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의 기상시간은 새벽 4시예요..
원래 늦게까지 잠을 못자고 평균적으로 일찍 기상하는 편이지만...
최근 들어서 왜 이렇게 이 시간만 되면 잠이 깨는지...ㅠㅠ
책을 보거나 다른 일 때문에 새벽 1~2시에 잠자리에 들어도 마찬가지예요.
좀 더 자고 싶어도 한번 눈이 떠지면 이미 정신이 말똥말똥...
별수없이 이부자리에서 결국엔 슬그머니 일어날 수 밖에 없지요.
벌써부터 이러니... 훗날 나이가 많이 들어서 더 잠이 줄어들면 어쩌나 하고 벌써부터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제 아침에도 이 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조금 읽다가...
부엌으로 나와 아침 식사로 먹을 반찬들을 일찌감치 장만하기 시작했지요.
부산하게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베란다 창 밖으로 새까맣던 하늘은 환하게 동이 터오네요.
한 낮쯤 되면 중간중간 무거운 피로가 가끔 몰려오기도 하지만...
하루가 이렇게 길어지니 시간여유가 많이 생겨서 이렇게 요즘은 글도 자주 올리게 되네요.
물론... 한편으로는 잠이 모자라니 아무래도 얼굴이 점점 꺼칠해져 가는 것 같아서 슬프기도 하구요...
모든 일이 그렇듯...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면이 있으면 또 나쁜면도 있기 마련일테지요.
어제...그러니까 일요일 아침에 만들어 먹었던 아침밥상 이야기를 아까 새벽부터 틈틈히 컴 앞에 앉아서 한번 정리해 봤어요.
넉넉하게 남은 찬거리들을 가지고 있는 오늘 아침상도 그대로 차려 먹었더니 식사시간을 더욱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구요.
반찬종류는 언제나 나물종류부터 우선 만들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봄나물도 여럿 나오니 입맛따라 골라서 만들어 먹는 재미도 좋아요.
집에 있는 나물만 가지고 만들려고 하니 가장 기본적인 나물반찬 몇가지만 퍼뜩 만들기로 했지요.
나물을 냄비에 볶아낼때에도 순서가 있어요.
가장 냄비를 깨끗이 쓰면서 볶아낼 수 있는 나물을 먼저...
그리고는 점차 간장양념 색이 짙어지거나, 다진마늘처럼 냄비에 볶아내었을 때 냄비속이 지저분해질 수 있는 재료가 들어가는 나물은 뒷쪽으로 순서가 밀려나지요.
이 냄비 저 냄비 꺼내어 볶아낼 것이 아니라 나물 몇가지를 볶더라도 처음 시작한 한 냄비에 차례차례 볶아내어야 설거지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음식 만드느라 많이 길어지기 쉬운 시간이 이렇게 차례로 익혀낸 내용물만 용기에 덜어내고 또 덜어내고 해야 능률적으로 후딱 금새 해치울 수가 있고요.
오늘은 간단하게 딱 4가지 나물만 만들기로 정하고...
먼저 콩나물을 볶아 봅니다.
콩나물은 볶고 난 후에도 냄비가 깨끗이 유지되니, 보통 무나물이나 콩나물로 먼저 나물볶음을 시작하면 다음 나물들도 깨끗이 볶아낼 수 있어요.
설익은 부분 없이 고루 뒤적거리면서 잘 볶아주고는

반찬용기 꺼내어 볶아낸 콩나물을 먼저 담아 둡니다.
이제는 두번째 나물을 볶아낼 차례네요.

두번째는 도라지 나물이예요.
미리 신문지 깔아두고는 깨끗하게 길이나 두께를 과도로 잘 조절해서, 쓴 맛이 빠지도록 팔팔 끓는물에 미리 데쳐낸 도라지랍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 이것도 콩나물을 볶아내는 동안에 바로 옆의 가스불에 물 담은 냄비 올려서 데쳤다가, 콩나물을 반찬용기에 덜어낸 다음에 바로 옆에서 건져내서 뜨겁게 펄펄 열이 나는 그대로 냄비에 넣어 바로 참기름 부어 볶아 내지요.
일부러 찬물에 열 식혀 볶아낼 필요없이 이렇게 바로 옮겨 볶으면 그대로 뜨거운 열기가 이어져서 막바로 투닥투닥대면서 볶아지기 시작하니, 역시 시간은 물론 가스 연료도 절약됩니다.
볶아내는 시간이야 말 그대로 금새구요.

도라지는 맛깔스러운 색감이 잘 살도록, 국간장이 아닌 진간장으로 꼭 간과 색을 맞추어 볶아냅니다.
실제로 참기름에 진간장을 넣어 볶아 먹는 도라지나물 맛이 국간장으로 해 먹는 것 보다 더 도라지 특유의 쌉쌀한 맛과 잘 어울려서 맛이 좋아요.
볶음요리에 진간장을 쓰게 되면 아무래도 국간장으로 볶아내는 쪽 보다는 냄비 속이 잘 타거나 눌러붙기가 쉬우니, 이렇게 진간장 흘려넣고 도라지 볶아낼 때에는 불을 다른 나물보다 약하게 조절하면서 볶아줘야 하지요.
그리고 볶아낸 후 냄비속도 앞서 볶아내는 콩나물이나 무나물보다는 조금 사용한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나물볶아내기의 마지막 순서가 되는 고사리 나물을 볶습니다.
고사리는 참기름과 다진 마늘을 좀 넉넉히 넣어서 위생장갑을 손에 끼고 본격적으로 볶기전에 골고루 주물럭주물럭 고루 퍼지도록 만들어 준 후에 불을 켜서 볶아내야지요.
역시 간은 국간장으로 하는데 나중에는 약불에 뜸 들이듯이 은근하게 잘 볶아내 주어야 쫄깃함과 보드라운 고사리나물의 질감과 맛이 잘 살아납니다.
이렇게 고사리를 볶아내고나면 냄비안이 함께 볶아낸 다진 마늘도 더덕더덕 지저분하게 되니 고사리가 언제나 마지막 볶음나물이 되는거지요.

마지막 한가지 나물은 시금치나물을 무쳐내려고 합니다.
상에 올려 먹는 초록나물 중 촉촉하니 고소하게 먹기에 가장 좋은 것은 좀 다듬기나 전처리가 귀찮기는 해도 시금치나물이 제일 두루두루 만만한 것 같아요.
넓게 부엌바닥에 신문지 한 장 펼쳐서 깔고, 시금치와 부추, 댱파 등등 흙이 아직 묻어있는 채소꺼리를 다듬을 준비를 해 봅니다.

부엌에서 보통 이렇게 앉아서 재료 다듬기 작업을 할 때에는 늘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지요.
그러다보면 지루함이나 지겹다고 느낄 틈 없이 어느새 우렁각시라도 다녀 간 것처럼 이렇게 손질이 다 되어 있어요..^^
이 때처럼 동트기 전 새벽시간에 재료를 다음을 때에는 다른 가족들이 깰 수 있으니 크게 CD를 틀어 놓는 것이 아니라..
제 구형 MP3를 귀에 꼽고는 예전 다운받아 둔 곡들을 들으면서 또 작업을 합니다...
이제는 다음 곡이 뭔지 순서까지 빤한 음악들이라도..
비록 손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해도 이런 순간 좋아하는 음률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맙고 마음까지도 편안해지는 시간이지요.

넉넉한 크기의 가장 쓰기 만만한 오래된 스텐볼은 이런 부피있는 나물 데쳐내기에 딱 적격이지요.
뜨거운 물 팔팔 끓을 때 칼로 다듬어 놓은 시금치를 넣어 식감이 딱 좋을 정도로 삶아내는 듯 금새 데쳐내고는 이렇게 바로 찬물 틀어서 5~6번 이상 흙이나 모래가 바닥에 나오지 않을 정도까지 깨끗이 헹궈 줍니다.

물에서 건져서 양 손으로 물기를 꼭 짠 시금치는 약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이렇게 간장간으로 참기름과 깨소금을 함께 섞어가며 고소하게 무쳐 내었어요.
일단 이렇게 몇가지 나물만 만들어 놓고 나면 이상하게 기분상 벌써 해야 할 일의 반 이상은 다 한 것 같지요.
어차피 오늘은 제 마음가는대로 편하게 상 위에 올리고 싶은 것만 간단하게 만들면 되니 여기까지 마치고 나니, 나머지는 금새 마무리 될 듯 하더군요..^^

이제 나물도 마련해 두었으니 아침에 먹을 국을 끓이려 합니다.
미역국을 끓이려고 재료를 꺼내고, 앞서 나물 볶기를 시작하기에 더 앞서 먼저 이 마른미역을 큰 냄비에 불려지도록 물 부어 한 켠에 두었었지요.
반찬꺼리로 먹을 나물을 모두 볶아내고 나서 미역이 담긴 냄비를 보니, 그동안 보드랍게 잘 불어서 냄비 가득 풀어져 있네요.

미역은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 쪽 빼어서 채반에 올리고는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 잘라서 준비해 두었어요.
이제 미역을 불려냈던 국냄비에 먼저 소고기를 넣어서 잘 볶아 주다가

여기에 홍합살 다진것을 넣어서 함께 볶았습니다.
미역국은 구수하게 고기를 넣어 끓여내거나 혹은 시원한 국물맛이 나도록 해물을 넣든지 두 가지로 잘 끓여내는데...
특히나 이렇게 쇠고기와 함께 해물종류 중에 홍합 다진것을 함께 섞어서 볶아 사용하면 미역국 국물이 은근하게 구시면서도 시원한 국물맛 궁합이 서로 잘 어우러지게 끓여지지요.
다른 대합이나 바지락같은 조개류는 쇠고기와 섞기 보다는 단독으로 시원하게 끓여내는 맛이 더 낫구요.

불 위에 올려 은근하게 한참을 푹 끓여서 국물맛도 제대로 우러 나오고 미역도 부들부들하게 잘 익도록 한 냄비 끓여낸 미역국이예요.
보통 저희집같은 3구짜리 가스렌지로 이렇게 시간들여 끓여내야 하는 국을 다른 반찬도 함께 만들면서 끓여낼 때에는 앞쪽의 2구에서는 분주하게 냄비와 재료들을 바꿔가며 음식을 만들어가야 일 하기에 능률적이니, 이렇게 뒤쪽 불 위에 올려 손이 잘 가지 않아도 되는 뒤쪽에서 끓여내는게 좋지요.
이 미역국이 끓을 동안에 앞쪽에서는 다른 반찬들 만드느라 냄비와 후라이팬이 이것저것 자리를 바꿔갑니다.

일단 미역국 재료가 충분히 잘 볶아져서 국냄비에 물까지 가득 채워지고 난 후 불 위에 이 국냄비를 올리고 나면, 그 때부터는 국냄비는 잊고 다른 음식 재료를 씻고 준비하기에 분주합니다.
앞서 두 단 묶어서 파는 부추를 신문지에 두고 편하게 앉아서 좋은 음악 들어가면서 위 아래 다듬어 준 후에, 이제는 이 부추를 깨끗이 흐르는 물에 모두 씻었어요.

부추는 그냥 채반에 길이로 늘어놓아서 물이 빠지도록 하는데 이렇게 물이 빠지기에는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답니다.
부추는 물에 씻어 두면 서로 닿는 면끼리 물기가 쉽게 잘 빠지지 않고 물기가 흥건한 채 딱 붙어있기 마련인지라 더 그렇지요.
물기가 흥건히 묻어 있어도 관계없이 쓸 수 있는 경우라면 별 신경쓸 것 없이 채반에 걸쳐 두었다가 바로 쓰면 되지만, 보통은 이렇게 야채탈수기에 한 줌씩 넣어서 빙빙 돌려 최대한 물기를 빼 주지요.
샐러드스피너에는 1/3정도만 채우고 길이가 긴 것은 적당히 반을 잘라 주거나 해서 편안하게 재료가 들어가고 남은 공간은 넉넉한 상태에서 돌려주어야 물기가 제대로 빠지니 조금 번거로워도 적은 양을 넣고 자주 돌려주는게 좋습니다.
남는 부추도 이렇게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크린백에 넣어서 냉장보관 하면 물러지기도 더디고 제법 오래 이런저런 음식재료로 알차게 쓸 수가 있어요.

이렇게 물기를 최대한 제거해 준 부추는 큼직한 크린백에 넣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어요.
전을 부치든 나물을 무쳐내든 다른 찌개에 건더기재료로 잘라 쓰든 그때그때 한줌씩 바로 꺼내 쓰면 편하고 좋습니다.

이제 아이들도 어른도 모두 좋아하는 잡채를 만들 차례네요.
이렇게 음식을 만드는데 조금만 시간 여유가 되면, 이 잡채도 망설임없이 빠르고 쉽게 금새 만들 수 있어요.
이 잡채도 어제는 특별히 명절상에 오르거나 하는 음식으로 만드는게 아닌지라...
특별히 장을 봐서 재료를 준비한 게 아니라 그냥 냉장고에 남아있는 잡채꺼리 재료들을 꺼내어 볶아 만들어 봅니다.
큼직한 잡채전용 스텐웍을 꺼내어 채소중에서 잘 익지 않는 재료와 고기를 먼저 볶아내다가

가늘게 채 썬 어묵과 푸른 쪽파부분을 함께 넣어 볶았어요.
쪽파는 바로 얼마전 시장에서 큼직하게 한보따리 흙이 가득 묻은것으로 한 단 사와서 집에서 다듬으면서 싱싱한 부분들을 모아 둔 것이지요.
이렇게 깨끗이 물에 씻어주고는 알맞은 길이로 끓어서 잡채 볶을 때 넣어주면 초록색 색감도 살고 살캉하게 익은 맛도 좋답니다.
조금 번거롭게 느껴져서 그렇지 시장에서 흙이 가득 묻어있는 산지재료들을 바로 사와서 집에서 다듬게 되면 미리 다듬어 파는 마트표 채소들보다 신선도도 훨씬 좋은뿐더러 이렇게 버릴것도 없이 알뜰하게 쓸 수 있지요.
여기에 아까 데쳐서 꼭 짜놓은 시금치도 가닥가닥 적당하게 떼어내어 함께 추가로 넣어서 볶아 주었습니다.

이렇게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쉽게 만들어 낸 잡채가 큼직하니 한 냄비 가득 만들어졌네요.
잡채는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야채를 잘 골라내고 가리는 아이들도 이렇게 모두 섞어서 볶아내면 쫄깃한 당면과 함께 목으로 훌훌 잘 넘기니, 꼭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일상반찬으로 자주 만들어 내면 참 좋은 메뉴지요.

시간이 넉넉하니 고기반찬도 한가지 따로 만들어 보았어요.
보통 아이나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만만한 고기반찬이라 하면 양념한 소불고기나 갈비찜같은 것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렇게 격식상의 음식을 올리기 보다는 그냥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제가 좋아하는 메뉴 한가지 더 추가해서 만들기로 했어요.
제가 잘 만들어 먹는 잡탕찜을 한가지 더 추가하기로 한 거지요.
아주 간단하고 맛도 좋아서 자주 밥상위에 올리는 음식입니다.
말 그대로 고기는 닭이든 돼지고기든 있는 것을 사용하고 해물과 야채 모두 함께 넣어서 뜨끈하게 끓여 보통은 냄비채로 올리는 메뉴지요.
무엇보다 이 잡탕찜은 재료에 제한없이 그냥 편한 마음으로 있는 재료만으로 바로 모두 섞어서 만들어 내니 더 쉽구요.
우선 이렇게 해물을 냉동실에 있는것으로 골고루 꺼내어 씻어서 물기를 빼 두고

고깃거리도 냉동실을 뒤져서 꺼내 봅니다.
삼겹살 남은것과 닭윙 한 팩 손질해서 넣어둔 것이 있어서 함께 꺼내어 찜 냄비에 넣어서 두가지를 이렇게 함께 볶아냅니다.
여기에 준비한 각종 야채들과 이 해물을 넣어 양념과 함께 은근히 끓여내면 잡탕찜은 금새 완성이예요.

이렇게 낮지만 양이 넉넉히 들어가는 큼직한 전골냄비 한 가득 잡탕찜도 끓였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잡탕찜을 만드는 날은 만드는 즉시 뜨거운 냄비채로 식탁에 올려서 각자 덜어서 먹어요.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도 좋고 양념도 착 입에 달라붙어서 아이나 어른 모두 냄비까지 싹싹 긁어낼 정도로 맛있답니다.
이렇게 제 입맛에 맞는 찜요리 한가지 추가하고 나니 이제는 한 끼 식사준비가 거의 다 마무리 된 듯 느껴지네요.
잡탕찜 레시피를 꼼꼼히 알려드리려다 너무 글이 길어질 듯 해서 중도에 그만 두었어요.
혹시 알기 원하시는 분들이 많으면 따로 글과 사진 올릴께요.

그러고 보니 빨갛게 무친 반찬 한가지가 조금 아쉽기에...
냉동실을 열어보니 마침 오징어가 있네요.
얼른 오징어 한마리 데쳐서 도마에 올려 적당하게 썰어준 후, 냉장고에 조금 남아있는 양배추 채 썬것을 조금 곁들여 급히 초장 만들어 이렇게 또 무쳐 봅니다.

냉장고안의 오이맛고추 하나 송송 썰어서 함께 넣고 슥슥 초장이 고루 베이도록 비벼주고는 이렇게 접시 하나 꺼내어 비벼낸 채로 부어내기만 하면 맛깔스러운 매운 맛 한 접시 완성이지요.
우리 한국사람들은 이런 빨갛고 매콤하니 입맛당기는 음식 한가지는 꼭 상에 올려야 뭔가 허전하지 않지요.

이제는 생선을 구울 차례예요.
매번 상을 준비할 때 생선을 팬 위에 올리기 시작하면 거의 끝마무리라고 보면 되지요.
식은 생선은 맛이 떨어지니, 상 위에 올리기 얼마전에 다른 음식 마무리가 거의 다 되었을 때에 이렇게 생선을 팬 위에 올려 굽습니다.
김치냉장고에 어제 사온 민어조기 네마리가 있어서, 그 중에 3마리를 꺼내어 팬에 나란히 올렸어요.

요 민어조기란 녀석들이 이렇게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껍질은 파삭하니 속살은 보드랍고 너무 맛있지요.
저는 어릴적에 생선보다는 육류를 좋아해서 어머니께서 이런저런 생선들을 굽거나 조려줘도 외면하곤 했는데...
저희집 아이들은 고맙게도 육류든 야채든 생선이든 가리지 않고 다 잘먹어 줘서 참 고맙기만 합니다.
특히나 저희 막내녀석은 생선가시 발라내는것을 아직은 무척이나 어려워 하면서도...
제 앞에 생선접시 놔 두고 힘들게 노력하며 생선살을 발라 먹곤 하지요.
생선 구운 팬은 그때그때 씻어서 깨끗이 말려가며 관리해야 하니 바쁜 아침에 오늘은 그냥 생선은 굽지말까..하다가도..
오물오물 열심히 생선살 발라먹는 녀석들을 보면 오늘도 냉장고 안의 생선을 꺼내 굽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까 미리 씻어 물기 제거해 두었던 부추는 이제 맨 마지막에 꺼내어 전을 부칩니다.
생선이 후라이팬 위에서 굽히는 동안, 도마에 당근과 양파를 올려서 총총 채를 썰고 부추도 길이를적당하게 끊어 냈어요.
냉동실에서 홍합살도 꺼내어 살짝 녹혀서 잘게 다져서 준비하구요.

반죽물과 함께 농도 잘 맞추어 모두 잘 섞어 봅니다.
가스위에는 무쇠팬을 올려 기름 두르고 예열을 해 두지요.

적당한 열로 잘 달아오른 무쇠팬 위에 반죽을 한 국자 올려 봅니다.
방아 잎사귀도 꺼내어 이렇게 군데군데 올려가면서 향긋하게 지져내면 부침개 맛이 더욱 좋지요.

적당히 파삭하면서도 쫄깃쫄깃하게 부쳐낸 정구지전이예요.
어릴때부터 집안에서나 혹은 엄마손 붙잡고 장보러 따라 간 시장에서 정구지..정구지... 하도 많이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저도 부추전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 정구지전이라고 불러줄 때 옛 추억속의 그 맛과 특유의 향이 혀안에서 맴도는 듯 느껴지네요.

방아 잎사귀 올린 쪽으로 뒤집어서 또 다시 파삭하게 구워 냅니다.
이렇게 부쳐낸 전은 초간장도 좋지만 달달하니 새콤한 맛이 톡 쏘는 고추장초장을 곁들여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네요.

이렇게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말끔하게 차와 과일로 입가심을 해 줘야 겠지요.
시장 과일집에서 대야째로 사온 딸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아침밥 먹기전에 미리 모두 씻어서 준비해 둡니다.
딸기도 시장 안의 연륜이 깊고 제법 오래된 과일가게에서 사는 것이 믿음이 가고 또 비교적 저렴하면서 맛도 실하지요.
어쩌다가 잠시 나타나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너무 저렴한 트럭과일 정도만 조심하면서... 오가는 길에 좋은 과일이 보이면 늘 한봉지 사 들고 집에 옵니다.
한두번 사서 먹어보고 맛이 좋은 과일가게 한군데를 단골가게로 삼고 자주 다니면, 늘 싱싱하게 바로 들어온 좋은 과일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딸기는 다른 과일보다 더 신경써서 깨끗이 하나하나 씻어 준비해 둡니다.
과도로 꼭지쪽은 과감하게 뭉텅뭉텅 다 잘라내고 물기빼서 준비해 두는것이 먹을 때마다 두고두고 편해요.
포크와 함께 내면 먹는 사람도 편하고 따로 꼭지 떼어내며 나오는 쓰레기도 없어서 식탁주변도 깔끔하구요.

이렇게 씻어놓은 딸기는 김치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준비해 두었다가 식사 후에 차 한잔 마시면서 딸기를 한 접시 내어주니 모두들 맛있게 먹어서 금새 접시가 텅 비네요.
요즘 딸기맛이 워낙 달고 좋으니 반면 냉장고 한켠에 넉넉하게 사 놓은 금귤이 가족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있어서...
슬그머니 걱정이 되더군요.
집에 있는 식재료나 먹거리들이 골고루 인기를 얻지 못하면 어찌 처치해야할지 그런 것까지 걱정해야 하니...
이래저래 우리 엄마들이 부엌살림 하면서 신경써야 할 곳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아침을 거하게 먹고 어제 일요일 하루를 잘 시작해서...
어제는 우리 김연아 선수 덕분에 내내 감동이 떠나질 않고 기분좋게 또 하루를 잘 마무리 했답니다.
이렇게 아침부터 전까지 부치지는 않아도 되는데...
실은 어제가 제 생일이었어요...^^
집에 따로 초대할 사람도 없고 가족끼리 먹는 밥상인지라 그냥 미역국 끓이고 생선 한가지에 나물 두어가지만 해도 충분하지만...
조금 일찍 잠이 깬 김에 이것저것 함께 만들어 본 것이지요.
늘 가족들 생일 챙기면서 음식장만하고 준비하다가 이렇게 제가 태어난 날도 조금 신경써서 나름대로 한 상 나름대로 푸짐하게 차려 먹으니 왠지 기분이 넉넉하니 참 좋네요.
물론 자기 생일에 한 끼 먹을 음식들을 혼자 부산하게 만드는지라 몸은 좀 피곤하고 지치긴 하겠지만...
일년에 나를 위한 단 하루인데 하고 생각하니...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편하게 대접받거나 사먹는 음식보다 이렇게 바삐 움직여 만들어 먹는 집밥이 더 좋으니...
'나는 전생에 분명 무수리과였나보다...'하고 생각도 해 보구요...^^
아마도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안계시기 때문에 이런 날 누군가가 챙겨주기를 기대하거나 바라기 보다는...
이렇게 스스로 나를 위해 또 가족을 위해 바스락거리며 음식 만드는 일이 그리 힘들다고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즐겁나 봅니다.
늘 생일이면 부모님이 떠올라 힘든 하루를 보내곤 했는데...
이제는 저도 우뚝 홀로서기 할 준비가 된 듯 하구요.
위를 쳐다보며 의지하고 위로받기 보다는 이제는 곁에 남겨진 가족들을 바라보며 내가 돌봄의 주체로서 더 힘을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네요.
물론 받은 사랑을 평생 늘 기억할것이며... 그것이 살아갈 힘과 지혜를 주겠지요.
또 한 주가 새롭게 시작되는 월요일이 돌아왔네요.
기분좋게 또 행복하게... 하루하루 채워가시길 바래요.
아침에 베란다 화초에 물을 주다가 탐스럽게 활짝 핀 꽃과 나무들이 예뻐서 찍어 본 사진이예요.
따스한 봄 기운이 느껴지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