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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등포 집회 다녀온 후기입니다.

에헤라디어 조회수 : 858
작성일 : 2008-08-24 02:20:00
장소를 바꿔서 영등포역으로 다녀왔습니다.
집회가 5시부터였는데.. 제가 7시부터라고 착각하는 바람에 회원님들께 6시부터 만나자고 해서  너무 짧게 참석한 것이 제일 아쉽네요.

매번 서울 갈 때마다 어깃장을 놓는 남편이 어제는 평택역까지 태워다주면서
조심하라고 당부하더군요.

영등포에 도착하니 5시30분인데.. 전경차 한대는 도로를 막고 있고, 그다음 전경차가 도착하더군요. 집회는 이미 시작한 시점이었고, 쭉 둘러보니 이미 도착하신 82회원님이 앉아계셨어요. 오랜만에 앉아서 촛불을 켰지요.

6시 직전에 지하 롯데리아 앞으로 가보니 반가운 82회원님들이 여러분 오셨더군요.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서 집회에 합류했어요.

그런데 집회에 자리 펴고 앉자마자 강남역으로 이동하라는 은밀한 메시지가 돌고 해산하더군요. 어찌나 황당하던지요. 82는 회의 끝에 그자리에 앉아서 집회 허가받은 7시10분까지 알뜰하게 구호 외치고, 노래부르고, 촛불 밝혔어요. 그리고 kbs앞으로 촛불 켜고 인도로 행진했어요. 비 안오는 토요일이 얼마만인지요. 우산도 안쓰고, 우비도 안입고, 촛불들고 거리를 걷는데 뒤에 시커멓게 전경들도 따라오더군요, 대오를 갖춰서.
민주노동당 앞에서 잠시 힘 내라고 멈춰섰는데.. kbs로 가기 힘들다는 연락을 받고 일부는 강남역으로 일부는 종각으로 흩어졌어요.

82는 영등포역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구름님의 긴~~ 강의 끝에 힘을 회복하고 왔어요.

사실... 지난 8.15일 집회다운 집회 찹석도 못하고 돌아가면서..
집에선 또 파란색 색소 뒤집어쓰고 연행된 분들 소식 들으면서..
이마트에 내걸린 건국60주년 세일, 아프트 관리사무소에서 흘러나오는 건국60주년 타령 속에서..
아직도 촛불집회 하냐고 그런데 숫자가 많이 줄지 않았냐는 질문 받으며..
의기소침해지고 주춤거렸었어요.
100번이나 외쳤는데, 변화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요.
우리들의 방법이 틀린 것인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인가
오늘 서울 올라가면서까지 고민 많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82촛불-시위와 관련없이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제 비겁함까지도 고백했지요. 싸우는 것이 두려워서 주위사람들에게는 촛불 이야기 못하는 소심함에 대해서요.

그때 구름님께서 나오셔서 구름님 학부 때부터의 이야기며, 지금 정황 등을 이야기 해주셨어요.
구름님의 긴 이야기를 들으며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구름님은 저같은 아줌마가 집회에 나와 촛불 드는 것이 참 많은 힘을 준다고 말씀하셨지요.
나이 많은 분들 혹은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엄마들이 혹은 시위는 안해본 것같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함께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촛불집회 자체에 힘을 주는 든든한 일이라고 하셨어요.

촛불든 사람들을 주위에서 뭐라고 하더라도 이미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중이라고 일깨워주셨지요.
그러면서 더욱더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성실하고 진실된 모습을 보이면
결국 우리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구름님 이야기 듣다가 기차 놓치고 전철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가정 내에서도 지역사회 속에서도 직장 안에서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풀 죽어 있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 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뭐라도 해야겠다는 맘이 들더군요.

마침 가지고 있던 뉴라이트 실체 폭로 전단지를 꺼내서 전철 기다리는 분들께 나누어드렸어요.
전단지 돌리는 것이 소심한 제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제는 힘이 절로 나더라고요.

돌아오니 11시가 넘은시간인데..그때까지 굶으며 엄마를 기다린 세 남자들과 늦은 저녁을 함께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작은 아이가 "엄마 이젠 서울 가지 마시고 저랑 놀아요."라고 잠꼬대를 하네요
엄마 몸에 팔 다리 올리고 자는 두 아이를 양 옆에 끌어안고 재우며
이 아이들 살아갈 내일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살자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저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현수막 건 이후론 주차도 더 반듯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이웃들과 인사도 더 열심히 하거든요. 앞으론 이웃들과 더 사이 좋게 지내려고요.
직장 노트북 배경화면을 미국소 수입 반대로 바꾸고도 한동안 덮어두고 가슴 떨려했었는데, 이제는 직장에서도 직장일 열심히 하고 동료들하고도 잘 지내야겠습니다.

내일부턴  
주위 사람들이 냉담해도 지속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도, 촛불에 대한 이야기도, 어이없는 조중동에 대해서도 좀더 용기내서 이야기하려고요.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조바심을 칠 땐 제가 참 못나보이고 무력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작은 일이지만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자는 생각이 드니까 기운이 나요.

잠도 안자고 주절주절 어지러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라도 요즘 저처럼 위축되고 무력감에 빠져서 실망하셨던 분들께
화이팅~*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예요.

우리가 물 한 방울 한 방울인데
그 물 한 방울이 줄기를 이루려면 여러 물방울들이 모여야하고
그 물방울들이 강이 되어 바다로 가려면 오랜 시간을 끝임없이 흘려가야하다는 사실을 다시 마음에 담습니다.


IP : 125.208.xxx.22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
    '08.8.24 2:26 AM (59.10.xxx.235)

    멋지세요~~늘 가정 평안하시길~~~~

  • 2.
    '08.8.24 2:28 AM (125.185.xxx.14)

    보수색 강하던 집안의 어른들이
    드디어 저희들에게 물어오십니다.

    대통령이 그러는게 정말 다른 이유가 있는게냐??

    솔직히 감동입니다.
    겨우 갸웃 고개짓이지만
    꾸준히 한 목소리를 낸다면
    그래.. 이유가 있었구나@!!
    해주실 날도 오겠지요..
    변화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온다니고 하니까요...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믿읍시다.
    어쩌면 더 큰 산이 남았을지라도..
    하루 500번의 발차기가 금메달을 낳듯..
    낙숫물에 바위가 패듯..
    그렇게 진실은 통한다고 봅니다...

  • 3. .
    '08.8.24 2:33 AM (121.134.xxx.137)

    좋은 글 감사드려요.

  • 4.
    '08.8.24 2:54 AM (118.34.xxx.128)

    팔순 가까운 모친께서 드디어
    '대통령이 저런 짓 하는데 똑똑한 사람들 다 어디서 뭐하냐? 못 하게 해야지!'
    힘 냅시다.

  • 5. 우리 승리하리라
    '08.8.24 2:59 AM (59.10.xxx.235)

    We shall overcome!

  • 6. 초록사과
    '08.8.24 3:36 AM (221.143.xxx.190)

    저도 구름님 강의 듣고 새로운 힘을 얻었어요.

    에헤라디어님과 헤어지고 몇몇 회원님들과 강남쪽으로 합류 하려고 압구정역으로 갔다가 전경들과 작은 마찰로 포위 당했는데 회원님들과 강력하게 항의해서 풀려났습니다.
    그와중에 전경들이 체증을 열심히 하길레 너희만 하냐하고 저도 열심히 디카로 찍고 동영상으로도 찍고 그랬습니다. ^^

  • 7. 멀리서
    '08.8.24 6:15 AM (78.105.xxx.197)

    항상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아자!

  • 8. 희망
    '08.8.24 7:15 AM (121.166.xxx.176)

    이 보여요. 님들 같은 분들 덕에.. 저도 생활 속에서 더욱 힘내겠씁니다.

  • 9. 너무
    '08.8.24 8:12 AM (211.48.xxx.252)

    수고하셨어요. 전 명동성당 다녀왔어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나봐요.. 저도 구름님 강의 듣고 싶네요. 저도 주위에 말하고, 광우병과 곁들여 현재 강만수의 뻘 짓이나, KBS 사건들도 함께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님의 후기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우린 함께예요~~~ ^-^

  • 10. 운조은복뎅이
    '08.8.24 9:01 AM (124.56.xxx.145)

    저는 27일 불교시국집회에 참석하려고 어제는 신랑과 오붓하게 지내줬네요.ㅜ.ㅡ(주말마다 혼자 밥먹게 했더니 뿔이 엄청나서^^;;) 제 생각도 구름님과 같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제게 자꾸 전도하려는 사람에게 전 이렇게 말합니다. "
    가장 훌륭한 전도는 당신의 평소 생활을 보고 내가 감동받아서 나가게 만드는거예요"
    그래서 저 촛불이 왜 계속 타올라야하는지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끊임없이 나가고 제게 주어진 생활을 행복하게 감사하게 열정적으로 합니다. 주위에서 제게 시국에 대해 물어볼때 그때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러면 달라져요. 제게 고자잘(?)하듯 이 정부를 비판하며 촛불들의 정당성을 자신도 모르게 인정해가며그렇게 변화해 가더군요. ^^
    님 글을 읽으니 힘이 납니다. 아자아자!!
    저도 구름님 한번 뵙고 힘나는 강의 듣고 싶네요.
    우리 27일날은 정말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11. 마.딛.구.나
    '08.8.24 10:06 AM (220.79.xxx.30)

    죄송합니다. 참석을 못했습니다. 집회장소가 여러군데다보니 장소선택이 어려워 참석을 못했습니다,
    암튼 수고하셨습니다,

  • 12. 저도
    '08.8.24 11:44 AM (116.39.xxx.132)

    구름님 강의한번 받아봐야 되겠네요. 남을 설득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고 또 그 사람들이 나를 어떤눈으로 볼까 많이 두렵더군요.
    기껏해야 우리 가족 밖에 설득 못하는 제가 부끄럽네요.

  • 13. phua
    '08.8.24 2:16 PM (218.52.xxx.102)

    한동안 가졌던 의구심,,, 우리가 잘 하고 있는가?? 에 대한 회의감,,,
    구름님의 다단계( 뒤에 앉아 계신 웬 남자분의 표현) 강의를 듣고
    큰방향 하나는 정했지요, 계속 촛불을 든다!!!

    27일에 못나가지만, 인산인해를 다시 한 번 이루는 날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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