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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제 목 : 음식물 쓰레기 유감

| 조회수 : 7,302 | 추천수 : 289
작성일 : 2002-11-11 22:34:09
어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아주 우울해져서 돌아왔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통 뚜껑을 열어젖혔더니 맨위에 큼직한 조기(수조기 인듯)가 한마리 통째로 버려져 있고 그 주변에 동그랑땡(육전이라고도 부르죠?)이며 빈대떡이며 나물 부스러기 이며 이런게 잔뜩 버려져 있는거예요.
그걸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어머나 세상에 죄받으려고..."하는 소리가 입밖으로 나와버렸어요.

음식물 쓰레기통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저희집에까지 오는 동안, 누가 추리작가 마누라(kimys가 지난 1999년 한국추리작가 대상을 탄 추리소설가거든요) 아니랄까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폈죠.
'식구가 없어서 먹어도 먹어도 없어지질 않으니까 버렸겠지'
'아냐 그렇다면 조기는 젓가락을 댄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젓가락도 대지 않은 거잖아'
'먹지는 않았지만 상해서 버렸겠지'
'아마 아닐껄, 시어머니가 싸준 거라 입에 대기 싫어 버린 거 아냐? 그런 며느리도 있다는데...'

하여간 좀 씁쓸했어요. 보아하니 제사음식 이었던 것 같은데, 종교적 신념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음식을 통째로 버리는 걸 보니까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구요.

옛날에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 "제사 음식은 조상이 입댄거라 맛이 없다"고 하셨어요. 정말 제사나 차례음식이 맛이 없긴 해요. 그런데 전 그 이유가 귀신이 먼저 입을 댄 탓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주로 며느리들이죠?)이 서로 떠밀면서 성의없이 만들어서 그런게 아닌 가 싶어요. 빨리 해치우는데만 바빠서 정성을 기울이지 않죠.

하여간 맛이 없는 제사 음식도 조금만 머리를 쓰면 훌륭한 재활용음식으로 탈바꿈하는데...

그 대표적인게 생선이죠. 조기의 경우 다시 데운 다음 그위에 탕수소스를 만들어 뿌리면 근사한 생선요리로 탈바꿈하죠. 물론 싱싱한 것 사다가 바로 한 것보다야 맛이 못하지만 그런대로 한 번이야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아니면 파 마늘 고추채 좀 얹고 참기름 후추가루를 뿌린 후 쪄도 되고.

나물은 비빔밥이나 볶음밥하면 딱이구요, 전 종류는 찌개를 끓여 먹어도 맛이 괜찮은데...


직장생활이 바쁘다보면 냉장고 안의 음식이 어쩔 수없이 상해 나가는 경우가 있죠. 이런 것도 너무 양심의 가책을 받는데 만약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누구에 대한 화풀이로라도 멀쩡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는 일,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아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여진맘
    '02.11.12 1:18 AM

    제사음식......................

    제사를 지내며 명절을 지내며 하루 동안의 갈등과 피곤이 쌓인 음식이라 그런것 같아요.
    서로 조금씩 의논하고 현실적인 타협이 되는 명절이면 좋은데...
    뭐랄까..........자세히 쓰긴 그렇고.

    시장을 보면서 그냥 이돈은 버린다(아니 조상님 드린다) 그렇지만 그냥은 안되니까 음식으로 만들어서 버린다 라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그냥 적당히 어른 비위맞추고 성의를 표시한다고 해야하나.

    다만 장을 볼때 그래도 좋은것으로 성의껏 샀다는 것만으로 좀 양심의 가책을 덜받죠.
    휴~~ 나같은 사람이 또 있나보네.

  • 2. 김혜경
    '02.11.12 6:51 AM

    여진어머니 오랜만이에요. 너무 소식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여진어머니도 제사음식에 대해서 할말 많으신 것 같네요. 저도 팔남매의 맏며느리로, 할말은 많지만,...자세히 쓰기도 그렇고....

  • 3. 강은경
    '02.11.12 5:57 PM

    제사 음식이라고 다 맛없는건 아니예요. 저희 친정집은 일년에 제사가 많아서인지 제사음식을 자주 접했는데 튀김같은건서로 먹으려고하는뎅,, 아무튼 그 많은 음식을 버리는건 정말 나쁜거 같아여. 전 같은것은 쌀뜨물 넣고 간해서 찌개로 해 먹으면 그런대로 한끼 충번히 해결이 가능한데..

  • 4. 어주경
    '02.11.12 11:38 PM

    저는 8대 종손집 외며느리 종부에요. 종교는 기독교라서 제사에 직접 참여는 하지 않고 있지만, 제사 음식만큼은 제 손을 거쳐 나간답니다. 그런데 저는 제사 음식이 참 맛있던데요. 제사 지내고 나물들은 그자리에서 비빔밥이 되어 모두 처리되고, 탕국이나 소고기, 닭고기 요리도 그날로 처분됩니다. 돼지고기가 남을 때가 가끔 있는데, 그것은 다음 날 김치썰어 두리치기 해 먹습니다. 정말 맛있답니다.

  • 5. 설해목
    '02.11.13 11:55 AM

    부끄러운 이야기.
    전 쉰세대의 노련한 주부이죠.
    저도 제사음식을 잘버려요.
    남편이 진보해서 그런지 동서들이 협조를 안해주니 약올라서 그런지 제수도 주문식으로하라고 권한답니다.
    저희집은 2남1녀로 모두가 혼기를 앞두고있는 멱성이 좋을성싶은 나이지만 절대로 쇠고기적만 빼고는 다른것은 일절 안먹어요.
    이러다보니 그냥 10여만원가량 쓰레기통에 버리는꼴이 되죠.
    우선 조상님께도 죄짓는것 같고요. 재활용을 해보아도 안되죠.
    결국은 냉장고에서 10일씩 묵다 쓰레기통으로 직행.부끄럽죠.
    제사음식 재활용도 좋치만 메뉴좀 바꾸었으면 좋겟어요.

  • 6. 김혜경
    '02.11.13 9:23 PM

    제사 메뉴, 딜레마죠.
    전통을 따르자니 다 먹기 어렵고, 메뉴를 바꾸자니 전통을 버리기 어렵고...
    양을 줄여서 딱 한 접시만 해서 그 자리에서 먹고 치우면 좋으련만, 어른 모시고 살면 그럴 수도 없고...

    아닌게 아니라 그래서 딱 한 접시만 해다주는 주문식이 인기를 모으는 모양이에요.

  • 7. 김진희
    '02.11.15 11:49 AM

    제사모시는 집은 다들 그런고민이 있나봐요.
    우리집은 딸이 음식준비하면 그래요.
    며칠동안 그음식 먹어야되느냐구요.
    정말 이제는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제사음식은 간단하게 정성껏 차리고 그보다 살아계실적에 좀더 잘하는 걸루요.
    에휴!!!! 나부텀 반성하고 열심히 실천해야지.....

  • 8. 오드리헵번
    '02.11.16 9:56 PM

    제사음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며느리된 자의 설움이 녹아있기 때문이구나...
    안동같은데선 헛제사밥이란 메뉴가 있다던데...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제삿밥 받아 먹던
    양반 남정네들의 입 사치 같군요.자기들이 제수 마련해 봐요. 아마 젯밥 이란 말만 들어도
    도망 갈껄.
    나 죽거든 내 제삿상엔 향기로운 차 한잔과 장미 한송이를 올려라 하던 어느 여성 (누군지 기억 안남.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음) 도 계시던데...
    또 몇해전 명절 즈음 어느 유명인사이신 (역시 누군지 기억 안남.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은 분임)
    남자분이 신문에 기고하신 글에
    자신은 유언으로 확실히 해뒀다고 합니다.
    절대 제사 지내지 말 것. 정 섭섭하면 형제끼리 모여 외식을 해라.
    그때도 형제가 똑같이 부담해라 (맏아들 맏며느리에게만 주어지는 보이지 않는 의무감을 염려하신듯)
    저도 맏며느리니 저 살아있는 한 시어머니께서 바라시는 의무는 다할겁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는 달라야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유언을 남길 겁니다.

  • 9. 박하맘
    '04.11.4 2:03 PM

    저흰 제상음식 딱 한접시 씩만 하거든요...
    일년에 제사 여덟번......^^
    부담없이 가뿐하게 합니다...

  • 10. 잠비
    '05.2.16 11:53 AM

    2005년 구정을 지낸 지 일주일이 되었네요.
    올해는 과감하게 음식을 생략했습니다.
    갈비찜, 잡채, 생선찜, 그리고 7가지 이상 장만하던 나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몇가지와 밑반찬만 조금 해서 굴비 구워놓고 떡국 먹었답니다.
    그래도 손이 많이 갑니다. 수정과 식혜, 물김치 등.... 그렇지요?
    제사 없습니다. 예배드리고 난후 가족끼리 세배하며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며느리들이 명절과 제사로 인해서 고통 받으며 살지 말라고 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께는 며칠 전부터 좋아하는 곰국을 끓여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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