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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부드러운 아침식사 [매생이전복죽]

| 조회수 : 12,720 | 추천수 : 1
작성일 : 2011-11-29 10:14:37


며칠 전 제주에 갔을 때, 호텔 조식부페에 매생이전복죽이 나왔습니다.

제가 뜨려고 보니까 아예 그릇이 비워져있었어요.
평소 아침에 밥도 잘  안 먹으면서, 전날 너무 추위에 떨어서인지 그날 아침은 꼭 매생이전복죽을 먹고 싶은거에요.
그래서 잠시후 다시 갔어요.

새로 가져다놓은 모양이긴한데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와중에 어떤 여자분이 죽을 뜨고 있는데,
닥닥 긁어가며 대접의 9부 정도까지 채웠는데도 국자 내려놓은 생각하고, 열심히 긁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을 흘긋 보내더니, 제가 기다리고 있는 건 아랑곳하지않고,
그릇이 찰랑찰랑할 정도로 채우더니 가는거에요.
제가 국자를 집어들고 보니, 이제 긁어지지도 않을 정도!
한수저도 변변하게 못담았습니다.

물론 음식 공급을 원활하게 하지못한 호텔 주방이 잘못이긴하지만,
얼마남지 않은 음식,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끝까지 그릇의 95% 정도를 채워가는 걸 보니,
좀 그랬습니다.
아마 저라면, 더 먹고 싶어도, 그릇의 절반 정도가 찼다면 돌아섰을텐데...
악착같지않고, 제가 대충 이렇게 살아서 잘 못 사는 걸까요?

우리집 김작가(구 kimys)가 아마 제가 매생이전복죽 기다리고 있는 걸 본 모양이에요.
한수저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고 그릇만 더럽힌 걸 보더니 쓴웃음을 짓더라구요.

"괜찮아요, 집에 가서 해먹지,뭐"
"집에 매생이 있어?"
"한덩어리 남았어요."




 

어제 새책이 나와서 오늘부터 바빠질 김작가를 위해서 아침에 매생이 전복죽을 끓였습니다.

호텔 조식에 나온 매생이전복죽에는 이름이 전복죽이지, 전복 건더기를 잘 보이지도 않았으며,
매생이는 매생이가 수영을 한 듯, 매생이의 가는 올 하나하나가 보일만큼 조금 들어있었는데요,
저는 바다향이 느껴질 만큼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흰쌀 충분히 불려서, 참기름 두른 냄비에 넣고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쌀알이 퍼질 만큼 끓이다가,
자잘하게 썬 전복 넣고 잠시 끓인 후,
매생이의 초록색이 살아나도록 매생이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줬습니다.
간은 쌀알 볶을 때 국간장을 넣어줬고,
매생이 넣고 끓이면서 다시 한번 간을 본 후 국간장을 더 넣어 간을 맞췄어요.
호텔 식당 매생이전복죽에는 통깨가 무지하게 많이 들어있었으나, 저는 통깨는 살짝만.

김작가 기운내서 다니라고, 이렇게 아침을 먹였습니당. 
그리고 이렇게 응원하는 마누라가 있으니, 다음 책은 더 잘 쓰겠죠?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미
    '11.11.29 10:26 AM

    매생이 먹어 본 기억이 없어요, 올해는 꼭 먹어봐야겠어요,

    김작가님의 책이 나오면 꼭 사서 읽겠어요~~~~선생님 요리책도 잘 보고 있고 샘터도 열심히 읽고 있어요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랍니다 ^*^

  • 김혜경
    '11.11.29 12:06 PM

    ^^, 고맙습니다, 한권 확보했네요..^^

    매생이, 처음에 먹으면 이게 뭐지, 싶은데 묘한 중독성이 있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하다가 요즘은 즐기게 됐다는...

  • 2. candy
    '11.11.29 10:29 AM

    아침에 든든하고 따듯한 한 끼 식사로 좋을 듯 합니다,

  • 김혜경
    '11.11.29 12:06 PM

    네, 따끈해서 속을 훈훈하게 풀어주기는 하는데,
    바쁘게 먹다보면 입천장이 데이기 십상입니다,^^

  • 3. yuni
    '11.11.29 10:42 AM

    선생님! 진정 내조의 여왕이십니다. *^^*

  • 김혜경
    '11.11.29 12:07 PM

    아, yuni님...
    해가 가기전에 한번 뵈어야할텐데...

  • 4. jasmine
    '11.11.29 10:46 AM

    kimys님이 공식적으로 개명을 하신건가요?
    김작가님 책, 구입합니다. 요즘 뿌나보면서 그 인물의 미래가 참 미스테리하고 안타까웠거든요.

    일년 전 구입한 매생이가 냉동실에 있는데...먹어도 될까요....ㅠㅠ

  • 김혜경
    '11.11.29 12:08 PM

    저도 작년에 사둔 매생이 였답니다.
    아, 냉동실이 아니라, 냉동고이긴 하지만요..


    10년만에 공식개명했어요,
    외국사람인줄 알았다는 분도 계시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라는 의미에서 김작가..ㅋㅋ...

  • 5. 여우
    '11.11.29 10:53 AM

    선생님~

    저도 남편을 위해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마침 전복내장을 따로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거든요.

    냉동내장전복! 해먹어도 되죠?

  • 김혜경
    '11.11.29 12:09 PM

    네, 전복내장도 괜찮은데요,
    누군가는 그러던데요, 냉동했던 전복내장은 한번 살짝 데쳐서 죽에 넣으라고...

  • 6. 다물이^^
    '11.11.29 11:07 AM

    기운이 안날수가 없을거 같아요..
    이런날 매생이국-그것도 전복이 들어간..먹으면 진짜 진짜 힘날 거 같아요.
    우왕~~~ 정말 먹고 싶습니다^^

  • 김혜경
    '11.11.29 12:09 PM

    네.
    전복이 조금 더 컸더라면 좋았을텐데,
    우리 동네 마트에는 오분자기 수준의 전복밖에 없어서...^^;;

  • 7. 지니
    '11.11.29 11:53 AM

    매생이는 무슨 맛일지 궁금해요. 생긴 건 파래 같기도 하고, 파래도 넘넘 좋아하는데 매생이도 파래만큼 맛있을까요?

    꼭 기억해 놨다가 한국가면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해야겠어요. ^^

  • 김혜경
    '11.11.29 12:10 PM

    파래 맛이랑은 좀 달라요, 정확하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굴 넣고 국 끓이면 아주 시원하답니다.

  • 8. 그린
    '11.11.29 12:44 PM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해도 되는거죠??

    그 얌통머리 없는 사람 덕분에
    선생님 마음에 불끈~~ 불이 붙어
    이렇게 우리까지 매생이 전복죽 구경을 하게 되었으니까요....ㅎㅎ

    요즘은 어딜가나 다른 사람 배려없이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들 때문에
    한 번씩 마음에 스크래치가 확확 가고 있어요....ㅠㅠ

    그나저나 그동안 익숙했던 "kimys"님 대신
    "김작가"님이 어색하긴 하지만
    이번 책도 대박 대박 나시길 기도합니다!!^^

  • 김혜경
    '11.11.29 11:20 PM

    ^^, 지금은 어색하지만 자꾸 부르면 김작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스크래치 생기는 일이 있을때,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나도 알게 모르게 남에게 저렇게 스크래치내겠지....

  • 9. 크레센도
    '11.11.29 2:18 PM

    와~~내조의 여왕...이신지는 버얼써부터 알지만서두...

    저렇게 뚝딱!

    김작가님은 넘 좋으시겠어요...

    책도 대박기원...합니다!!!!

  • 김혜경
    '11.11.29 11:21 PM

    대박 기원 고맙습니다.

    요즘은 뭐하고 지내세요?
    서울엔 한번 안 놀러오시나요??

  • 10. 호시이
    '11.11.29 2:22 PM

    싸부님 따끈따끈한 신간, 반드시 필독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이전 책보다 더 낫다고 평가해주시니 오호~ 더욱 기대되는 기분?^^

    남편도 꼭 읽겠다고 전해드리래요~ 맘에 들면 판권 딜 하겠다고~ ㅎㅎ

    마음같아선 싸부님 싸인 적힌 책들로 82 공구라도 벌이고 싶어요^^

  • 김혜경
    '11.11.29 11:22 PM

    ㅋㅋ...판권 딜...김작가가 좋아하겠네요...
    이번 작품보다, 다음 작품이 괜찮을거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작가 사인본은 제가 한권 챙겨드릴게요, 감독님 선물로...
    연락드릴게요.

  • 11. 진선미애
    '11.11.29 3:00 PM

    제가 희첩보고선 매생이를 처음 접한후 매니아가 된 한사람입니당

    저번 뮤지컬도 서울에서만 했었지요? 보고싶었는데 ㅎ

    책 서점에 깔리면 다시 홍보^^ 해주세요~~

  • 김혜경
    '11.11.29 11:23 PM

    이번 주에 바로 풀리는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이번엔 연극무대에 올라갈 것 같지않아요.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혜경
    '11.11.30 8:27 AM

    지금 확인해보니, 인터넷 서점에 좌~~악 깔려있네요..^^

  • 진선미애
    '11.11.30 10:46 AM

    인터파크에서 3일후에 보내준다네요
    검색창에 왕도 까지 치니까 검색어로 바로 뜹니당 ㅎㅎ

  • 12. 다이아
    '11.11.30 3:13 PM

    우리 82쿡에는 매생이 음식이 자주 올라오는데 저는 한 번도 사본적이 없네요.
    식당에서만 먹어봤지..
    요즘 아이들이 아침을 잘 안먹으려 해서 죽을 자주 끓여주는 편이에요.
    죽을 너무 좋아해서 한 그릇 뚝딱 먹고 가거든요.
    매생이 넣은 전복을 끓여보고 싶네요.

  • 13. 둥이둥이
    '11.12.1 11:22 PM

    와우~ 김작가님 넘 맘에 들어요..^^
    저두 울집 **둥이 시리즈에서 좀 멋진 걸로 바꿔 부를까봐요..
    선생님 따라쟁이..히히~
    김작가님 내시는 책들마다 왕대박나시길 빌어요~!!

  • 14. 호호아줌마
    '11.12.5 3:14 PM

    안녕하세요..오랜만에 들어와서 뵈요..
    메생이가 아주 파릇하네요..

    저도 최근에 작년에 사서 냉동시켜 두었던 메생이를 먹었는데..
    참..새책이 나왔다니 축하드리고요

    한권 사서 봐야 겠어요.
    항상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되서 이전 책들도 잘 애용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제는 어떤 것일지 무척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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