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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여행 1 - 경주와 합천 해인사

| 조회수 : 10,626 | 추천수 : 216
작성일 : 2009-10-10 23:33:23


여행을 가게 된 건 이랬습니다.
지난 봄인가, 1박2일의 담양 편을 보고, 대나무 숲이 너무 보고 싶은거에요.
그랬더니 kimys가 꼭 올해 안으로 담양에 여행가자고 약속에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여름, 큰 시누이가 경주의 라궁에 가서 하룻밤 쉬었다 오라고 티켓을 줬어요.

추석 지나자마자 바로 다녀오는 걸로 날짜를 잡은 건, 아무래도 명절 끝에는 냉장고 안에 반찬이 남아있을테고,
그럼 식구들 밥 걱정없이 좀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겠다 싶은 계산이었죠.

처음 계획은 1박, 또는 2박을 경주에서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주 갔다오면 언제 담양엘 가? 또 공수표야?" 했더니, kimys가 내친 김에 담양까지 들려오자는 거에요.
"서울 경주 서울 담양 서울 이렇게 W자로 움직는 것 보다, U자로 움직는 것이 낫지않나? 운전이 피곤하긴 하겠지만..."

이렇게 해서 여행계획이 잡힌 것이었어요.

6일날 아침 일찍 경부고속도로로 내려가자는 것이 우리 계획이었는데,
그날 새벽 축구 중계를 했고, kimys는 그 중계를 다보고 새벽 5시쯤 잠자리에 들었던 모양인데,
7시에 깨워서, 7시 15분쯤 출발했습니다, 차에서 자라고 하구요.

경주까지 가는 동안 휴게소를 다섯군데나 들려가며 가보니까 낮 12시였어요.




라궁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인데, 1시도 채 안되어서 도착했는데, 바로 안내해주었습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제 입이 저절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너무 좋아서요.

윗사진에 나오는 건물의 오른쪽, 창이 나란히 두개 달린 바로 그곳이 우리 부부가 묵었던 침실입니다.




우리 부부가 묵었던 곳은 약간 모양이 변형된 ㄷ자형 한옥이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현관이 있고, 바로 소파가 놓여있는 거실이 있고, 왼쪽은 화장실이었습니다.
거실 다음은 온돌방, 온돌방 다음은 마루로 된 다실이었어요.
온돌방의 왼쪽은 침대방이구요.
거실에서 문을 열고나가면 객실 전용 노천탕이 있는 구조입니다.




온돌방에서 본 침실이에요.




노천탕.
노천탕의 왼쪽은 화장실, 오른쪽은 침실이에요.




거실에는 이렇게 서비스 과일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라궁 내에는 이렇게 다른 곳에서 옮겨다 놓은 오래된 한옥들이 몇채 있어 더욱 고풍스런 분위기를 내줬어요.

처음부터,
그저 라궁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경주 여행의 전부였기 때문에,
고적지를 돌아볼 생각도 안했습니다.

그랬는데, 밀레니엄 파크 입장비표를 주면서, 공연도 보시라고 하는 거에요.
공연??
공연은 별 관심이 없었고, 선덕여왕 오픈세트나 구경해볼까 하고 들어갔더니,
용인에 있는 민속촌과 비슷한 곳이었습니다.
성골 진골, 육두품, 오두품, 사두품, 서민 등의 가옥이 재현되어있고,
여러가지 공방 들이 있어 체험을 하도록 하는 한편, 공방의 물건을 판매하고 있고,
그리고 공연장, 선덕여왕의 오픈 세트가 있었습니다.




눈에 익은 곳이죠?
선덕여왕에 나오는 신라 궁궐입니다.




여긴 유신랑이 무예를 갈고 닦던 곳.





토우 분수입니다.






밀레니엄 파크의 공연.
'천궤의 비밀' 이라고, 미시랑의 활약을 그린 건데요,
솔직히...좀더 가다듬으면 좋은 공연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야외무대와 호수까지 이용해서, 배를 가라앉히고, 배우들이 물위에 둥둥 뜨고..
뭔가 보여주느라고 꽤 애를 썼지만,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담기에는 부족했고,
어설픈 구석이 많았습니다. 발전시킬 여지가 아주 많았어요.




'화랑의 도'라는 무예공연인데요,
화랑들의 마상무예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타는 화랑 전원이 몽골인입니다.
어쨌는 말은 무척 잘 타더라구요.





공원 곳곳을 돌면서,
공연도 보고, 산책도 하고, 집구경도 하고..
피곤한 발을 잠시 쉬게할 족욕탕도 있습니다.
이런 배려는...맘에 들더라구요.




라궁에서 쉬고 이튿날,
아무리 고적답사가 예정에 없더라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다보탑과 청운교 백운교는 보러가야겠기에 불국사 가자고 하니까,
kimys는 영 피곤해하는 거에요. 아무래도 전날 축구보느라 잠도 잘 못 잤는데 먼길을 왔으니 그렇겠죠,
그래서 혼자 불국사와 석굴암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가는 날이 장날이라고...다보탑이 보수중이었습니다...ㅠㅠ
청운교 백운교 찬찬히 감상하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체크아웃 하고,kimys가 너무 좋아하는 황남빵 사고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88고속도로를 타고 담양으로 향하던 중에....합천 해인사를 들르기로 했습니다.

해인사 바로 앞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는데, 잘 몰라서, 박물관 근처에 주차하고, 얼마나 많이 걸어올라갔는지..
그랬는데...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있는 장경판고에 가보고..정말 울컥했습니다.
역사책에서 사진으로 보던 팔만대장경을 직접 보니,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던지...
정말 해인사에 들른 것은 장한 선택이었습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발상의 전환
    '09.10.10 11:34 PM

    선리플, 후감상~!

  • 2. 레드썬
    '09.10.10 11:40 PM

    와~ 대리만족이지만 좋아요. 선생님 좋으시겠어요... ^^

    아니 근데 노천탕에서 즐기시는 사진이 없쟎아요~!!! 무효~~~

  • 3. 발상의 전환
    '09.10.10 11:49 PM

    저는 한옥이 너무 좋아요...
    절절 끓는 온돌,
    문풍지를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의 색감과 분위기...
    나무의 결과 향기도... 킁킁~ >.<
    거기다 한옥의 흠이라는 웃풍마저 사랑스럽다니까요.
    (발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하는 게 몸에 좋다잖아요~)
    갑자기 라궁 급땡깁니다...


    혼자 방문하신 불국사...
    지금 올리신 그 사진,
    사진에 나오는 장소와 그 구도...
    딱 그 위치에서 숱한 학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더랬죠.
    갑자기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생각나네요.
    덕분에 추억여행 한 듯...
    사진과 여행기 감사해요.

    그나저나 어설픈 구석을 발전시킬 여지로 보시는 선생님의 긍정적 시선...
    어쩐지 따끈한 온돌처럼 느껴지네요.

  • 4. mulan
    '09.10.11 12:11 AM

    화면속에 어딘가 선덕여왕이 돌아다닐것 같아~ 휘 둘러보게 되는.. ^^
    멋진 여행 잘 하고 오셨네요 ^^

  • 5. inwangsan
    '09.10.11 12:31 AM

    다보탑이 보수 중이군요. 저는 석가탑이 은근히 좋더라구요. 사진 보니 경주 가고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갓 구워낸 따근한 황남빵 먹고 싶네요.^^

  • 6. 소박한 밥상
    '09.10.11 7:24 AM

    라궁아 !! 기다려라 ^ ^
    족욕이 참 편안해 보이십니다.

  • 7. 변인주
    '09.10.11 8:50 AM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로긴합니다.

    맛깔그런 음식도 좋고요 양념으로 이런 여행사진도

    덤으로 주신듯하여 고맙습니다.

    너무 그립네요.

  • 8. 이미연
    '09.10.11 9:11 AM

    정작 경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고장의 아름다움을 잘 모른다지요..^^
    경주에서 5년가까이 살고있는 서울아줌입니다.. 짧은일정인데 알짜배기 만 보고가셨네요..
    경주 라궁은 가본 사람들마다 좋다고 말하더군요..근데 전 경주보다는
    담양 여행기가 궁금해요.. 전 담양을 가고 싶었었거든요..
    덕분에 경주를 한번더 돌아보는 기회가 된것같아요.

  • 9. 20년주부
    '09.10.11 5:10 PM

    마치 제가 가을 여행을 다녀온 듯 ... 마음까지 넓어지고 싶네요

    몇년 전 힘들게 걸어올라간 눈 앞에 펼쳐진 해인사 장경판전의 팔만대장경~
    이 높은 곳에 고이 간직하려는 선조들의 애국심에 울컥 했던 마음도 기억납니다.

  • 10. 노티
    '09.10.12 9:46 AM

    저도 8월말에 처음으로 합천 해인사엘 다녀왔는데..
    팔만대장경을 보고 정말 먼가 모를 찌리찌리함을 느꼈습니다.

    전 팔만대장경 보관을 따로 밀실이나..머 그렇게 첨단보안장치를 해놨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달랑 그당시 그대로의 보관소에 보관을 해놨는데..
    그럼에도 불고하고 무수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어찌 하나도 변형이 되지 않고 그래로인지..
    정말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진작에 와볼껄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 11. 초록하늘
    '09.10.12 9:58 AM

    무도에서 보고
    느무 가보고 싶었던 라궁...
    그러나 아주 이기적인 가격에
    급좌절 0TL...

    쌤이 다녀오셔서
    너무 좋았다시니까
    라궁갈 적금하나 들어야 할까요??? ㅎㅎㅎ

    올케를 생각하는
    시누의 맘씨 참 비단결입니다...
    정말 가족일수록 서로 잘 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 다시 실감합니다...

  • 12. bluejuice
    '09.10.12 10:08 AM

    간접적으로나마 열심히 감상할게요...^^

  • 13. 이기적인 콩쥐
    '09.10.12 12:53 PM

    와우~
    저희 가족두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경주 여행을 했더랍니다.
    위에 사진들이 정겹네요.
    라궁은...너무 비싼가격에 접었는데 쩝..ㅋㅋ

  • 14. 안젤라
    '09.10.12 6:05 PM

    내년 여름휴가는 이곳 라궁으로 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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