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중 강렬했던 이 한컷이 집에 돌아가서도 내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어요.
나이도 한살이 아직 안돼어 보이고 조금만 지나면
어린냥이가 새끼를 가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자꾸 마음이 쓰였고요
그래 내가 키우진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해줄 수 있는 건 해주자 싶어서
사료를 사서 시골집으로 보내 사료라도 챙겨주시게 했고
시골이라 tnr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있다한들 저런 시골 읍도 아닌 면에서도 더 들어가는 곳까지 와서
포획하고 수술해서 그자리에 방사까지 가능이 될지 장담할 순 없었는데
일단은 군청에 연락을 하고
tnr사업 진행중인지 문의를 하고 관련 담당자에서 또 실제 포획해서 수술하는
동물 병원까지 연락을 해가며 신청을 했어요
복잡하진 않았으나 다소 번거로운 신청과 확인을 몇번씩 거듭 하고서야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비로소 중성화를 완료했어요
삼순이는 개냥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밥주는 사람은 경계하지 않는 덕에
어렵지 않게 포획이 되었었고요.
어쩌다가 우리집 마당으로 들어와서
무엇에 끌려 자기 영역으로 삼아서는
한여름 햇살을 피해 헛간에 들어가 쉬고
채소밭 아래에서 쉬고
사람 보는 눈은 있어서
밥 줄 사람, 이름 불러 줄 사람은 기가막히게 알고
냥냥냥냥~ 하도 수다를 떨어대기에 얘는 참 수다쟁이구나
말도 참 많겠구나.. 했었어요. (그건 착각이었지만.)
마르고 외소해서 8-9개월 정도 됐으려나 했었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삼순이는 두살이 넘었어요.
이 집에만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아서였는지
아예 시골집 마당을 자기 거주지로 삼아버린 삼순이는
한여름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다가도
밥 먹자~ 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쪼르르 달려나오는
삼순이에요...
그렇게 먹고 또 마당한쪽에서 앉아서 쉬기도 하고요
밥을 주면 어디선가 달려 나오긴 해도
쉬이 손길을 허락하진 않았어요.
시골집 마당을 자기 영역으로 삼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건지
삼순이는 이마나 머리쪽을 쓰다듬으려 손을 가져다 대려고 하면
눈을 질끈 감고 움찔거리며 엄청 놀래고 긴장했어요
이 행동이 도시 저희집으로 와서도 한동안 이어졌죠
남편과 우스갯 소리로
너...어디서 돌맞고 다녔구나~. 했을 정도로요.
그래도 대견하게 잘 살아남아서
또 자기 밥이라도 챙겨줄 사람을 잘 찾아
그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결국에는 자기 인생을 설계한 (저흰 삼순이한테 설계 당했다고..ㅋㅋ)
사는 법을 아는 냥이에요
지금 삼순이 사진속 뒤
불두화 나뭇잎이 보이는 곳
그 불두화 나무 아래
우리 삐용이가 잠들어 있어요.
우연인가
필연인가 싶게
삐용이를 식구로 맞이한게 9월이었는데
삐용이가 잠들어 있는 불두화 나무 근처
창고와 마당 주변에서 지내는
삼순이를 둘째 냥이로 들이기로 결심하고
같이 도시로 떠나온 것도 9월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저렇게 마음이 힘든 시절이라 편히 글 올리기도
조심스러워서 천천히 삼순이와의 인연을 이야기 합니다.
오롯이 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조금은 편하게
삼순이 얘기 더 올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덧붙이는 글)
원래 제 계획은 삼순이의 이름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다음번 글에 잠깐 올릴 예정 이었어요.
이곳에 사진과 짤막한 글만 남기는게 아닌
지금처럼 삼순이와의 인연을 그대로 쓰다보니
아마 이미 짐작하셨던 분들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또 작년 여름쯤 자게에 길고양이 입양하고 생각많던 글로
다소 이런저런 시끄러운 상황이었던 터라
여기 올려진 삼순이 사연 읽다보면
자연스레 짐작 가능하신 분들 많으실거라 예상했는데
댓글에 요리는 밥이다님이 눈치채시고 궁금해하셔서
먼저 짧게 글 올려요.
짐작하셨던 분들.
그리고 요리는밥이다님~
맞아요. 삼순이의 이 이름은 세번째 이름이고
바로 앞전 이름은 이여울.입니다.