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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제 목 : 대게에 얽힌 짧은 추억

| 조회수 : 5,997 | 추천수 : 342
작성일 : 2002-11-13 22:09:27
며칠 전 양평동 코스트코에 가니까 살아서 움직이는 러시아산 대게를 팔고 있더라구요.
워낙 미식가인 kimys, 아주 그걸 관심있게 보는 거예요.
kimyswife "여보 한 마리 살까?"
kimys "한마리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
kimyswife "그렇지? 그럼 그만 두자"
kimys "2마리 사면 되잖아"
kimyswife "에이 그건 안되지, 너무 비싸!!"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거 한마리에 3만원 가깝던데, 2마리면 얼마에요, 한끼에 6만원?, 외식에 비하면 꼭 비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못사겠더라구요. 제주삼겹살과 비교해도 엄청 나고...(사실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그런데 어제 TV를 보니 영덕 인근 어민들이 대게 때문에 속을 끓인대요. 워낙 적게 잡혀 값이 비싼데 싼 러시아산 때문에 제값을 받을 수 없고 해서 대게 잡으러 나가느라 쓰는 배의 기름값도 안나온다는거예요.


이렇게 며칠 대게에 대해 관심을 가진 탓인지, 10여년전 일본에서 먹어본 대게 코스 요리가 새삼스럽게 생각나더라구요.

당시 전 스포츠서울에서 미술을 담당하는 기자였는데 그해 도쿄에서 처음으로 아트페어( 세계 각국의 화상들이 모여 미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대규모 행사죠)가 열렸어요.
제가 묵은 호텔은 긴자 2정목에 있던 호텔이었는데 제 방 창 바로 건너에 밤이면 요란한 네온사인이 돌아갔어요. 아주 커다란 게가 손님들을 부르는 거죠.
워낙 게를 좋아하니까 한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닌데, 물가가 살인적인 도쿄에서 대게요리를 코스로 팔면 얼마나 비쌀까 싶어서 참고 말았어요. 또 말도 안통하는 젊은 처자 혼자 게를 꾸역꾸역 먹고 앉아있는 걸 상상해보니 그림이 예쁘지도 않고...

그런데 당시 아트페어에 참가했던 한 화랑주인이 몇몇 사람들을 바로 그 식당에 초대한다는 거예요. 너무 신나더라구요.
일행은 열두어명 쯤 됐었는데 예약이 꽉차서 저녁을 먹기는 좀 늦은 시간인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겨우 예약을 했어요. 물론 저는 배가 고픈 것도 꾸욱 참았죠. 맛있는 걸 많이 먹겠다는 일념하에...

아직도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으로 북적이는 그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제일 먼저 달걀찜이 나오는데 물론 그안에 게살 한점이 들어있는 거예요. '오호, 시작이군'하며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 버렸죠.

다음에는 회가 나왔어요. 손으로 집어 먹기 편하게 집게발만 놔두고 다른 단단한 껍질을 벗겨서 서빙을 하더군요. 그 역시 순식간에 해치워버렸어요. 저뿐이 아니라 모든 일행이, 그것도 대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으면서....

그다음에는 게를 불에 구운 것이 나오고,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것이 잇달아 나왔어요. 이쯤 되니까 어지간히 급한 불들을 껐는지 어느 요리가 더 입에 맞는 지 하는 품평회가 열리더라구요.

다음에는 게를 넣고 찐 게찜과 다른 요리(요건 잘 기억이 안나요)가 하나 더 나오더니 게초밥으로 마무리를 하더라구요.

게찜이 나올 즈음부터는 슬슬 배부르다는 얘기가 한사람 두 사람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더니 게초밥이 나오니까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사람까지 등장했지만 저는 꾹꾹 눌러담으면서 한가지도 빼놓지 않고 다 먹어뒀어요.
'내 평생 대게를 이렇게 많이 다양하게 먹어볼 기회가 어디 그리 많으려구'하는 생각으로요.

하여간 그날의 그 대게요리는 두고두고 잊지못할 추억이 됐어요.
다양한 요리법이나 게살의 싱싱함도 그렇지만 게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최소의 양념, 최소의 조리법으로 게를 요리해낸 주방장의 솜씨가 아주 맘에 들어서요.

그후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게코스요리를 하는 곳이 생겼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않았어요. 내 입 한번 즐겁자고 수표를 여러장 꺼내들어야 하는 걸 먹으면 왠지 안될 듯 싶어서요. 사실 자라면서 친정엄마에게 음식사치 하는 거 아니라고 배웠거든요.


그 대게 실컷 먹던 날을 잊지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저 때문에 그 맛있는 걸 먹다만 한 톱패션모델이 생각나서랍니다.

그날밤 같이 식사를 한 일행은 화랑주, 화랑주의 고객, 기자 등이었는데 그중에 당시 톱패션모델(그후 영화계까지 진출하더군요)이 끼어있어요. 미술품 컬렉터의 동반자 자격으로 같이 식사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는지 남들은 먹기 바쁜데 그녀만큼은 재잘재잘 수다도 떨고 하더라구요.'맛있죠?'를 연발하면서...

그런데 코스의 중간쯤인데 누군가가 제 신분을 밝혔어요. 그랬더니 금새 안색이 변해요, 그리곤 속이 좋지 않아 못먹겠다고 하는 거예요. 결국 코스가 다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동반자와 더불어 자리에서 일어서더라구요.

그녀가 떠나고 난 후 그녀 몫의 음식은 계속 나오고..., 전 아까워서 그걸 자꾸 쳐다보고....배가 불러서 먹을 수는 없고....



전 이렇게 10여년 전이나 대게를 실컷 먹었는데 kimys는 이런 코스는 못먹어봤대요.
책도 잘 팔리는데 제가 게 한방 kimys에게 쏠까요? 한 6만원 투자해서....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임미영
    '02.11.14 9:27 AM

    어머나!! 당연히 쏘셔야죠. 남편분이 못드셔봤다는데.. 더군다나 책도 잘 팔리니깐요. ^^
    충분히 드실만 합니다!

  • 2. 주순란
    '02.11.14 1:51 PM

    선생님, 사부님, 모두 충분히 드실 자격 있습니당.
    좋아하시는거니까. 또 정말 유명해지셨고, 책도 많이 팔리고 있으니깐요.
    6만원 투자해서 드시고 그 후일담도 올려주셔야죠. 맛있게 드세요.....

  • 3. 오드리헵번
    '02.11.16 9:40 PM

    부군께 생각보다 짜시네요.
    눈물의 찜기를 생각해 보세요.그럴 순 없죠?
    전 둘째 임신중에 남편이 코오라에서 정식 사줘서 먹어본 적이 있죠.
    입덧중이라 그런지 게의 들큰함이 별로 였고,오히려 샐러드가 입에 맞아 한 접시 더 청해
    먹었어요. 새콤하고 상큼하고... 쩝쩝 군침 돈다.
    당장 부군께 한 방 쏘세요.
    .

  • 4. 김혜경
    '02.11.16 9:59 PM

    하하하
    오늘 저녁에 해 먹였어요.

  • 5. 박하맘
    '04.11.9 12:25 AM

    아~~~
    저두 대게 먹고싶어요.....

  • 6. beawoman
    '05.1.29 7:24 PM

    러시아 산인데 너무 비싸다

  • 7. 잠비
    '05.2.16 11:59 AM

    어부현종님께 주문한 대게 맛있었습니다.

    음식사치는 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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