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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여름 그리고 82쿡

노원아줌마 조회수 : 953
작성일 : 2008-07-07 09:06:39
밖엔 안개비가 뽀얗다.
아이는 학교가고 남편은 회사가고 어김없이 들어온 82쿡.

이젠 무언가 좀 정리해야함을 느낀다.
미워한다는 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하는가?
분노한다는 건 결국 나를 갉아먹어 버렸다.

이 여름은 촛불로 시작되었다.
아니
이 여름은 로그인으로 시작되었다.

그냥 조용히 살고싶은 한 아줌마는
로그인과 함께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미움과
분노와 절망을 함께 살았다.

그리고 또 촛불을 보았다.
지역도 넘고 종교도 넘고 성향도 넘어
나이를 넘어 타오르는
한 줄기 희망.

몇 번이고 이민을 생각했다.
이 놈의 나라는
국민으로서의 자존심 하나
지켜주지 않는 이놈의 나라는

아이를 낳아라 낳아라 하면서
이민가고 싶도록
내 자존심 하나 지켜주지 못하는
이 놈의 나라는

보수가 무슨 벼슬인냥
사대주의를 애국이라 내미는
무식한 폭력앞에서
수 없이 흐르던 눈물 너머로

그걸 보았다.
촛불..........................................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동호회는 오로지 산 얘기만 하자하고
어떤 카페는 오로지 부동산 얘기만 하자하고
쇠고기는 정치라고
정치는 순수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가면을 쓸 때

눈물을 흘리며
촛불에 대해서 당당하던
82쿡을 만났다.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름은 어쩌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이 쯤에서
미움을 버린다.
분노를 버린다.

미움이나 분노는 나를 지치게 한다라는 걸
가르쳐준 신부님, 목사님, 스님.
그 분들께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눈물이 먼저 앞설까
차마 말은 꺼내지 못했다.

무심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래야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냥 무심히 촛불을 들어야겠다.
이번 여름은 아주 쉽게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올해 여름은 오래오래 기억될 듯하다.
눈물로
82쿡으로

그리고 촛불로..................................

사랑합니다. 횐님들...............................



IP : 125.187.xxx.1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08.7.7 9:11 AM (116.37.xxx.9)

    저두 사랑합니다.. 회님~~ 저두 여기저기 까페에서 쿨한척 쇠고기문제 꺼려할때.. 82쿡에 더욱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두 약 4년을 유령회원으로 지냈는데.. 지금 소속감도 생기고 너무 좋아요~~~

  • 2. 눈물나네요
    '08.7.7 9:13 AM (220.65.xxx.2)

    절절한 심정이 읽혀집니다. 특히나 쇠고기는 정치라고 가면을 쓴 다른 동호회들에 대한 글은 정말 공감됩니다. 아끼던 사이트 탈퇴하며 느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납니다.
    저도 82가 있어 힘이 됩니다.

  • 3. 저도
    '08.7.7 9:22 AM (211.177.xxx.200)

    노원아줌마..노원 어디세요.ㅠㅠ
    하늘이 어둡습니다. 마음만큼...
    진하게 커피 한잔씩들 합시다.ㅠㅠㅠㅠ

  • 4. 공감백배.
    '08.7.7 9:23 AM (124.54.xxx.148)

    분노가 사그라들고 이땅에 대한 애정으로
    다시 촛불을.
    ㅜ.ㅜ

  • 5. 공감만배~
    '08.7.7 9:29 AM (218.52.xxx.75)

    저도 사랑합니다..
    조용히 묵묵히 촛불을 들고 지켜 나가요~
    오늘도 여전히 슬프고 암담한 뉴스로 아침을 시작하지만...

    힘내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82 여러분과 함께라 그래서 더욱 고맙습니다~

  • 6. 공감백만배
    '08.7.7 9:36 AM (119.65.xxx.16)

    정말 마음을 같이하는 님들과 진한 다방 아니 자판기커피 한잔 나누고 싶습니다..

  • 7. 박쥐
    '08.7.7 9:55 AM (118.127.xxx.207)

    저도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우리들이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삽니다...

  • 8. 현실
    '08.7.7 10:02 AM (125.132.xxx.100)

    미워하고 분노해야 하는 이 현실이 마냥 서글프기만 합니다.

  • 9. 저도
    '08.7.7 10:22 AM (218.50.xxx.178)

    이번에 82쿡의 진가를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존경스러운 분들도 많고 그런 분들이 있기에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죠.

  • 10. 혀니랑
    '08.7.7 11:28 AM (124.63.xxx.18)

    고맙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트에 가서도 천연덕스럽게 할 말
    하고 나옵니다. 조중동박멸 싸인을 하면서 캐셔아줌마랑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누고
    라면매대에선 몇번을 빙빙 돌면서 삼양홍보 하고 과자매대도 역시 빙빙 돌면서
    왜 이렇게 삼양이 없는 것이야,,아이랑 열심히 이야기하면서 롯데 농심은 안돼..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닙니다.....좀더 뻔뻔해질(?) 각오로 올 여름을 보낼까 합니다..화이팅.
    조중동박멸!~~~~

  • 11. 자전거
    '08.7.7 12:04 PM (219.248.xxx.244)

    한 오년동안만 촛불잔치를 벌여 보기로 하죠. 아주 무심하게요.!!

  • 12. 지금은 비겁자
    '08.7.7 12:15 PM (58.225.xxx.86)

    이민을 생각중입니다.


    꼭 이나라가 싫어서가 아니라

    우리가족이 해체되는게 싫어서요....


    제 마음속에 촛불은 살아있어요.




    가슴이 미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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