어 볼께요 ㅎㅎㅎ
부록이 없으면 섭하죠 :-)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시루떡의 나쁜 예

그리고 거기에서 발생한 슬픈 부산물...

그 때 82쿡 여러분들께서 식초를 넣고 끓여보라고 조언해주셔서 저 찜솥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시루떡의 좋은 예

이 시절에는 제분기가 없어서 쌀을 불려서 푸드 프로세서에 갈아서 떡을 만들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거친 쌀가루의 입자가 보입니다. 그래서 백설기나 시루떡은 괜찮지만 가래떡이나 인절미에는 적합하지 않았죠.
이젠 명왕성 방앗간을 개점했으니 여러 가지 떡에 도전해보려구요 우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