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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면 나라가 망한다

조회수 : 582
작성일 : 2008-12-07 21:42:02




영어를 잘하면 나라가 망한다

                                              성 상 희
                                               hanalaw03@hanmail.net

요즘 영어교육이 온 나라를 뒤덮는 주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로 하는 영어교육, 일반 과목의 영어수업, 수능에서 영어를 폐지하고 별도의 영어능력시험에 의한 대학입학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원장이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 “굿모닝” 이라고 인사를 하는 등 난리를 피우고 있다. 기왕에 영어 잘 하는 것이 “잘” 사는데 필수조건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고, 자국민을 상대로 한 영어교육 시장이 세계 1위인 나라에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굳이 이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은 하도 마음이 답답하여 내 속에 있는 말을 한번 하고 싶어서이다. 이미 영어광신주의자들의 논리는 언론에 잘 보도되어 있고, 그에 대한 비판도 수없이 이루어진 터라 이 글이 무슨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우선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것이 필요한가. 필요하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이 한국의 경제, 문화, 학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떤 영어를 잘 하는 것이 필요한가는 좀 더 따져보아야 한다.
우선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보자. 1)학문과 고급기술의 습득, 연구를 위하여 영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고급영어를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사회적 집단일 것이다. 직업으로 보자면 교수, 전문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다. 대부분의 학문 영역에서 외국 문헌을 읽어야 하고, 그 문헌의 다수가 영어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학자나 연구자들 중에서도 국문학, 중국이나 아시아 관련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어가 일반적으로 필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영어는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자기 전공분야에서 글을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 된다. 쓰기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굳이 그 정도가 필요하지는 않다. 이들은 고등학교까지 적당한 영어교육을 받고 대학에서 전공공부와 함께, 그리고 전공 공부를 위하여 영어로 글읽기훈련을 계속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필요한 정도에 도달 할 수 있다. 일단 이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이라 보면 된다. 대체로 초등학교 입학생을 기준으로 1% 미만 정도만이 이러한 직업군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2)다음으로 국제적 비즈니스 혹은 국제적인 공무나 국제적 엔지오 관련 활동에 종사할 사람이다. 무역업무종사자, 외교관, 유엔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 국제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과 같은 부류이다. 그리고 요즘 많은 국내기업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고, 외국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는 실정이라 그 수요가 상당히 증대된 것은 사실이다. 이들의 범주를 넓게 잡는다 하더라도 초등학교 입학생 기준 5%면 충분하다.
이들 10% 미만의 사람들이 수준있는 영어실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3)나머지 국민들도 영어를 잘 하면 좋다. 외국여행을 갈 때 편하기도 하고, 외국인과 만나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문화체험을 하고 국제감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것은 국가교육체계에서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의 필요성은 아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영어의 수준은 무엇일까. 1)우선 원어민에 근접하는 정도의 유창한(fluent) 영어 말하기와 듣기,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완벽한 정도의 독해 및 글쓰기 실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이 있다. 핵심 외교관, 유엔 등 국제기관 종사자, 통상 및 기타 외교협상 담당자, 주요 기업의 핵심 국제거래 협상담당자, 전문 통역자 등이다. 이들은 최소한 수년간 원어민 국가에서의 생활경험을 가지고 지속적인 영어환경에서 생활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수는 많아야 1만명을 넘지 않는다. 2)다음으로 일반 외교관, 국제업무 종사자, 국제적 활동이 많은 학문 연구자, 국제 비즈니스 담당자, 국제업무에 종사하는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 직업군 등은 비슷한 처지와 필요에 놓여 있는 비원어민 외국인과 만나 큰 무리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이들에게 원어민 수준의 유창한 영어는 필요 없다. 3)마지막으로 일반 학문연구자들은 자기 전공영역의 책과 논문을 조금 빠른 속도로 읽고 해석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된다. 이들에게 영어로 논문을 쓸 능력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다. 영어로 우리의 연구업적을 전세계에 내 놓아야 학문이 발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 번역사가 할 일을 연구자에게 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대답하고자 한다. 실제로 지속적 영어환경에 놓여 있지 않는 사람에게 영어로 글을 쓸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는 5년 이상 원어민과 함께 생활하고 그곳에서 배운 박사후보들이 논문을 제출할 때 원어민의 교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면 명확한 것이다. 즉 영어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확보된 상태에서 영어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의미 없는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의 확보는 한국에서 학문활동을 하는 이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이들을 제외한 90%의 시민들에게는 영어가 필요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굳이 그들에게 영어는 인생에 필요조건이 아니다. 단지 관광을 위하여, 외국인과의 간헐적 접촉에 따른 의사소통을 위하여 영어공부에 인생의 심각한 투자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단지 영어가 잘 들릴 수 있는 환경을 만다는 것은, 우리말의 발전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라면, 필요하고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과 접촉이 많아지는 것이다. 한인들이 외국여행을 많이 나가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돈을 들여 장기 어학연수를 나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기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가에 끼치는 손실이 크고, 개인들의 인생에도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기러기 아빠의 희비극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 뿐 아니라 그렇지 않는 외국인이 한국의 길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많아지면 자연히 한국 어린이들의 영어공포증은 사라지고 영어에 대한 거리감이 멀어질 것이다.

다음으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는가를 살펴보자.
대중적 영어교육과 전문가에게 필요한 영어교육은 구별되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대중을 위한 초보적 영어교육을 시행하면 된다. 일단 한국의 교육체계의 불구성이 지적되어야 한다. 극단적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환경과 잘못된 교육정책이 결합되어 지금 초등학교 입학생 기준으로 90% 이상이 대학교와 전문대학을 합한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하는 실정이다. 실업계 고교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였고, 학문을 위한 중간단계의 교육이라 할 수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는 그 선별기능이 상실되어 사실상 모든 학생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유럽의 대다수 국가와 같은 유급제도도 사실상 시행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수준 높은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귀족학교를 만들어 부자들의 자녀를 잘 교육하자는 논리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길게 논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만 지적하고 싶다.

일단 우리의 중학교, 고등하교 현실을 기초로 하여 방법을 마련해 보자.

우선 한국인들에게 영어가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거칠게 표현하면, 한국인들은 전세계의 민족 혹은 인종 그룹들 중에서 영어를 가장 못하는 두번째 민족집단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 일등은 누구일까. 이웃나라인 일본이다. 물론 전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영어시험을 보면 한국인이 꼴찌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한국의 교육수준이 높은 측면도 있고, 한국인들이 그 부를 가지고 영어교육에 천문학적 액수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한국인들이 원래 시험에는 강한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인이 영어를 하는데 가진 원초적으로 불리한 조건은 언어구조와 문화이다. 세계의 여러 언어들은 대표적으로 인도유럽어족과 우랄알타이 어족 등 몇 개의 큰 어족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이 언어들 중 중요한 것으로는 영어가 속한 인도유럽어족의 언어와 우랄알타이 어족의 언어가 그 구조에서 가장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같은 어족에 속하는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사용자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은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외국에 나가서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특정한 외국어를 배워 본 사람들은 상당한 언어지식을 가진 자신이 알파벳부터 배우기 시작한 외국인들로부터 불과 몇 개월 만에 추월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같은 어족은 아니지만 중국어는 어순이나 성조 등의 측면에서 한국어나 일본어 사용자보다 월등히 유리한 영어 학습조건을 가지고 있다.
언어구조의 차이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의식주를 핵심으로 하는 생활방식의 차이도 동북아시아인들의 인도유럽어 배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 일본은 엄격한 유교적 계서 체계가 사회전반을 지배하고 있고, 그것이 언어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사회이다. 존댓말의 발달과 각종 호칭의 복잡한 발달이 그것이다. 우리는 나이에 관계없이 “너(you)”라고 부르는데 익숙하지 않다. 전세계에서 주생활에서 침대문화, 식생활에서 빵과 우유, 고기를 중심으로 한 서양식 음식문화와 다른 자신의 독자적인 주거문화와 음식문화를 가진 집단은 한중일 3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는 일부 자기 전통을 가지고 있으나 한중일처럼 강력하지는 못하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고, 한탄할 일도 아니다. 뒤에서 우리는 영어를 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우리의 선조들에게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렇다면 중등과정에서 영어교육의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가. 나는 외국어를 배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말과 글이 일치하는 것이고,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나가는 것에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경험에서 나온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1)공부라면 전세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국인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교육에서 말과 글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고, 말과 글이 분리되는 이유는 글의 내용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단순한 것을 반복 학습하여 자신의 뇌, 입과 귀, 손에 익히는 것이다. 현재 대학입시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는 영어교육의 읽기 교재 수준은 유럽국가 같은 학년 수준과 비교하여 평이하지 않다.(정규 영어교과서만 보면 수준이 낮은 것 같지만, 수능의 고득점을 위하여 수험생들이 일반적으로 학습하는 각종 교재와 자료의 내용을 종합하면 난이도가 낮지 않다.) 앞서 본 인도유럽어족들의 같은 족속 언어 배우기의 용이함을 고려하면, 더 나아가 유럽의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이면 초등학교 입학 기준 30% 혹은 20% 범위 내에 속하는 학습 엘리트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영어교재의 수준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높은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일단 고3 영어교재의 수준을 중학교 (거칠게 이야기하면) 3학년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적은 수의 단어와 간단한 문법으로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말하고 쓰고, 들을 수 있는 훈련을 하도록 해야 한다. 수준이 낮아진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정도로 영어에 투자를 열심히 하면 말문이 터질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글 읽기의 속도도 빨라지고 어려운 독해에도 근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 영어실력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복된 훈련으로 습득된 언어사용 능력은 쉽사리 소멸되지 않고, 이후 언어실력의 진보에 밑거름이 된다.

2)다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보내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더 많이 연습해야 하고, 읽기보다는 쓰기를 많이 연습해야 한다. 유럽에서 하듯이 선생이 글쓰기 숙제를 내 주고, 그 내용에 대하여 교정을 해 주면서 글쓰기 실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 써 본 것들은 조금만 더 공을 들이면 내 것이 된다. 내 것이 되면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읽을 때에는 절대 잊어먹지 않는다. 쓰기 지도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35명 수준의 학급을 영어시간에만 두 반으로 나누어 하자면, 예산을 투입하여 해 볼만 사업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시험을 보면 거의 100점을 받았던 학생이 졸업 후 지금까지 영어편지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에서는 특별히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요즈음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이유가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교육에 의존한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위 두 가지 방법만 실행하면 한국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영어실력, 그리고 대학생들의 영어실력은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실정에서 위 두 가지 방침은 현실성이 없다. 의욕 있는 학교장이나 영어교사가 그 방법을 채택하려 해도 이를 실행할 수가 없다. 그 놈의 대학입학이라는 것 때문이다. 요즘 영어교육의 획기적 변화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아하는 ‘수월성교육’ ‘변별력’ 이라는 단어가 영어교육의 정상화를 막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에 영어가 존재하는 한 한국의 현실에서 정상적인 영어교육은 불가능하다. 이는 수능에서 영어를 없애고 말하고 듣기 위주의 무슨 자격시험을 설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영어실력을 키우는 것과 시험에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류의 영어실력 검증 시험은 또 다른, 그리고 더 광폭한 영어사교육 시장의 형성을 초래할 뿐 고등학교 교육에서 영어 말하기와 듣기를 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시험에 편입하는 순간, 그리고 그 시험이 대학에 들어가는데 중요한 조건이 되는 이상, 사교육 자본은 고득점의 방법을 내어놓을 것이고, 수험생들은 그 쪽으로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 상태에서 영어교육의 정상화, 대화와 소통(communication)이 되는 영어 교육을 위해서는 대학입시에서 영어를 제외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대입에 영어시험이 존재하는 한 공교육을 통한 영어교육의 완성은 없다. 비극적이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나는 현행의 대학입시 개념을 없애는 것이 한국 교육 문제 해결의 첫 출발이라 믿는다. 그 근거는 초등학교 교육은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교양과 지식을, 고등학교 학생에게는 그들에게 필요한 교양과 지식을 쌓은 것이 필요하고 그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제도 하에서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은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3년 내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인문계 고등학교의 존립목적과 일치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학생이 대학의 공부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가 학생을 선발하기 위하여 줄세우기를 해야 하고 그 줄세우기에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 없는 것을 너무 많이 배우고 익히며, 그 과정에서 젊은 시절의 혈기와 창의는 다 빼앗겨 버리는 것이다. (한국의 고3이나 대학1학년들의 수학, 과학 지식이 세계 1-2위를 다투지만 대학 고학년이 되면서 그 순위가 현저히 처지게 된다는 통계는 많이 접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교육만으로 본다면, 대학입시를 존치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영어는 빼 주는 것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잘 못하는 조건을 만들어 준 우리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명제를 제시하면서 이 글을 맺도록 한다.

나는 세종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역사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반대로 당시 세종이 중화적 세계관을 완전히 극복한 혁명아로서 한글을 정부의 공식문자로 채택하였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우선 후자에 대하여 보면, 만약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면 한국은 중국에 의하여 정복이 되어 국가멸망의 길로 들거나 아니면, 선진적인 사상과 문물, 과학을 발전시켜 서양제국이 산업화를 이루기 전에 이미 세계의 학문, 산업, 기술의 강국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당시 10% 이상의 문자해독률을 가진 나라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는 역사적 현실에서 보면, 한글의 대중성과 친화성은 이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한국의 양반세력이 세종을 제거하고 얌전한 왕을 앉히는 정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지만.

전자는 좀더 현실성 있는 역사적 가정이다. 아마 우리는 지금 일본어를 말하고 쓰고 있거나, 영어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문자 없이 한자만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일제 식민지와 미군정을 거치면서 배우기 어려운 한자는 지배적 문자로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결국 일본어가 그 자리를 대체하거나, 식민지배의 시기가 짧아 일본어가 한국어를 대체하는 것이 부족하였다면 영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였을 것이다. 문자는 영어를 쓰고, 당연히 학교에서 영어로 된 교재로 공부를 할 것이며, 말은 지배층은 영어를 쓰고 민중들은 한국어를 쓰다가 점점 민중들도 영어를 쓰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요즘 영어사대주의자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국인들은 영어를 잘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세계에 가장 우수한 문자의 하나인 한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한글이 있었기 때문에 경제의 발전과 함께 급속히 문맹율을 감소시킬 수 있었고, 이는 다시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이끌었다. 한글의 존재로 인하여 미군정과 이후 미군주둔 및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신식민지라고 평가할 만한 정도의) 아래에서도 우리 문화의 상당부분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사용했다면 지금의 우리 문화는 그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우리의 독특한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경제발전도 가능했다. 한국의 유교 문화가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60-70년대 경제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영어와 세계 각국의 경제규모와 삶의 질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간단히 말하여 영어의 사촌들, 즉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민족들을 제외하고 영어를 잘 하는 나라나 민족들치고 세계 무대에서 자기 존재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 나라가 있는가. 아시아인들이 영어를 잘 하면 곧 나라가 망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족속들은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잃어버렸거나 점차 잃어가고 있다. 그곳에서는 불어와 영어가 판을 치고 있다. 조그만 희망이라면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 스와힐리어라는 인공적 언어를 자신들의 공용어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조그만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 뿐이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자신들 삶의 터전, 사회시스템과 함께 자신들의 언어를 잃어버렸다. 그곳에는 영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가 지배하고 있다. 구 인도(스리랑카, 파키스탄,방글라데시 포함)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동남아시아는 자기 언어를 지켜내기는 하였으나 동북아시아 나라에 비하여 저항력이 매우 약해진 상태이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언어들이 영어, 불어에 의하여 야금야금 잡아 먹히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언어저항력을 유지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3국만이 겨우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팍스아메리카나에 의하여 주도되는 서양제국의 흡인력에 완전히 빨려 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종의 어족에 속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영어를 국민적으로 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방법은 있다. 우리말과 한글을 포기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인들은 필리핀인이나 인도인보다 (높은 교육열과 한국사회의 독특한 경쟁심 때문에, 선천적인 불리함을 딛고) 영어를 더 잘 하게 될 것이다. 영어공용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솔직해져야 한다. 영어를 제2공용화로 하는 순간 한국에서 영어와 알파벳이 한국어와 한글을 잡아먹게 된다. 교양과 재산을 갖춘 계층은 영어로, 그렇지 못한 계층은 한국어와 한글로 소통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될 경우 한국의 노동력은 그 집중성과 질이 떨어질 것이고, 한국 제품은 독특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며, 한국 문화는 내 놓을 만한 문학이나 영화, 연극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소위 3류 국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문화 사대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영어 잘 못하는 나라, 침대가 일반적인 잠자리 수단이 아닌 나라, 햄버거와 우유로 식사하는 것이 낯선 나라로 남아 있는 한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작지만 주인공의 하나로 대접 받을 것이다.

영어를 적당히 잘 못하는 것이 변방국가들의 살아갈 길이다. 너무 못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잘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영어를 너무 잘 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살 길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끝-
IP : 121.159.xxx.7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너무
    '08.12.8 1:34 AM (116.121.xxx.249)

    길어서 패스

  • 2. 대부분 공감
    '08.12.8 8:34 AM (121.138.xxx.243)

    미국에서 유럽에서 몇년씩 살았더랬죠.
    유럽에 사는 동안 우리나라의 거품 영어교육에 대해 눈이 뜨였다고 할까요?
    유럽애들이 몇개국어씩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지는데, 교육과정 탓만은 아니고.
    전 차리리 70년대식 교육이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최소한 낭비는 없었죠.
    사실 국제화시대에 해외체류 경험자만으로도 필요한 영어 통달자는 다 채워지고도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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