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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곶감쌈]

| 조회수 : 14,27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1-15 22:17:13




예전에는 제가 곶감을 너무 좋아해서,
앉은 자리에서 10개 가까이 먹은 적도 있어요.
예전 곶감은 지금 같은 모양이 아니라 나무 작대기에 끼워서 말린 그런 곶감이 많았는데요,
속담처럼 곶감꼬치에서 곶감을 살금살금 빼먹는 재미가 꽤 쏠쏠했더랬습니다.
나무개비 하나에 곶감 10개씩, 그런 나무 개비가 10개,
이렇게 곶감을 한접 단위로 팔았는데요,
엄마가 곶감 한접 사다놓으시면 엄마가 보는데서, 혹은 엄마가 안볼때 몰래 꺼내먹어,
곶감귀신이라는 별명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곶감  볼수가 없어요. 아, 그리운 옛날 곶감 이여~~.

암튼 곶감을 그렇게 좋아하던 어느날,
제가 대학을 막 들어갔을 때인데, 그때 막 강남에 입성한 친척언니가 집에 놀러오라오라 하여 갔습니다.
그 먼 친척언니는 이쁜 그릇 자랑과 함께 곶감쌈을 주었습니다.

그 언니는 그때 한창 불어닥친 강남 개발붐을 타고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에 한발 담그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던 때이죠.
그러면서 옷이며 집안의 가구는 물론, 식탁의 메뉴나 그릇, 또는 간식까지 예전의 그 언니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 속의 곶감쌈은 곶감쌈 그 자체라기보다는 좀 거창하지만 신흥 부호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후 곶감쌈을 보면 그때 그 언니가 자신이 일군 부를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으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인 친척동생에게, 
"이건 여름에 쓰는 그릇 세트고, 이건 겨울에 쓰는 그릇 세트고..."하는 자랑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납니다.

암튼, 언제고 곶감쌈을 만들어봐야겠다 했었어요.
그러다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곶감쌈 레시피를 보니, 저는 평생 못하겠더라구요.
왜냐하면, 호두의 속껍질을 벗겨서 쓰라는 거에요.
호두의 속껍질을 벗기다니!!! 헉~~~
사람의 뇌처럼 생긴 호두의 그 요철심한 면의 속껍질을 어찌 벗긴단 말입니까?
저처럼 급한 사람이 어떻게 차분하게 앉아서 호두 속껍질을 벗길 수 있겠어요, 안 먹고 말지. 

집에 호두도 있고, 곶감도 있는데, 단지 호두 속껍질 벗기는 거 무서워서 십수년동안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 해봤습니다.

물에 소금을 좀 넣어서 팔팔 끓이다가 호두를 넣어서 삶았어요.
그리고 이쑤시개로 속껍질을 벗겨봤는데, 잘벗겨지는 건 잘 벗겨지고, 잘 안벗겨지는 건 잘 안 벗겨지고,
벗길 수 있는 만큼 벗겨서 배를 가른 곶감에 넣어 김발에 말았습니다.
해보니 참 별 것도 아닌데...이걸 그렇게 오래 벼르기만 했다니..
이젠 심심할 때 심심풀이로 곶감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abelle
    '13.1.15 10:24 PM

    저희집도 강남에 땅 한평도 없지만... ㅎㅎ 어릴때부터 설에 요거 꼭 만들었던것같아요. 차례 음식 물리고 다과로 내오는 거였어요. 요샌 친정엄마도 이거 안만드시던데 한번 해봐야겠어요. ㅎㅎ

  • 김혜경
    '13.1.15 10:40 PM

    울 엄마는 한번도 안해주셨어요..ㅠㅠ...

  • 2. 꾸준함
    '13.1.15 10:35 PM

    선생님. 저희 집 애들이 곶감과 호두를 따로 따로는 안 먹으면서 이렇게 말아주면
    잘 먹어서 자주 해줬는데요, 저는 속껍질을 따로 벗기지 않고 그냥 말아줬어요.
    끓는 소금물에 한번 데쳐서 그걸 마른 후라이팬에 한번 볶아내면 속껍질이 있어도
    떫은 맛이 웬만큼 잡히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둘둘 말아주면 몇개도 먹어요..
    그런데 만드는 속도에 비해서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 좀 허무하긴 해요.. ^^;;

  • 김혜경
    '13.1.15 10:41 PM

    아, 데쳐서 프라이팬에 볶으면 좀 낫군요.
    호두 껍질만 안벗겨도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3. 스컬리
    '13.1.15 10:37 PM

    외할머니가 수정과를 해주시면 늘 곶감쌈이 들어갔어요. 손으로 곱게 말아서 만든 곶감쌈. 손님 접대용인데 이건 저만 먹었어요. 할머니의 첫손주였거든요. 다른 손주들은 주지도 않으셨어요. 명절때 가면 차례상에 올라갔던 산적과 굴비를 숨겨놓으셨다가 제가 가면 주셨어요. 제가 좋아하는건데 큰집갔다가 외가가면 늦으니까 저 먹을게 없을까봐 차례 지내자 마자 제걸 챙겨 주셨어요. 아무도 손도 못데는 그런 것. 지금은 저거 안먹어요.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요. 굴비랑 산적도요. 올해가 외할머니 10주기네요.
    곶감쌈보니 다시 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 김혜경
    '13.1.15 10:45 PM

    외할머니께서 스컬리님 얼마나 사랑하셨을지..100% 공감 갑니다.
    저도 스컬리님처럼 손녀들이 저를 오래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 4. 백세만세
    '13.1.15 10:53 PM

    제가 한 20년 전 아가씨적에 전북 무주에서 직장 생활을 했었는데
    거기가 산촌이라 그랬는지
    이 곶감쌈을 해서들 드시더라고요.
    그 때 전 이걸 처음 맛보고 세상에 이런 걸 다 만들 생각을 했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 김혜경
    '13.1.16 7:49 AM

    곶감이랑 호두가 어우러져서, 곶감 따로 호두 따로 먹는 것보다 맛있는 것 같아요. ^^

  • 5. 행복이마르타
    '13.1.16 3:42 AM

    동심결 농장이라고 하동 대봉시 농장에서
    친환경으로 곶감 농사를 지어 그곳에서 가끔 곶감을 가져다 먹는데
    이년 전 부터인가요

    이렇게 만든 곶감도 팔더군요
    맛있는 대봉시 곶감에 말아놓은 호두 곶감쌈 홀딱 반할 맛이었어요

    갑자기 곳감이 무척 먹고 싶어지는군요

  • 김혜경
    '13.1.16 7:50 AM

    아..파는 곳도 있군요.
    대봉시 곶감에 말아놓은 곶감쌈이라니 정말 맛있겠어요. ^^

  • 6. loorien
    '13.1.16 5:10 AM

    아유~예뻐라
    저리해서 수정과에 퐁당해서 먹음 더 맛나지요~

  • 김혜경
    '13.1.16 7:50 AM

    아무래도 오랜만에 수정과를 좀 해야하려나 봐요.^^

  • 7. remy
    '13.1.16 9:06 AM

    전 호두장아찌 하면서 호두 까다가 승질 다 버릴뻔했어요..ㅎㅎㅎ
    그래도 잘 벗겨지는 방법은 그냥 뜨거운 물에 담궈놓아 불리면 겉이 퉁퉁 뿔어요..
    굳이 삶지않아도 되구요..
    그럴때 이쑤시게로 벗기면 통채로 잘 벗겨지는데.. 대신 호두가 불어서 잘 부러지니 조심해야 해요.
    그래도 놔두면 수분이 날라가 다시 처음 호두로 되돌아가요..
    그리되면 껍질 안벗긴 것은 다시 뜨건물에 퐁당해서 불려야 해요..
    반나절 정도는 잘 벗겨져요.

  • 김혜경
    '13.1.16 7:45 PM

    아, 고맙습니다...그래서 나중에 갈수록 껍질이 더 잘 벗겨지지 않았군요.
    담엔 물에 담가두고 껍질을 벗겨야겠네요.

  • 8. 사랑니
    '13.1.16 10:49 AM

    ㅎㅎㅎ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나네요.
    정말 고급간식이죠~
    근데 굳이 껍질을 벗겨야 하나요? 껍질에 영양이 더 많을것 같은데,,

  • 김혜경
    '13.1.16 7:45 PM

    푸른나무님께서 댓글 남겨주신 대로, 속껍질이 좀 떫어요, 식감을 떨어뜨립니다.

  • 9. 푸른나무
    '13.1.16 7:03 PM

    호두껍질이 좀 맛을 떫게 하거든요.근데 곶감이랑 먹으면 괜찮긴해요. 저도 시아버님 계실땐 어머님께서 매년 하시더니 돌아 가시니 안 하시더라구요. 집으로 오시는 손님이 없으시니깐... 보통 정성이 아니지요.우리나라 음식은 뭐든 정성이 듬뿍 가야하니...

  • 김혜경
    '13.1.16 7:45 PM

    맞아요, 좀 보기 좋게, 좀 맛있게 하려면 손이 많이 가지요. ^^

  • 10. 유네
    '13.1.16 8:22 PM

    맛있겠네요. 호두 속껍질 까야하는걸 모르고 봐도 정성이 들어가 보이구요.
    곶감을 별로 안좋아하는 저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음식입니다 ^^

  • 김혜경
    '13.1.17 10:16 PM

    호두 껍질 까는 것 말고는 별로 어려울 건 없어요.
    다만 너무 금방 먹게 되어서 허무하지요. ^^

  • 11. 린드그렌
    '13.1.17 9:09 AM

    저는 저 결혼할때 폐백음식, 이바지 음식, 그리고 경상도에서는 신부집에서 신랑집으로 이바지 음식말고
    큰상을 보낸다하여 음식을 해서 보냅니다

    그 음식들을 보통은 전문집에서 주문해서 맞추는데
    친정엄마께서 막내딸이라고 마지막이라고
    직접 집에서 만들어주셨어요..
    미리해 놔도 되는것 부터 바로 해야하는것 등
    모든것을 엄마와 요리사 한분이 저희집에서
    며칠에 걸쳐서 하셨죠..

    그때 곶감쌈을 하셨는데 호두 속껍질을 친정아빠와
    함께 벗기며 도란도란 얘기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결혼해서 조심할것,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얘기해 주셨는데 막상 결혼이 눈앞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났었네요~~~저희는 따뜻한물에 불려서 이쑤시개로 한거 같아요~~그게 벌써 15년 전 ^^

    그때 솔잎에 잣끼우기, 대추 말아 폐백음식 하기,
    오징어모양내기 등등 좀 배웠는데
    기회되면 폐백음식 하는거 배우고 싶네요~~

    곶감쌈 보니 오래전 그때가 생각납니다 ^^

  • 김혜경
    '13.1.17 10:17 PM

    와 큰상을 집에서 준비하셨어요??
    정성이 대단하셨네요.

    큰상 저도 뭔지는 압니다, 보지는 못했지만...^^
    사위가 부산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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