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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kimys를 위한 [전복갈비탕]

| 조회수 : 13,139 | 추천수 : 1
작성일 : 2011-11-18 14:01:55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요새 문득 kimys를 바라보면,
누구의 아들로, 누구의 형과 오빠로, 누구의 남편과 아버지로 살아오기 참 고단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들 사는 것이 고단하지 않고, 저라고 삶이 평탄하기만 했겠습니까만,
kimys를 보면 연민이랄까 그런 감정이 드는 거에요.



정작 kimys는 그런 생각할 것 없다, 나만큼 아내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겠냐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 마음속에 이 사람에게 참 잘해주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이 감정은 참 오묘한 것이어서, 이성으로 지글지글 끓는 열정으로 사랑하는 것과는 색채가 아주 다른,
뭔가 평온하면서도 애잔한... 뭐 그런 감정인거에요.

남편에게 잘해주는 법?
제게 있어서는 입맛에 맞는 거 해주는 거, 소리 높여 쨍쨍거리지 않는 거,
혼자만 외출하지 않고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주는 거...뭐 이 정도 일거에요.
그중 밥해주는 거, 요즘에 좀 신경을 덜 썼던 것 같아요.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라 kimys가 늘,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 좀 쉬어라" 뭐 이러니까 못이기는체 하고 그랬던 거지요.
이제부터라도, 특히 추워질때는 든든하게 잘 먹어야하니까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걸 좀 많이 해줘야겠다 싶어서,
갈비탕을 어제부터 준비했습니다.




어제 밤에 핏물을 뺀 갈비를 한번 삶아서 물 붓고 푹 끓여두고 잤어요.
오늘 저녁에 kimys, 저녁 모임이 있다고 해서, 점심에 갈비탕을 해줘야겠다 싶어서, 전복도 꺼냈습니다.
전복이래야, 하도 커서(?) 전복이라기보다는 오분자기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전복도 꺼내고, 무도 썰어두고, 대추도 꺼내고, 달걀지단도 부치고..

푹 고아낸 갈비는 건져내서 국간장으로 간해두고,
국물은 냉장고에 넣어 위에 뜨는 기름을 대강 걷어냈습니다.
무를 통째로 끓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조각내서 넣고 푹푹 끓이다가, 다시 국간장 양념한 갈비 넣고,
오분자기급 전복도 넣고, 파 마늘도 넣어주고, 대추도 넣고,
이렇게 해서 전복갈비탕을 완성했습니다.



다음주에 있을 장정공방 기획전 상세페이지 글을 쓰느라 식탁 여기저기 한식기들이 늘어져있었는데요,
다른 그릇 찾기도 귀찮고 해서, 손에 집히는 대로 상을 차렸습니다.

모처럼 정갈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어서,
나무 매트에 수저받침 꺼내서 수저 올리고,
밥,국 뜨고, 고기를 찍어먹을 간장, 간장에 다시마육수와 겨자를 타서 곁들여주고,
일인분씩 김치도 놓았습니다.

별건아니지만, 서로 의지하며 늙어가는 내 반쪽에 대한 내 성의랄까? 
갈비탕 한그릇으로 kimys가, '아, 내 옆에는 내 아내가 있어서 힘이 난다!' 이런생각을 3초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수미
    '11.11.18 2:14 PM

    오호라 !!!
    일등이네요
    일단 일등 찍고요

  • 2. 레드문
    '11.11.18 2:14 PM

    앗. 일등???

    선생님... 남편 위하시는 마음...

    많이 배우고 갑니다. 깊이 반성도 해야겠어요...

    저녁엔 뜨끈한 소고기 무국이라도 든든히 먹여야겠네요....

  • 3. 이수미
    '11.11.18 2:27 PM

    점심에 공적으로 약간의 알코홀을 먹었는데
    잠시 시간은 내어 들어왔어요
    아 ~~~~~~~ 이런 행운이 요사히 정신사납게 업무가 나를 괴롭히는데 행운이 올려나요
    선생님과 거의 같은 연배에요
    전 남편과 둘이서 빈집둥이를 지키고요
    일주일에 거의 가스렌지에 불피는게 1-2번정도니 울 남편 넘 불쌍하죠
    이담에 2- 3년 뒤에 퇴직하면 잘 줄려나 ㅋㅋㅋ
    사부님은 행복하셔요 울 남편에 비하면 `~~~~~~~~~~~
    낼 결혼후 34년만에 처음 김장합니다. 2딸들에게 줄 김장이요
    잘 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지만 어제 남편과 함께 밤 2시까지 마늘과 생강을 다듬고는 허리가 휘어지는
    경험에 많은것을 생각했어요
    농장에 절임배추, 파, 갓, 무우 채친거 까지 다 준비해주고 울 은 양념만 가지고 가서 비비면 되는것으로
    주문을 했는데
    울 딸들 외할머니 솜씨라야 한다고 야단을 치는 바람에 몸 불편하신 친정엄마 모시고 김장 훈수 받아서
    하기로 했답니다
    울 엄마 몸은 아파도 외 손녀딸들이 당신 손 김장이 최고라는데 더 이상 바랄께 무었있냐고 요 ???
    저요 선생님에 비하면 무늬만 하나 밖에 없는 딸년이고 무늬 만 있는 엄마네요
    자주 선생님이 친정부모님께 하시는거 보고 반성만 하다가 마는 그런 딸년입니다.
    앞으로 잘 하렵니다. 감사해요

  • 4. 소연
    '11.11.18 3:10 PM

    ioi 손들고 급반성모드에요... 요즘 너무 성실히 밥을 차리는거 아닌가하여..
    이번주 내내 대충모드에요.. 오늘 아침에는 드디어 글라스락채로 밥상을 차리기까지..
    온집을 털어서 제일 맘편히 툴툴 거릴데가 남편인거 같아요..


    저도 다음주에는 우리집 킴쒸 좋아하는 탕종류 한번 끓여서..착한 마눌로서.. 책임을 다해야겠네요^^

  • 5. 그린
    '11.11.18 3:12 PM

    어휴휴~~ 부럽부럽....
    kimys님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선생님을 위하시는 kimys님 마음이
    글로도 사진으로도 찐~하게 전해집니다.
    서로를 위하는 따뜻하고 평안한 마음....
    요즘 가족이라도 각자 바쁘다는 핑계로
    데면데면하기 일쑤인데 완전 반성.....ㅜㅜ
    오늘 저도 추워지는 날씨에 힘내라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저녁상을
    뜨끈하게 차려내야겠어요.^^

  • 6. 수박나무
    '11.11.18 3:31 PM

    아~~~~~~반성하는 마음을 갖는것 조차도 귀찮아지는 요즘이네요.
    다~~~~~~팽게치고 싶은..
    어제부터 딱 그렇네요.
    저도 모를 이 심경의 변화는 무엇일런지..

  • 7. 띵가민서
    '11.11.18 3:44 PM

    글을 읽는데 왠지 울컥해지네요. 눈물 나올것 같아요.
    부부 서로가 그런 마음으로 산다면 정말 싸울일도 없겠죠.
    남편에게 따뜻한 애정을 담아 문자라도 한통 보내야겠어요.
    '올 겨울엔 선생님 마음을 본받자'다짐중^^

  • 8. 조용필팬
    '11.11.18 3:45 PM

    날씨탓일까요!!!!쌤께서 kimys님을 생각하시는 문구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요즘..많은 짜증과쌤 표현되로 많이 쨍쨍거렸거든요...나이가 같다구...
    제가 넘 많은 것을 해주는것 없이 바랜것 같아 많은 것을 반성합니다.....

    제 신랑도....'아, 내 옆에는 내 아내가 있어서 힘이 난다'라는 생각이 들게 많은것을 노력할께요
    고맙습니다...생각과 반성할 시간을 주셔서요

  • 9. 켈리
    '11.11.18 5:27 PM

    음식도 음식이지만 선생님 마음에 남편분 정말 든든하시겠어요.

    저도 추위가 오기전 이맘으로 아주 열심히인 울 남편을 위해 정성스런 음식해봐야 겠어요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 10. 상큼마미
    '11.11.18 5:32 PM

    선생님의 고운 마음씨 저도 닮고 싶습니다^0^
    나이가 들수록 옆지기가 더 애틋하고 않됐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저 반성 많이하고 오늘저녁 저는 홍어삼합으로 할까나~~~

  • 11. 행복이마르타
    '11.11.18 7:46 PM

    사랑이 잔잔히 깊어가서 깊은 우물처럼 파장이 한참이나 울리는듯한 그런느낌
    두분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맛있는 이야기가 약수물처럼 솟아나길 기원드립니다

  • 12. 플럼스카페
    '11.11.19 2:23 AM

    여러 모로 부럽고 배우고 갑니다. ^^*

  • 13. 다람쥐
    '11.11.19 10:11 AM

    오래된 팬입니다, 거의 항상 눈팅만 하는... 어쩜 요사이 제마음과 같으신지... 평탄하게 살아왔지만,

    남편에대한 마음은, 열정은 시들해졌으나, 저 가슴 밑바닥부터 애잔한 측은지심(?)이....

    건강하게 옆에 있어준 감사함과, 철없는 아내와 자식들에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준 그 너그러움이

    요사이는 더욱 안스럽습니다.

    혜경님의 kimys 님은 참 행복하신 분 같아요. 저는 아직도 제일을 하기 때문에, 정말 저렇게 공이 들어간

    식탁은 차리지 못했습니다. 게으름때문이지요. 과감히 내년 1월 제일을 정리하고, 못다한 일들을 해볼려고

    합니다. 내년이먄 나이가 60세거든요. 참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언제 차라도 한잔 하고 싶어요.

  • 14. 진선미애
    '11.11.19 10:20 AM

    이번주 인간극장 저는 출근준비하면서 대충봐서 내용을 알면서도
    남편 보게 하려고 안본척 은근슬쩍 다시보기 같이 봤어요 (반강제로 ㅋ)

    살수록 부부지간에는 측은지심이 새록새록 ㅎ

    샘한테는 저~~얼대 못미치지만 저도 남편한테 특별한 아내는 못되지만
    매끼 밥하나는 정말 열심히 잘 차려준거는 인정해주리라 저 혼자만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혼후 한번도 김장안하고 시어머니표 김치를 김냉이 미어터지도록 받아먹는 저 ....
    다시한번더 시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 되새김합니다^^

  • 15. 풀꽃
    '11.11.19 10:36 AM

    사랑이 넘치고 잔잔한 감동이 있는 글에 반성을 해봅니다...

    늘~정성과 사랑이 듬뿍 들어간 훌륭한 밥상을 받으시는
    혜경쌤의 부군께선 전생에 지구를 구하신게 틀림 없지요......

    아마도 부군께선 쌤이 곁에 계심으로
    매일매일 행복을 느끼고 계실겁니다^^

    짙어가는 가을 항상 건강하세요^^

  • 16. 바게뜨
    '11.11.19 1:06 PM

    함께 나이 들어가는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집니다.
    늙어가는 남편에 대한 연민과 보살핌의 마음 배우고 갑니다.

  • 17. 리어리
    '11.11.19 4:14 PM

    뭐 이정도일거에요..
    마음까지 고우시네요.
    말씀하신 그 '정도'가 실제 생활에선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선생님 마음 누구보다 kimys님(뭐라 지칭해야할 지 몰라서)께서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오랜 세월 선생님을 곁에서 보아오셨으니.
    그런데 저도 오늘 정성들인다고 갈비탕 끓였는데, 선생님 것 보고 나니 급 초라하게...

  • 18. 봄날처자
    '11.11.20 11:01 AM

    선생님 부부처럼...
    그렇게 서로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고 싶어요~

    언젠가..
    저리 근사한 갈비탕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갈비탕에
    직접 만든 김치를 상에 올려주고...
    '당신 있어 고맙다'고 할 수 있는 아내가 되렵니다

  • 19. 피오나
    '11.12.5 11:15 PM

    글이 넘 감동적이예요~~마지막 줄은 두고두고 들어와서 음미해 볼만한..샘님은
    어쩜 글도 이리 잘 쓰시는지요.글 전체에 진심어린마음이 뚝뚝 묻어나오네요.
    저도 이리 살아야겠다고 맘먹습니다.갈비찜 먹고싶어 김냉에 한팩사 넣어놓고
    이제나 저제나 언제할려나 했는 데,급 갈비탕 하고프네요.레서피중 갈비를
    국간장에 재워...첨 들어보아요.말씀좀 해 주시와요.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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