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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스산한 저녁의 [청국장 찌개]

| 조회수 : 9,967 | 추천수 : 233
작성일 : 2010-03-02 21:43:06


어제 비가 온 후, 오늘은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사무실에서 손님도 만나고, 업무도 보고 했는데, 어찌나 스산하던지요.

집에 들어와서, 밥을 하려니까, 너무 꾀가 나는 거에요.
"여보, 밥하기 싫다!"
"그럼 외식하지 뭐, 뭐 먹을까?"
"오랜만에...장어 먹을까?"
"그럴까!"
이렇게 의견이 모아졌는데....제 입으로 외식하자 해놓고, 외식하러 나가는 게 싫어지는 건 또 뭡니까?
우리 친정어머니 잘 쓰시는 말씀으로, '변덕이 죽 끓듯' 하는거죠.^^;;
말로는 장어구이 먹고 싶다고 해놓고, 나가려니까 귀찮은 거에요.
쌀 씻고, 메뉴 계획도 없이 일단 멸치육수부터 불에 올렸습니다.

"여보, 그냥 집에서 저녁 먹고 말까봐"
"왜, 하기 싫다면서... 나가 먹지"
"그냥 아무거나 해서 먹어"
"나가는 게 귀찮아서 그래? 그럼 편한대로 해"

날씨도 쌀쌀한데, 운전해서 외식하러나가는 것도 좀 그렇고,
먹고나서 "추워" "추워"소리하면서 집에 들어오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저녁 준비를 집에서 하긴 했는데요,
국이나 찌개거리가 딱히 없는 거에요.
집에 있는 재료들로 끓이는 국이라면,
달걀국이 제일 만만한데 바로 어제 비빔밥 먹을 때 먹었구요,
냉동실의 닭고기 꺼내서 카레를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카레 먹은지 며칠 되지 않았구요,
냉동실의 매운탕용 생선도 있는데, 넣을만한 채소라곤 무 밖에 없어서 그것도 그렇구요,
된장찌개를 끓일까 했더니 두부도 없고 호박도 없고,
그러다가 청국장 생각이 났습니다.

진하게 우려놓은 멸치육수에,
집에 있는 대로, 김치, 감자, 무 썰어넣고, 청양고추, 파 넣어서 마무리했는데요,
무염청국장을 넣었기 때문에 국간장으로 간해서 약간 싱겁게 끓였는데,
간이 마침 딱 알맞게 되었어요.
한 냄비 끓인 후 다시 먹을 만큼 덜어서 뚝배기에 옮겨담아 다시 한번 더 끓이는 것이 평소 스타일인데요,
오늘은 주물냄비에 담아 다시 한번 끓여 식탁에 올렸습니다.
이 냄비 너무 작아서, 사놓고 한번도 안썼습니다.
냄비에 붙어있는 스티커만 안 떼었으면 다른 걸로 바꾸면 좋은데, 스티커를 떼었으니 그럴 수도 없고.
그런데 한끼 된장찌개를 담으니까 그럭저럭 쓸만 하네요.
문제는 청국장 찌개가 아니라 카레 같아 보여 왠지 어색하다는 거...한복 자락 아래로 보이는 킬힐같다고나 할까요? ^^

아홉가지 나물 중 여섯가지는 다먹고,
남은 세가지 나물에, 고등어 구이, 김치, 구운 김, 청국장찌개,
이렇게 상을 차리니, 장어구이가 결코 부럽지 않는 저녁밥상이 되네요.
외식비...또 굳었습니다...^^
오늘 굳은 외식비로 장을 보면, 또 며칠간은 풍성한 식탁을 차릴 수 있을 거에요.
나는 손 하나 깜짝 하지않고, 차려주는 밥 먹고, 설거지고 뭐고 없이 딱 일어서버리는 외식,
그게 참 편하고 매력있는 일이긴 한데요...요새는 그마저도 시들합니다.
소박한 반찬이라도, 내 집 밥이 젤인 것 같고...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비언니
    '10.3.2 9:50 PM

    어.. 일등...

    항상 글 너무 잘읽고있어요.
    아직 날씨가 차니 감기조심하세요.
    그럼 전 1등 찍고 글읽으러...총총총

  • 2. 헤어스
    '10.3.2 9:50 PM

    어제 오늘 저랑 메뉴가 같아요^^
    오늘 고등어에 김까정~
    왠지 정답 맞춘 것 같은 이 기분 뭐지요?^^

  • 3. 김혜경
    '10.3.2 9:53 PM

    헤어스님,ㅋㅋ...
    고등어에 김이랑 청국장찌개는..정말 최고죠??

    나비언니님,
    나비언니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내일도 쌀쌀하려나봐요..

  • 4. 필명
    '10.3.2 9:54 PM

    갈수록 집밥이 최고인것 같아요. 그래도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아줌마라잖아요.

    저는 두부 없으면 청국장 못끓이는 줄 알고 있는데 ㅋㅋ 된장은 두부없어도 끓여먹거든요.

  • 5. 김선아
    '10.3.2 10:10 PM

    추워추워하면서 들어오는 길, ㅎㅎㅎ 너무 공감되어요. 요샌 발음식솜씨지만 집이 편하네요!~~

  • 6. 큰바다
    '10.3.2 10:29 PM

    맞아요,들어오면 다시 나가기 싫어요.
    누가 맛있는 것 사준대도, 미리 약속 안한 것은 나가기 싫어서 저만 그런줄 알았어요.
    선생님 맘, 저는 이해해요.
    오늘 봄기운 내면서 일하고 싶었는데, 날씨가...어깨가 다 아플 정도로 춥더라구요.

    오늘 날씨가 제 맘 같았어요.

  • 7. bridget jones
    '10.3.2 11:17 PM

    흑 정말 눈물나게 맛나보이네요.
    외국생활하면서 절대 못먹는 음식이 바로 저 청국장인데
    저는 세상에서 된장과 청국장을 제일 좋아해서 슬픈 해외거주 아짐입니다. ㅠ.ㅠ
    담에 서울 들어가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리스트 1번에 새겨두었습니다.
    정말 맛나보여요, 담엔 저 꼭 좀 불러주세요^^

  • 8. 살림열공
    '10.3.2 11:27 PM

    아 청국장.
    어제는 친정엄마가 봉화에서 사오신 노지 냉이를 나눠 주셔서 오늘 하루 잘 넘겼고요
    내일은 또 뭘로 메꾸나 걱정했는데, 청.국.장.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끓이는 청국장은 전문식당에서 내 주는 것처럼 걸쭉하게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찌게의 밀도를 식당맨치로 하면 너무 진하고 짜고요
    짠 게 무서워서 좀 덜 넣으면 맹맹해서 끓일때 마다 고심 하고 조마 조마 합니다.

  • 9. 김혜경
    '10.3.2 11:31 PM

    bridget jones님,
    서울 오시면 연락주세요..^^

    살림열공님,
    무염 청국장으로 준비하셔서요, 청국장을 넉넉하게 넣고 끓이세요.
    간은 국간장으로 하시구요.
    그럼 아주 껄쭉한 청국장이 된답니다.

    큰바다님,
    그쵸? 한번 집에 들어오면 다시 나가는게 더 싫죠? 밥하는 것보다..

    김선아님,
    발솜씨라뇨?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세상의 엄마수와 같다잖아요.

    필명님,
    저는 청국장은 그냥 끓여도, 된장찌개에는 두부가..ㅋㅋ...

  • 10. 지나지누맘
    '10.3.2 11:34 PM

    앗.. 쌤 지금 82쿡 하고 계신가봐요???

    한복자락아래로 보이는 킬힐 이요?? ㅎㅎㅎㅎ
    청국장 먹고 싶은 밤입니다....

  • 11. 귀여운엘비스
    '10.3.2 11:44 PM

    한복자락에 킬힐이란 대목에서
    너무 재밌는나머지.....
    깔깔거리고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가면 얼마나 잘해먹고살려는지
    이사가면 해먹어야지....하는메뉴가 아주 종이에 빡빡해요^^;;;

  • 12. 김혜경
    '10.3.2 11:55 PM

    지나지누맘님,
    울 딸 자격증 액자에 끼웠어요. 정말 크더만요...^^
    지나아빠 자격증은 아직이신지...ㅋㅋ...

    귀여운엘비스님,
    이사 며칠 안남았죠?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조심하세요.
    (걱정 마~~이 됩니당)
    그리고, 그 수제비누, 어디서 팔아요?
    좀 사야할 듯...

  • 13. 또하나의풍경
    '10.3.3 7:18 AM

    청국장에 밥 쓱쓱 비벼먹음 정말 맛있는데 ^^

    게다가 고등어구이까지...ㅎㅎ 금상첨화네요 ^^

  • 14. 열무김치
    '10.3.3 8:12 AM

    킬힐 청국장 ^^
    정말 스르륵 하고 안 씹어도 밥이 술술 넘어가게 생겼네요 !
    무염 청국장이란것도 있군요.

  • 15. okbudget
    '10.3.3 9:21 PM

    저도외식줄이게되고~
    무조건 멸치육수내면 무슨반찬이라도 만들어지더라구요^^

    습관을바꾸니(외식하던) 또다른 습관(집밥먹기)이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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