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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김장철이면 생각나는 잊을수 없는 전라도김치

김치사랑 조회수 : 1,757
작성일 : 2008-11-10 02:52:52
올 해도 어김없이 김장철이 돌아오네요
김장철이 돌아오면 늘 생각나는 김치가 있어요
그 맛을 영원히 잊을수 없을것 같은  전라도식 김장김치

한 아파트에서 아이들 어릴때 만난 이웃엄마가 있어요
호남 광주쪽에 꽤 잘 사는 집안의 네째딸이었어요 그 엄마가..
몇년 친하게 어울리던 어느날 그 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김치맛이 예사롭지가 않은거에요
저희 친정엄마의 시원한  그리고 좀 심심한 서울식 김치에 길들여져있던 제겐
정말 맛을 뭘로 표현할수 없을 만큼 맛이 감칠맛이더라구요
젓갈 냄새가 콤콤 나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아삭거리는 배추..
김치에 김치국물은 거의 없고 김치속도 거의 없고 드문드문 당근채와  깨가 많이 보이던 그 김치..
그 감칠맛이란 ..
이렇게 쓰면서도 그 맛이 떠올라 입에 침이도네요
그래서 제가 너무 맛있다고 감탄을 했더니
그 엄마가 그래!~~ 입맛에 맞는다면 좀 줄께 하더니 김치통 하나 가득 한 통이나 주는거에요
이렇게 많이 주면 자기넨 겨울을 어찌 날려고 했더니 우린 아직 많아요 하는데
다용도실에  큼지막한 항아리가 두개나..
저희 남편도 맛을 보더니 정말 오리지날 전라도 김치네 하면서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그 엄마네서 김치만 얻어오면  저희 두 부부는 김치하고만
밥을 먹어요 거짓말 안보태고 몇날 며칠을
몇날 며칠을   속이 다 쓰릴정도로요
그런데도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끊치를 못하겠더라구요
금방 한 흰쌀밥에 그 집 김치 한쪽 쭉 찢어서 먹는 그 맛은 일품이었는데
전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김치는 정말 처음 먹어 봤어요
정말 입에 짝짝 붙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처음 얻어 먹은 해는 김치통 하나 가득의 김치 한 통을  3주도 안되서 다 먹었나봐요
더 달랄순 없고 김치 생각나면 그 집가서 점심 달라고 할 정도였어요
10년 가까이를 해마다 두 통  또는 세 통씩 얻어 먹었네요
반 김장이었죠..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무김치 갓김치..
그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정말 해마다 얻어먹기가 넘 염치 없었지만  입에 짝짝 달라붙는 그 맛을 도저히 참아내기가 힘들더라구요
돈을 줄테니 팔으라고 해도 그건 안한다고 하면서 많으니까 맘놓고 무조건 갔다 먹으라는데도
눈치를 보면서 두 세통씩은 꼭 얻어 먹었네요 매년 겨울을..
그렇게 가져다 먹을수 있었던건 정말 그 친정엄마가 많이도 보내주더라구요..
한번에 보내주는 양이 배추김치 50-600포기정도
무김치 중간 항아리로 하나
갓김치 중간 항아리로 하나..
그렇게 일년에 두세차례 가져다 먹는다더라구요..
그 집도 남편이나 그 엄마나 김치없으면 못산다고..
그때는 김치냉장고도 없을땐데 참 많이도 보내주더군요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더더욱 많이 얻어 먹을수 있었지만요
자기네 친정은 무슨 김치를 이렇게 많이 하냐 했더니 친정에 김치하는데 한번 구경갈래요 하길래
가서 도와드리고 좀 많이 얻어와야지 하는 맘으로 따라갔었지요

앞치마를 곱게 두른 자그만한 그 친정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뒷마당으로 가서는
셋이 함께 간 엄마들과 놀라 자빠질뻔 했어요  
세상에나 전 그렇게 많이 절여진 배추를 난생 첨 보았어요
1000포기정도 되는 양을 한번에 한데요
그 엄마 친정집과  그 엄마의  이모 그리고 딸 넷을 위해서 하는 김장의 양이요..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는데 정말 언제 저걸 다하나 싶더라구요
그 엄마 친정댁이  광주에서 좀 산다는 집인데 사모님 사모님 하면서 김장 거들어주러 오는 사람들이
한 십여명 되더라구요
전  그저 그 김장의 양에 너무 놀라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네요

그 집 김장의 배추 절임은 못 봤구요
다 씻어서 채반에 쌓아 놓았는데
특이한건  배추를 씻어서 물을 빼는데만 이틀을 잡는데요
절인 배추를  채반에 담아서 마당에 죽 늘어놓았는데 장관이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그 모습은 무슨 대장금 찍는것 같은 분위기 였어요
도와주시러 오신 분들의 옷차림만 한복이었다면..
그 집  김치의 특징이 김치 국물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 무채 안넣더라구요 당근채만 약간
무채 넣으면 국물이 많이 생긴다고 당근채만 사용한데요
그리고 몇가지 젓갈을 섞어서 사용하는데 젓갈도 거의 건더기 위주의 젓갈을 사용하더라구요
무슨 젓갈인지 모르겠지만 몇가지 건더기의 젓갈과  마늘  생강 갓 모든 재료를 다 함께 갈아서
스텐 다라이에 담아놨는데  그 붉은 빛깔의 곱기가  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고운 붉은 빛이었어요
태양초 고추를 쓰신다는데 어디서 그리 고운 빛깔의 고추를 구하셨는지..
양념을 다 갈아서 깨까지  넣고나니 걸죽한 풀 쑤어 놓은것 처럼 되더군요 김장속이..
속을 하나하나 넣는게 아니라 걸죽한 김장속에 배추를 여러포기씩 담궈서 속을 넣는지 바르는지 모르게
넣고는 바로바로 묻어 놓은 항아리에 갔다 넣더군요
큰 항아리가 7개쯤에 600여 포기를 집어넣고
나머지를 서울 사는 딸 넷에게 골고루 나누어 용달같은것에 실어 보내더군요  
부럽고 놀라운 광경이었어요
친정엄마랑 늘 50포기 정도 할때도 늘 많다고 생각하며 했는데..  
중간 항아리가 10개쯤에 무김치 갓김치 해서 차곡차곡 넣구요..
그 천포기의 김치가 저녁 해질무렵이 되니 끝나더군요
서울서 왔다며 여러가지 맛깔스런 밑반찬에 막 담근 김치속을 넣은 해물찌개와 돼지고기 보쌈
거기다 얼튼한 된장찌개까지..
그날 저녁은 정말 푸짐하고 대접을 잘 받았었네요
아 이래서 전라도 음식 전라도 음식 하는구나 싶었어요
서울서만 자란 제게 그 날 그 김치 담는 모습은  놀라울 뿐이엇어요
다 자란 어른이 돼서 본 기억인데도 아련한 추억처럼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
난생 처음 본  천포기의 김장김치를 담구는 모습이란..

제가 외국에서 몇년 살다오는 바람에  그 엄마랑 연락이 끊어졌다가 어찌어찌해서 몇년 만에 만났어요
이 얘기 저얘기 하다가 김치 얘기가 나왔어요
그 때 자기네 김장 얻어 먹는 맛에 겨울이 즐거웠다고 했더니
나도 이젠 그 김치 못먹어
아니 왜?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
그런데 딸들이 아무리 그 김치를 흉내를 내도 그 맛이 안나~~  
아무리 해도 우리 엄마처럼 국물이 없으면서도 맛 있게는 안되더라 하는데
제가 어찌나 서운하고 섭섭하던지요
너무나 안타까운 맘에  아니 좀 잘 배워 놓지 했더니
그러게 맨날 엄마가 해주는 김장만 먹다가 배울 새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셨어 ..
그것도 3년전  겨울 딸들 김장 다 해주고 다음해 봄에..
해마다 배추김치 포기수가 줄어들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언제까지나 살아 계실줄 알고..
마지막해에 500포기 하셨었는데...ㅜㅜ

내심 그 엄마와 연락이 됐을때는 정말이지 그 김장 김치가 생각이 났고
또 그 김치를  먹을수 있을까 했는데 ㅜㅜ
그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는것도 너무 서운하고 그 맛있는 김치를 못 먹는다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그렇게 맛있는 김치는 정말 그 비법을 좀 전수 받았어야 했는데..

며칠전 장터에서 전라도식 김치라고 해서 그 김치를 기억하면서 주문했는데
김치 자체가  맛이 없는건 아닌데 제가 꿈에 그리던 그 김치 맛은 아닌거에요
벌써 김치국물이 하나 가득인걸 보고 어찌나 실망이 되던지...

해마다 겨울이면 저는 물론이고 저희 남편이 꼭 한마디씩해요
그 때 그 김치 정말 맛있었는데..

정말 맛깔스런 맛있는 전라도식 김치를 아시눈 부~~운
너무 그리워요.....
  

IP : 220.85.xxx.190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1.10 2:58 AM (59.9.xxx.74)

    마음 따뜻 짭쪼롬해지는 글이네요.
    저도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 2. 이렇게
    '08.11.10 3:08 AM (220.75.xxx.143)

    세월따라 인걸은 가고...

  • 3.
    '08.11.10 3:14 AM (221.162.xxx.86)

    드라마 식객 한 편 보고난 기분입니다. 글 참 맛깔나게 쓰셨네요.

    먼가 그 맛이 막 상상될 것만 같네요... 친구분 마음이 많이 쓸쓸하시겠네요..

  • 4. ,,
    '08.11.10 4:46 AM (121.131.xxx.43)

    저도 단편소설 읽는 기분이었어요...
    오밤중에 동치미 생각이 간절했는데 이 김치 글을 보니 또 쓰읍...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요.
    돌아가신 분과 음식 연관이 되는 부분이 참 많지요.
    전 만두만 먹으면 외할머니 생각이 나요.
    남포가 고향이셔서 만두를 자주 하셨는데 이젠 어딜가도 우리집에서 먹던 그 만두를 먹을 수 없다는..

  • 5. 김치
    '08.11.10 7:57 AM (210.111.xxx.160)

    정말 전라도 김장김치 맛있지요. 특이하게 당근채를 넣으시더라구요.
    국물없이 양념이 뭉쳐서 군데군데 있고, 알싸한 고춧가루맛이 머릿속 까지 쩡하게 하지만
    끊을수 없는 중독된 맛~

    전라도가 친정 이신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잠시 얻어 먹었는데..그 맛 잊지 못해요.
    그쪽으로 여행 이라도 가면 묵은지에 열광 하지만 그 김치맛은 아니어서 실망해요.

    전라도 음식 그립네요~

  • 6.
    '08.11.10 8:04 AM (116.123.xxx.215)

    별 붙여 드리고파요.
    82쿡 수필난이나 베스트글에 올려 많은 분들이 읽으셨음 좋겟서요.
    안 먹어 봤는데도 꼭 먹어본 것 같아요.짝짝짝~

  • 7. 저도
    '08.11.10 8:38 AM (122.100.xxx.69)

    수년전에 어느집에서 먹었던 전라도 김치 맛을 아직도 못잊고 있어요.
    제가 먹었던건 국물이 없던거는 맞고 양념과 속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었어요.
    배추가 안보일 정도로.
    고춧가루도 엄청 많고 파같은건 안들어갔고 젓갈 냄새가 정말로 맛있게 숙성된...
    속 중에서 미나리도 들어간건 같았어요.
    이런 김치 사먹을데 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 8. 전라도김치
    '08.11.10 9:06 AM (124.56.xxx.156)

    같은 전라도라도 집안마다 다른것 같아요. 저희 외가도 광주에서 꽤 유명한 집인데,무채는 넣어요 당근은 채로 안넣어요. 촌스럽다고. 그대신 꽃모양으로 찍어서 얇게 썰어서 넣지요. 청각도 넣고, 젓갈도 종류별로 넣고, 젓갈도 예전에는 직접 끓여서 한지에 걸러서 넣던데 지금도 그런지는 몰라요. 그리고 생선, 특히 덕자병어나 생조기를 뼈째 얇게 저며서 넣지요. 나중에 그 쫄깃거리는 맛이 정말 좋아요.

  • 9.
    '08.11.10 12:42 PM (125.177.xxx.47)

    대학 친구가 서울서 자취할 때 그집에 자주 갔었는데요,
    전라도 집에서 올라오는 반찬, 김치들이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그리고 전라도 아이들은
    결혼 하기 전에도 음식 솜씨가 보통이 넘던데요.

  • 10. 전라도김치는
    '08.11.10 1:24 PM (121.147.xxx.115)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아요
    물고추라고 해서
    마른 고추와 젓갈,밥, 마늘,생강등을 한꺼번에 곱게 갈아서 사용해요
    그래서 색깔이 좀 진하죠....

  • 11. jk
    '08.11.10 2:52 PM (115.138.xxx.245)

    아름다운 추억 하나와
    집안에서 지켜져야했던 전통 하나가 대가 끊겼네요...

    돌아가시면서 제대로 전수 못했다는게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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